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지금도 오른다.
A는 느끼지 못 하고 있지만 오늘도 돈을 잃고 있다. 특별히 비싼 명품을 사지도 않았다.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제주도나 강원도로 여행을 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돈이 자동으로 없어진다. 인플레이션 덕분이다. 더 쉽게 말하면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아서다.
2000년 100인 이상 회사의 대졸 초임이 145만원 이었다. 지금 중소기업에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월급은 세금을 제외하면 2백 10만원 정도 된다. 2000년 대비 약 50% 상승했다. A가 좋아하는 자장면은 2000년도 평균가격이 약 2700원 이었다. 지금은 약 6000원 정도로 100% 이상 올랐다. 택시비는 1300원에서 3800으로, 500원이었던 전철과 버스는 약 1250 정도로 2.5배에서 3배가 올랐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월급도 올랐지만 물가는 더 많이 올랐다.
2000년에 A가 중소기업에 입사한 대졸 신입이었다면 자장면을 533그릇 먹을 수 있었던 반면 2022년 A는 자장면을 350그릇 밖에 먹지 못 한다.
집값은 물가에 잡히지 않는다. 서울 기준 아파트 평당 매매가격은 2000년도에 약 650만원 2022년 평균은 평당 3000만원이 넘어간다. 4배 이상 올랐다. 월세 전세 가격도 당연히 올랐다. 오르지 않는게 없다. 2000년에 입사해서 2022년까지 근속을 한 사람 중에 연봉이 4배가 오른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굳이 자세한 통계를 찾아 볼 필요도 없이 물가상승은 거의 매해 일어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소수에 불가하다. 안타깝게도 A는 전문직도 물가상승률 이상을 보장 받는 연봉상승을 매해 기대할 수 없는 회사를 다닌다. 더 아쉽게도 가지고 있는 부동산도 없다. 월세 아니면 전세대출 이자도 꼬박꼬박 지불해야 한다.
그 외에 대출까지 있다면 금리인상기에는 대출이자까지 상승한다.
A의 힘든 생활에 국가도 나서서 한 몫 해준다. 꼬박꼬박 걷어가는 세금을 꼬박꼬박 상승시켜 준다. 주머니에 남는 돈이 있는게 더 신기할 정도다. 집값, 소비지출 그리고 세금 모든 것이 오르고 또 오른다.
단순계산으로 물가가 4% 오른 해에 A의 연봉이 3% 상승했다면 A는 연봉상승이 아닌 연봉삭감을 당한 것과 다름이 없다. 올랐지만 안 올랐어요라는 말이 맞는 말이 된다.
만약 A가 대기업에 입사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2002년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약 2400만원이었고 2022년 대기업 초봉은 약 6천만원, 2.5배 정도가 올랐다. 하지만 대기업에 입사한 A라 할지라도 평생 회사를 다닐 수 없고 물가상승에 대처할 수단이 월급 밖에 없다면 종국에는 물가상승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다.
집값이 과대평가 돼있고 고점이라는 말을 A는 믿고 있고 결국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는 말도 믿고 싶어한다. 집값이 언제나 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세입자를 구하지 못 해 월세, 전세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도 있어 왔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경제가 발전하게 된다면 대도시의 집값은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고, 경제가 성장하는한 물가와 더불어 집값은 꾸준히 오를 것이다. 지금도 많이 올랐다고 하는 아파트 가격은 경제가 성장하는 한 오를 수 밖에 없다. 베이징의 30평 아파트의 가격은 30억이고 도쿄의 중심부 집값은 서울보다 비싸다. 홍콩은 30평대 아파트가 비싸면 50억까지도 한다.
중소기업 아니면 대기업에 입사했을 때 월급으로 누릴 수 있는 생활이 달라지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어느 쪽이던 물가상승률과 집값 상승률을 상회할 수 있는 대안이 월급 밖에 없다면 물가상승률의 희생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지금 당장 물가상승과 집값 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체감하느냐 아니면 물가상승을 대비하지 못 해 훗날 물가상승의 희생자가 되느냐의 차이이다. 그리고 월급은 언젠가는 끊기기 마련이다.
A는 생각에 빠졌다. 도무지 자신의 월급이 오르는 물가를 따라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내 집 마련의 꿈은 고사하고 지금 내야 할 월세나 전세대출 이자를 생각하니 답은 더 없었다.
A는 자신의 월급만으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공포에 사로 잡혔다. 그래서 투자를 결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