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구감소 문제는 먼저 시작한 나라, 겪고 있는 나라, 겪게 될 나라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인구감소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그저 우리나라가 현재 저출산으로는 세계 1등을 달리고 있을 뿐이다.
저출산 이야기가 나오면 정말 다양한 이유들이 등장한다. 개인적인 이유, 사회적인 이유, 국가적인 이유 등등 다양한 시각과 논리가 저출산의 늪을 설명하고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이유가 주장된다는 뜻은 누구도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답 없는 논란거리에 답이 아닌 또 다른 추측을 더 해보자면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돈일 확률이 매우 크다.
결국 결혼적령기의 각 개인의 경제적인 상황이 개선되지 않거나, 개선될 상황이 아니기에 결혼을 하지 않거나 미루거나 또는 결혼을 해도 출산을 하지 않는 경향이 생기는 것일 수 있다.
물론 경제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미혼을 유지하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을 수 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 전체적인 사회적 문제로 저출산은 각 개인의 경제적상황을 제대로 들여다 봐야 하지 않을까.
들여다 봐야 할 경제적 상황은 크게 두가지다.
맞벌이와 부모봉양
맞벌이는 집값과 물가가 오르면서 맞벌이 비율이 함께 올라야 하는데 맞벌이 비율 증가는 빠르지 않고 느린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맞벌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나라는 중공업과 수출 위주의 생산으로 먹고 사는 나라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일자리가 남성을 선호하는 구조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여자보다 남자가 높다. 여성의 인권이 어머니 세대와 비교하여 양적, 질적으로도 크게 상승했음에도 나라의 산업구조 자체가 대다수의 여성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대로 공급하기 힘든 구조다.
남자 혼자 벌어서 집을 사고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노후까지 준비해야 된다는 말은 소수에게나 해당 되는 말이다. 남자 혼자 벌어서는 절대 아이들을 키우고 집을 사고 노후를 준비 할 수 없는 사회가 된지 오래다. 물가와 집값 그리고 생활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남자 혼자 감당하기 힘든 사회가 된지 오래지만 맞벌이 가구는 생각만큼 그렇게 높지 않다.
연애는 여자의 선택, 결혼은 남자의 선택이라 누가 말했던가.
남자는 지레 겁을 먹는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남자가 집을 해야 한다. 남자는 가장으로서 경제적으로 가정을 부양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면 구시대적 발언을 아직도 하느냐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그런 생각을 대다수가 하던 시대를 살아온 부모세대가 있다. 구시대를 살아 온 그 분들이 아직도 현시대를 함께 살고 있음에 “남자가 가장으로 제대로 해야 된다.”라는 인식은 예전보다 약화되었을 뿐 여전히 사회에 남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알게 모르게 또는 무의식적으로 가진 남성들은 자신의 아버지처럼 할 자신이 없음에 결혼을 미루거나 회피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현시대적인 생각으로 결혼을 두 사람의 문제이며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결혼을 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집을 두 사람이 한 집을 구매하고 대출금을 갚고 생활을 하려면 맞벌이는 거의 필수인 시대다. 그렇기에 아이를 생각하기 힘들어진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보통 여성이 휴직이나 퇴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남편이 더 많은 월급을 받기에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이런 결정을 내릴 것이다.
문제는 아이를 갖기로 하고 아내가 퇴사를 한다면 소득이 절반 또는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줄어 든다. 집을 구매했건, 전세, 월세를 얻었건 집값은 고정비로 나가게 되어 있다. 거기에 아이까지 태어나면 들어갈 돈은 최소 두배로 늘어난다. 아이를 위해서만 모든 돈을 써도 모자라겠지만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은 아무리 써도 부족하다.
아직도 대한민국에서는 아이를 낳고 난 뒤 장기 휴직은 불가능에 가깝다. 장기 휴직이 불가하니 아이를 낳기 위해선 퇴사를 해야 하는게 대다수다. 하지만 아이를 갖는 결정을 내리기 전 젊은 부부는 미래를 계산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계산은 두 사람이 새 가족을 얻는 기쁨이 아닌 망설임을 먼저 가져다 줄 확률이 매우 높다.
아이를 맞길 곳도 없다. 육아 휴직을 반년 또는 1년 단위로 얻을 수 있는 회사를 다닐지라도 그 다음이 문제다. 복직해서 아이를 온 종일 맡길만한 기관이 없다. 돌이 지난 아이를 떼어 놓는 것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복직을 해야 한다면 아이를 어딘가에 맡겨야 한다. 하지만 그럴 기관을 접할 수 있는 부모는 소수다.
맞벌이를 해야 가정을 이루고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된지 오래다. 그렇기에 한 가정이 아이를 낳고 나서도 맞벌이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환경은 필수다. 부족한 육아휴직, 장기육아휴직 또는 경력단절 후 복직에 불안, 이런 문제가 해결 된다 할지라도 맞벌이 부부의 아이를 돌봐줄 인프라가 거의 전무하다.
부모봉양
전세계에서 저출산으로 1위를 달리는게 아니다. OECD에서는 노인빈곤이 1위를 달리고 있다. 65세 인구가 900만에 달한다.
노인인구 40% 정도가 빈곤에 시달린다. 중위소득 중간 소득을 얻지 못하는 인구를 노인빈곤에 속하게 된다. 2023년 1인 중위소득은 207만원 정도 된다. 월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65세 노인인구가 10명 중 4명이라는 소리다. 거기에 207만원 미만 100만원 이상을 버는 노인인구는 노인빈곤율에 속하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월 소득 200만원이 안되는 노인인구는 더욱 늘어날 게 자명하다.
노인빈곤이 끼치는 영향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노인들이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경제적 발전 대비 사회 시스템을 통한 개인의 노후 대비는 등한시 해왔고 지금도 그런 추세는 크게 변함이 없다.
결국 각 개인이 노후대비를 알아서 해야 되는 시스템이다. 아니 개인이 노후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보조해주는 시스템이 없다고 봐도 좋다. 연금이 있지만 그 연금만으로 안락한 노후를 보내는 노인이 몇 명이나 될까.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생각은 100년 전의 사람들과 사뭇 다를 것이다. 하지만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은 한가지 사상이 있다. 효도다.
과거에 비하면 효도의 개념이 많이 바뀌었고 부모와 같이 살지 않는 개인들도 늘었지만 여전히 부모에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같이 살지 않더라도 부모가 고생하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자식들은 거의 없다. 어쩔 수 없이 경제적 여건이 너무 열악하여 도움을 주지 못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부모에게 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노인 빈곤율이 이렇게 높다는 의미는 경제적 약자인 이 노인들을 그네들의 자녀들이 떠 바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결혼을 할 때 상대방 부모의 재산을 보는 건 대한민국에서 흔한 일이다. 만약 부모의 노후가 준비가 되지 않은 집의 자녀라면 결혼을 애초에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부모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결혼을 한다면, 당연히 아이를 갖는 일은 더욱 힘들어 질 수 있다.
경제적으로 부족하거나 열악한 환경에 처한 부모를 모른 척하고 자신만의 인생을 행복하게 꾸려나가고자 한다면 죄책감이 생길 수도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까지 봉양해야 한다면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하지만 그런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대한민국이다.
한 개인 또는 부부가 책임져야 할 범위도 무게도 너무 넓고 무겁다. 저출산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