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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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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Sep 09. 2024

하얀방

2

가슴에 솜이 가득찬 것 같았다. 숨이 평소처럼 쉬어지지 않았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평범한 날들 중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과 특별한 상황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건 엄연히 다른 일이었다. 


“거기 누구 없어요!!” 


쩍쩍 갈라질 듯 마른 입과 목이 아팠지만 외침을 멈출 수 없었다.


“여기 사람 있어요! 누구 없어요?”


벽을 치며 소리를 더 해 보았다. 벽을 쳤지만 소리는 벽이 먹어버렸다. 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더 소리쳐 보려 했지만 목이 찢어질 것 같았다. 남자는 침대에 주저 앉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얀 방 속에 남자 혼자 있었다. 침대의 푹신함 만이 남자를 조금이나마 위로해주고 있었다. 자포자기한 남자는 침대에 벌러덩 눕고 한 팔을 머리로 올려 눈을 감았다.


“여기..사람…있어요..”


갈라진 목 사이로 소리가 흘러나왔다. 따끔거리는 목과 없어지지 않는 숙취는 남자를 쉬고 싶게 만들었다. 배가 고파왔다. 속도 쓰린다. 하지만 남자는 침대에 누운 채 두 눈을 감았다. 


“후…”


도무지 자신이 이곳에 왜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잠이 드는 남자였다. 


쿨럭


눈을 떴지만 여전히 같은 방이었다. 눈을 뜬 남자는 입에 마를만큼 말라 말도 하기 힘들었다. 혀까지 마른다는게 어떤건지 처음 느끼고있었다. 다를거 하나 없는 그 방이었다. 불은 켜져 있었고 사각형의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침을 최대한 만들어 목 안으로 넘기고 싶었지만 원하는 만큼 입안에 침이 고이지 않았다. 찔금찔금 나오는 침을 계속해서 목 넘어로 넘기려 했지만, 말라 버린 목을 축이기에는 부족하기 짝이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소리를 치고 싶었지만 목이 아파 소리를 내고 싶지도 않았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으아.크…큭..”

마음의 분노를 소리로 내 뱉고 싶었지만 목이 그의 분노를 가로 막았다. 기운 없는 몸짓으로 남자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 걸터앉았다. 손으로 목을 쓰다듬었지만 목 안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다행이도 숙취로 인한 두통은 없어졌다. 


다시 방안을 천천히 둘러 보았다. 왼쪽을 보았을 때, 그러니까 방 한 쪽 벽의 모양처럼 모양이 난 곳 아래 500mm 생수 한통이 있었다.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생수 통으로 다가갔다. 생수통을 잡자 마자 뚜껑을 따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살 것 같다는 말의 진정한 뜻이 물이되어 머리에서 발끝까지 그리고 마음까지 전달되어 몸 안을 돌았다. 바짝 말라 갈라져 따가웠던 목이 한 결 나아졌다. 


“이제 살겠네…”

500mm 생수를 단 숨에 마신 남자의 입에서 혼잣말이 자연스럽게 튀어 나왔다. 다 마신 생수통 안에는 몇 방울의 물만이 남아 있었다. 생수통을 거꾸로 들고 탈탈 털어 몇 방울의 물이라도 더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그 몇 방의 물은 그렇게 쉽게 흘러 나오지 않았다. 


남자는 생수통의 뚜껑을 닫고 바닥에 내려 놓았다. 문이 분명했다. 직사각형의 줄로 된 무늬만 있는게 아닌 문이 맞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물이 이곳에 있을리가 없었다. 남자는 다시 한 번 힘 것 직사각형 모양의 벽을 밀어 보았다. 하지만 움직일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직사각형을 만들고 있는 줄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보려 했다. 혹시 눈에 보이지 않는 문잡이가 있는지 찾으려 천천히 이곳 저곳을 눌러 보았다. 하지만 벽은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는 건 남자의 장기들이었다. 


꼬르륵


배가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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