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는 하지 말아야 할 주식 물타기를 해버렸다.
저명한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다니엘 카너만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손실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를 짧게 말하면 손실회편향이고 간단하게 말하면 뭔가를 잃어버리는 걸 끔찍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인간이 왜 그렇게 생겨 먹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다수의 사람은 돈을 잃었을 때 받는 불쾌함이 돈을 땄을 때의 행복감보다 더 크게 느낀다.
비약해서 말하자면 1000만원을 얻었을 때의 행복감보다 100만원을 잃었을 때의 불쾌감이 몇 배 더 크다는 것이다. 1000만원 복권을 맞은 날 현금 100만원을 잃어버렸다면 사람이 더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100만원을 잃었다는 불쾌감이다.
A는 자신이 산 주식이 떨어지자 초기 투자금 백만원만 쓰겠다는 원칙을 어겼다. 자신이 판단했을 때 상승하리라 생각했던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자신의 생각과 예측 그리고 추측이 모두 틀렸다. A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미 절반 가까이 손해를 보고 있는 주식에 200만원을 더 투자했다. 자신이 모아 둔 1000만원 중 300만원이 이미 주식에 들어갔다. A는 XXX바이오를 매수하며 자신도 모르게 기도하고 있었다. 제발.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곳이다. A가 거금 200만원을 들여 주식의 평균단가를 내렸음에도 아직도 주식계좌는 수익이 나지 않고 파란색에 머물렀다. 출근한 A의 마음은 갈 곳 없는 방랑자처럼 이곳 저곳을 헤매었다. 제발이라는 말을 마음 속으로 천번 만번을 외쳐도 주식의 가격은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도 않았다.
A는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 하고 있었다. A는 XXX바이오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고 또 찾아 보았다. 떨어지는 이유를 알고 싶었고 언제 다시 오를지 알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어느 기사도 XXX바이오가 왜 떨어지는지 언제 반등하여 A에게 수익을 안겨줄지 설명해 주지 못했다.
처음부터 꼬여 있었다. 첫 단추부터 잘 못 되었다. A는 직장 동료의 말만 듣고 주식을 샀다. 사면서도 대충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만 알았을 뿐 자세한 사항에 대해 알려 하지 않았다. 제약회사, 바이오회사 등의 주식을 살 때 3상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FED승인이 어떤 영향을 가지는지 그리고 얼마나 받기 힘든지 등등 아무것도 아는게 없었다. 지금에서야 기사를 찾아보고 또 찾아보며 하나 하나씩 알아가고 있었다.
200만원을 물탄 이유도 합리적인 이성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었다. A에게 왜 떨어지는 주식을 더 샀냐고 묻는다면 여러가지 이유를 대겠지만, 사실 A도 그 진짜 이유를 알지 못 했다. 단지 떨어지는 주식가격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스트레스를 줄이고 싶다는 열망, 돈을 잃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강한 본능에 스스로 설득 당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 했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과 행동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평소에도 말수가 많이 없던 A의 말수는 더 줄어들었다. 주식 어플리케이션을 지우는 것도 모자라 스마트폰을 한강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누구에게는 300만원이 별거 아닌 돈 처럼 여겨 질 수 있지만 A에게는 힘들게 모은 소중한 돈이었다. 불과 한 달도 안돼 300만원을 날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했다.
동료들이 모이는 점심시간에도 가만히 서서 사람들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자칭 주식천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XXX바이오를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는지 아니면 기다려야 하는지 고민에 또 고민만을 거듭했다. 지금이라도 팔면 이전보다 손해를 덜 볼 수 있다. 하지만 손해는 여전히 손해다.
원금이 깎이는 손해를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더 기다리다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를 수도 있지 않은가. 누군가 나서서 자신에게 팔지 말지에 대한 계시를 내려주길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계시도 당연히 내려 오지 않았다.
A는 버티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들어간 돈을 포기 할 수 없었다. 기다리면 다시 기회가 온다는 동료들의 말도 곱씹어 생각했다. 매일 출근길이 즐겁지가 않았다. 잠들 때는 희망으로 잠들었지만 하루는 절망으로 시작했다. 불행히도 A가 물까지 탄 XXX바이오는 A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났다. A는 거의 자포자기 하는 심정이었다. 지금 가격에 물을 더 탈 엄두도 내지 못 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가격이 다시 올랐지만 한 번은 가격이 더 떨어진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A는 말로만 듣던 강제 장기투자의 의미를 깨닫고 있었다. 하루 하루가 스트레스였고 벗어날 기회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A의 소망이 담긴 기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XXX바이오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A가 산 가격보다 5%나 상승해 있었다. A의 한 달 묶은 체증이 내려 가고 있었다. 그 동안 해 온 마음고생에 보답을 받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A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 동안 자신이 받은 고통과 슬픔 그리고 분노에 대한 보상을 원했다. 지금 이렇게 오르고 있는데 매도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하루에 20만원씩 수익을 올리지 못 했음에 억울함이 너무 컸다. 하지만 A는 과감하게 매도를 눌렀다. 약 16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주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하루 20만원을 목표로 했던 A였다. 현실은 한 달을 넘게 기다려 16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자신에게 위로하는 A였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XXX바이오는 시작가 대비 20%상승으로 마감을 했다. A는 망각의 동물이었다. 자신이 다짐한대로 수익이 나자마자 5%의 수익을 내고 주식을 팔았지만 자신이 놓친 15%의 수익이 더욱 아까웠다. 보통의 사람들이 돈을 잃는 걸 싫어하 듯 A도 돈을 잃는 걸 싫어했다. 설령 그 돈이 애초에 자신이 돈이 아니었더라도 말이다.
A는 XXX바이오는 쳐다 보기도 싫어졌다. 하지만 주식투자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다음 주식을 골라야 했다. A는 틈이 날 때마다 경제뉴스와 주식뉴스를 읽기 시작했다. 주식을 잘하려면 시황에 밝아야 하고 경제도 알아야 하며 세상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A는 충실히 뉴스를 꼼꼼히 챙겨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살 주식을 사기 위해 매우 신중하게 어떤 호재가 있는지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