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게 돈을 모으는 방법
2000년 어느 날 A는 자신이 모은 돈 천만원을 항아리에 담아 비밀스러운 장소에 묻어 두었다. 마음이 굉장히 뿌듯했다. 자신이 노력해 번 돈 천 만원, 밤 잠자리에 누울때마다 천만원을 생각하면 자동으로 싱글벙글 해졌다. 돈 때문에 힘든 일이 있어도 항아리에 담긴 천만원을 생각하면 기운도 나고 힘든 일도 잘 참아 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항아리의 천만원은 A에게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20년 뒤 A는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1000만원을 꺼냈다. 빳빳한 천만원 어치의 지폐가 그대로 항아리에 있었다. A는 행복하기 그지 없었다.
2000년대 초반 강남 대치동의 어느 아파트는 2억 초반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A는 천만원으로 대치동의 그 아파트를 살수 없었다 할지라도, 그 외의 다른 아파트나 빌라 같은 부동산을 대출을 끼고 구매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부동산을 샀느냐에 다르겠지만 만약 A가 2000년도 초반에 부동산을 구매했다면 항아리에 담긴 원금 천만원 보다는 많은 수익을 보았을 것이다.
대출이 싫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적어 은행에 적금을 들어 4%의 이자를 받고 다시 받은 이자와 함께 계속해서 현재까지 적금으로 투자를 이어왔다면 원금 천만원은 2천 5백만원 정도로 증가했을 것이다.
2000년대 금시세는 1돈, 4만원 대였고 현재, 2022년, 가격은 1돈에 29만원이다. 천만원으로 금을 샀다면 현재 6천만원 정도가 된다.
삼성전자는 2000년 10월 18일 최저가 13만 6500원 이었다. 2018년도 액면분할 이후 현재의 수정주가로 따지면 2730원이다. 보수적으로 봤을 때 A는 천만원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대략 60주 정도를 살 수 있었다. 그리고 2018년 삼성전자는 50:1로 액면분할을 한다. 만약 A씨가 2000년도에 삼성전자 60주를 샀다면 현재 그가 가진 삼성전자의 주식수는 3000주가 된다. 삼성전자가 현재 약 6만원 선에 거래 되고 있으니 3000주의 가격은 1억 8천이 된다. 원금이 18배가 불어나게 된 것이다. 배당은 제외한 수익이다.
아니면 최소 은행적금을 4%대로 받으며 유지할 정도의 관심만 가졌어도 항아리의 천만원을 20년 동안 2천만원 정도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이미 지났고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다. 후회는 어떤 결정도 내려주지 않는다.
A에게 더 최악인 상황은 20년 전 항아리에서 묻어 둔 천만원은 오늘도 여전히 천만원 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새 지폐 같은 그 천만원은 그저 천만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국민 중형차라 불리던 자동차가 2000년에는 1천 4백만원에 팔렸다. 하지만 같은 모델이 현재 2천 6백만원에 팔리고 있다. 같은 천만원의 가치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졌다.
돈을 아끼고 스스로 저축해서 모은 천만원의 가치는 A에게 돈 그 이상의 가치였을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보았을 때 천만원은 낭비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A가 부동산에도 무지하고 투자에도 관심이 없었을 수 있다. 천만원을 항아리가 아닌 유흥이나 기타 소비에 탕진했을 수도 있다. 항아리에 담아 묻은 A의 결정이 옳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A가 조금만 세상에 눈을 돌려 경제나 투자에 관심을 두었다면 천만원을 경제적으로 낭비하는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항아리를 열어 본 A는 천만원을 보며 흐뭇해한다. 행복감을 만끽한 A는 다시 항아리의 뚜껑을 웃으며 닫는다. 다시 시간은 흘러 20년이 지났다. 백발이 성성한 A는 다시 항아리를 열고 천만원을 손에 쥐었다. 행복한 감정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천만원은 여전히 그자리, 그 항아리에 안에 천만원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다시 A는 항아리 뚜껑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