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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Jul 23. 2022

직장인 A씨의 과감한 첫투자가 성공했다.

대투자시대에 뛰어든 A씨

A는 오늘 악몽을 꾸었다. 자신이 모아 놓은 전 재산 천만원을 죽을 때까지 평생 항아리에 담아 둔 꿈을 꾸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눈을 뜨자마자 은행계좌를 확인해 보았다. 천만원이 그 동안 일을 열심히 했는지 몇 백 원의 이자와 함께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출근 후 책상에 앉으니 답답한 가슴이 조여왔다. 누구는 주식으로 몇 백 몇 천을 벌었다, 코인으로 대박 친 누구는 슈퍼카를 끌고 출근해서 사표 쓰고 퇴근했다더라 등등 주변에선 온통 투자에 관한 말들 뿐이었다.


쉬는 시간이건 점심시간 이건 동료들은 무슨 주식을 사서 재미 좀 봤다더라 어떤 누구의 친구는 코인으로 10배 수익을 냈다더라,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옆 팀 김과장의 아내는 어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더라, 다양한 투자 성공담이 쉼 없이 A의 귀를 타고 흘러 가슴에 와 박혔다.



A는 다짐했다. 나도 투자의 대열에 낀다. 이 대투자의 시대에 위험없이 월급에만 만족하는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시대를 읽지 못하고 한 없이 뒤쳐지는 것 같았다. 도무지, 도저히 가만히 이렇게만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A는 투자에 대해 아는게 전혀 없었다. 핸드폰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이것저것 읽어봐도 딱히 이거다 라는 정보가 없었다. 읽어봐도 그게 그거 같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가지 않았다. 누구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이 옳다고 이야기 했고, 어디서는 꾸준하게 안정적으로 투자하는게 맞다 했으며 누구는 투자는 도박과 다름 없으니 일절 손도 대지 않는게 맞다, 월급 꾸준히 잘 모아서 집 한 채 사는게 최고라고 했다.



투자에 대한 정보를 읽으면서도 가슴 한 켠에선 주식하면 패가망신이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투자를 꺼림칙하게 여기게 만들었다. 그래도 대투자시대가 온 이상 A는 뒤쳐질 수 없었다. 공포심을 이겨내야만 했다. 더 이상 혼자만 바보로 남겨 질 수 없었다. 주변에 벌었다 잃었다 말은 많았지만 실제로 패가망신한 사람은 없었다. 군대시절 자주 하던 No Pain No Gain이란 말도 생각났다. No 투자, No 수익. 로또가 될라면 로또를 사야 한다는 매우 당연한 논리를 실천해야 한다.



그 동안 친구들이 메시지로 주고 받던 주식과 코인에 관한 정보도 무시했지만 더 이상은 그러지 않았다. 대화에 주도적으로 끼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이 메세지로 나누는 대화에 등장하는 투자관련 단어나 회사들을 검색까지 했다.

 

그간 친하게 지내던 동료들이 모여 투자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동안 끼지 않던 대화에 A도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오고 가는 정보 속에 어떤 게 옳은지 저게 옳은지 혼돈만 가중됐다.


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 사람들은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었다. 동료들은 달리고 있는데 자기만 서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본인만 멍청하게 사는 건 아닌가라는 A의 의심이 확신담긴 위기감으로 변하고 있었다.


동료들 중 가장 많이 말하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말을 다른 동료들이 경청하고 있었다. A의 귀도 그 사람을 향해 활짝 열렸다. XXX 바이오. 이게 바로 이 번에 크게 오를 종목이라고 했다. FDA가 어떻고 3상 승인이 목전이고 어떻고 이게 되기만 하면 두배 세배 수익은 우습다는 듯 확신에 찬 목소리와 매우 논리정연한 말투로 열변을 토했다.


A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스마트폰을 열어 XXX바이오에 관한 뉴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오늘 회사에서 들은 정보 그대로 뉴스는 XXX바이오에 대해 칭찬 일색이었다. 이 치료제가 승인만 나면 전세계 암은 이 기업이 다 치료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다음 날 아침 9시, A는 XXX바이오를 구매했다. 100만원. 그래 100만원이면 많지도 않지만 적지도 않은, 손해를 보면 가슴이 쓰리겠지만 그렇다고 패가망신의 수준은 아닌 적당한 돈이었다.


A는 과감하게 현재가에 XXX바이오를 100만원 어치 매수했다. 심장이 두근두근 했다. 인생 첫 주식을 매수한 A였다. 사자마자 -0.5% 파란색 불이 들어왔다. 가슴이 더 빨리 뛰었다. 주식 어플리케이션을 닫고 한 숨을 한 번 내쉬었다. 손에서 식은 땀이 났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어플리케이션을 열었다. -5% 멈췄던 식은 땀이 손바닥의 모공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동공이 커지고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불과 5분도 안돼 5만원이 날라갔다. 5분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5만원이 사라졌다. -6% 점점 더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두배 세배는 고사하고 사자마자 마이너스라는게 말이 되나 라며 소리치고 싶었다.


스마트폰만 주구장창 붙들고 있을 수는 없었다. 간신히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 놓고 A는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업무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끝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간신히 오전 업무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돼서야 주식창을 열어 보았다. +20%. 아까보다 더 눈이 커졌다. 기쁨과 환희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식은땀은 나지 않았다. 오전 내내 찜찜하고 후회로 점철됐던 시간이 환희의 순간으로 탈바꿈 하는 순간이었다. 불과 3시간도 안돼 20만원을 벌었다. 자신의 눈이 믿기지가 않았다. 다른 의미로 손이 떨렸다.


하루 꼬박 회사에서 일해도 10만원 벌기도 힘겨운 판에 3시간 만에 20만원이라는 수익이 생겼다. 기쁨과 동시에 A의 머리는 빠른 산수로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100만원으로 하루 20만원씩 20일만 벌어도 400만원이 된다. 한달 수익 400만원, 일도 안하고 하루 100만원 투자로 20만원씩 번다면 천국이 따로 없지 않은가. A의 미소가 만개했다. 성공한 자의 기분이 이런 것인가.


점심을 먹은 사람들이 다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커피를 마시며 자신이 산 종목과 코인에 대해 한 마디씩 던졌다. 누구는 한 숨을 내쉬었고 누구는 어제보다 더 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와 중에 가장 큰 승리자는 어제 XXX바이오를 찍어 준 동료였다. 그가 다시 한 마디 시작했다.


모두들 그의 입을 쳐다보았다. 마치 하수들이 고수에게 한 수 배우고자 하는 태도였다. 당연히 이 사람도 싱긍벙글하며 자신이 골라준 XXX바이오 어제보다 20% 올랐다며 자신이 말 한 두배 세배도 멀지 않았다고 신이나서 큰소리쳤다. 누구는 XXX바이오를 샀어야 한다며 한탄하며 후회했다. A는 차마 자기도 그 주식을 샀다고 이야기 하지는 못 했다.


그리고 그 날 오후 A는 XXX바이오가 상한가를 치는 걸 목도하게 된다. 30%의 수익이 났다. 호가창에는 사람들이 XXX바이오를 사겠다며 걸어둔 주문이 몇 백만주였다. 쌓여있는 매수주문을 보며 승리자가 된 것 같았다.


쌓여있는 주문을 보며 A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에 감격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결정했기에 30%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며 자신을 칭찬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주식을 사겠다고 달려들다니, 적어도 이 사람들보다는 오늘 주식을 처음 시작한 자신이 더 주식을 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루에 100만원으로 30만원을 벌 수 있다니 이런 꿈 같은 상황이 어디 있단 말인가. A는 황홀경에 빠졌다. 그 때 A의 가슴 한 켠에 이런 말이 생각 났다. “수익은 실현을 해야 내거다.” A는 오전 -5%가 기억이 났다. 내일도 똑같이 마이너스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A를 스믈스믈 엄습해왔다.


마이너스까지는 아니더라도 30만원이 20만원이 될 수도 있었다. 손이 떨리고 식은 땀이 나고 돈을 잃을 뻔 한 오전의 자신이 생각나자 가슴이 다시 답답해지고 심장이 조여왔다. 30만원이 아닌 20만원, 아니 원금을 넘어 마이너스로 내려가면 어떡하지 라는 공포가 발끝부터 머리까지 번져갔다.  


A는 쌓여있는 주문을 보며 잠시 고민했다. 수익은 실현해야 수익이다. 그리고 오늘처럼 내일도 100만원으로 30만원을 벌면 된다. 아니지 오늘 번 30만원을 더 해 130만원으로 수익을 내면 30만원 이상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또 상한가를 맛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30만원은 내 원금도 아니니 부담감도 덜 할 것 같았다.


A는 매도를 눌렀다. 주문이 체결됐고 약 130만원 정도가 바로 예수금이 되었다. 30만원이 A의 돈이 된 것이다. A는 매우 기뻤다. 대체 그 동안 자신이 왜 주식을 안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쉬운 걸 왜 남들은 안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왜 어른들은 주식은 패가망신이라고 어린 애를 세뇌 시켜서 주식을 못하게 막았는지 그 분들에 대한 원망 아닌 원망까지 들었다.


내일이 기다려지는 A였다. 내일이 기다려졌던 마지막 날이 언제였단 말인가. 내일이 오면 또 10만원에서 30만원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희망을 보고 꿈을 꾸기 시작하는 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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