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님, 정말 무식하게 투자해도 부자될 수 있습니다.

by 고호

차장님, 이번에는 '인덱스 펀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존 보글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보글은 우리가 지금 쉽게 접하는 인덱스 펀드를 세상에 처음 내놓은 사람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성공한 사업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한 사람의 신념이 수백만 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부를 쌓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존 보글은 1929년 5월 8일, 뉴저지주 몬트클레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태어난 해는 미국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해입니다. 1929년은 대공황이 시작된 해이기 때문입니다. 주식 시장이 붕괴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잃었고, 보글의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한때 부유했지만, 주식 시장 붕괴로 거의 모든 재산을 잃었습니다. 이 경험은 어린 보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나중에 그가 평범한 투자자들을 위한 안전하고 저렴한 투자 방법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족이 재산을 잃은 후, 보글의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운이 좋았습니다. 삼촌이 그의 교육비를 대주기로 했고, 덕분에 보글은 블레어 아카데미라는 좋은 학교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는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프린스턴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프린스턴에서 그는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 시절 보글은 뮤추얼 펀드에 대한 논문을 썼는데, 이 논문이 그의 인생 전체의 방향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는 이미 대학생 때부터 펀드 산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1951년, 보글은 대학을 졸업하고 웰링턴 매니지먼트라는 투자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당시 웰링턴은 하나의 투자 펀드만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보글은 회사가 여러 개의 펀드를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경영진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설득력이 있었고, 회사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보글은 빠르게 승진했고, 결국 웰링턴의 회장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 보글은 큰 실수를 합니다. 그는 보스턴의 한 투자 회사와 합병을 추진했는데, 이 결정이 재앙이 되었습니다. 합병된 회사는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추구했고, 1970년대 초 시장이 나빠지면서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결국 1974년, 보글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웰링턴에서 해고되었습니다. 45세의 나이에 일자리를 잃은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 시점에서 포기했을 겁니다. 하지만 보글은 달랐습니다.

해고된 직후, 보글은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1974년 9월 24일, 그는 뱅가드 그룹을 설립했습니다. 뱅가드라는 이름은 영국의 유명한 해군 제독 넬슨의 기함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보글은 이 새로운 회사를 통해 완전히 다른 방식의 투자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혁명적인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일반적인 투자 회사는 주주들이 따로 있고, 그 주주들이 회사를 소유합니다. 예를 들어 일반 자산운용사 A가 있다고 합시다. 이 회사의 주식은 개인 투자자나 다른 금융 회사들이 소유합니다. 회사 A는 고객들의 돈을 펀드로 운용하면서 수수료를 받습니다. 만약 100억 원을 운용하면서 연 1%의 수수료를 받는다면, 1억 원의 수수료 수입이 생깁니다. 이 1억 원에서 직원 월급과 사무실 임대료 같은 비용을 빼고 5천만 원이 남으면, 이 돈은 회사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갑니다.


여기서 문제가 뭘까요? 회사의 주주들은 펀드에 투자한 고객들과 전혀 다른 사람들입니다. 주주들은 회사가 더 많은 이익을 내길 원합니다. 이익을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수수료를 올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수료를 올리면 펀드 투자자들이 손해를 봅니다. 결국 회사 주주의 이익과 펀드 투자자의 이익이 충돌하는 구조입니다. 주주들은 "수수료를 1%에서 1.5%로 올리면 우리가 받는 배당이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만, 펀드 투자자들은 "수수료가 올라서 내 수익이 줄어든다"고 불만을 갖게 됩니다.


보글은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직접 회사를 소유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뱅가드를 완전히 새로운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뱅가드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뱅가드 회사는 외부 주주가 없습니다. 대신 뱅가드가 운용하는 펀드들이 뱅가드 회사를 소유합니다. 예를 들어 뱅가드 500 펀드, 뱅가드 채권 펀드, 뱅가드 국제 펀드 등 여러 펀드가 있다면, 이 펀드들이 모여서 뱅가드 회사 자체를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 펀드는 누가 소유할까요? 그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차장님이 뱅가드 500 펀드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차장님은 뱅가드 500 펀드의 일부를 소유하게 됩니다. 그리고 뱅가드 500 펀드는 뱅가드 회사의 일부를 소유합니다. 따라서 차장님은 간접적으로 뱅가드 회사의 일부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펀드 투자자 = 펀드 소유자 = 회사 소유자, 이 세 가지가 모두 같은 사람들입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뱅가드 회사가 수수료로 이익을 남기면, 그 이익은 외부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외부 주주가 없으니까요. 대신 그 이익은 회사 운영 비용을 낮추는 데 사용됩니다. 좋은 직원을 더 고용하거나,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또는 수수료 자체를 낮추는 데 씁니다. 결국 그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바로 펀드 투자자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회사의 주인이니까요.


그래서 뱅가드는 완전히 새로운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뱅가드에서는 펀드 자체가 회사를 소유합니다. 그리고 펀드의 투자자들이 펀드를 소유하니까, 결국 투자자들이 회사를 소유하는 셈입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회사가 이익을 남기면, 그 이익은 외부 주주들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회사 운영 비용을 낮추는 데 쓰입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이 내는 수수료가 낮아집니다. 투자자와 회사의 이해관계를 완전히 일치시킨 것입니다.


뱅가드를 만든 지 2년 후인 1976년, 보글은 또 하나의 혁명적인 상품을 내놓습니다. 바로 뱅가드 500 인덱스 펀드입니다. 이것은 세계 최초의 개인 투자자를 위한 인덱스 펀드였습니다. 인덱스 펀드가 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반적인 펀드는 펀드 매니저가 "이 주식이 오를 것 같다", "저 주식은 팔아야겠다"라고 판단하며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고팝니다. 이를 액티브 펀드라고 합니다. 반면 인덱스 펀드는 특정 지수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뱅가드 500 펀드는 S&P 500 지수를 따라갑니다. S&P 500이란 미국의 대표적인 500개 기업의 주식으로 구성된 지수입니다. 뱅가드 500 펀드는 이 500개 기업의 주식을 지수와 똑같은 비율로 사서 보유하기만 합니다.


당시 월스트리트의 반응은 차갑기를 넘어 적대적이었습니다. 한 유명한 펀드 매니저는 뱅가드 500 펀드를 "평범함에 만족하는 비미국적인 펀드"라고 비난했습니다. 왜 이렇게 반응했을까요? 보글의 아이디어는 기존 투자 업계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펀드 매니저들은 자신들이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며 높은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보글은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는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길 수 없다. 그러니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그들을 믿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뱅가드 500 펀드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첫 모금에서 겨우 1,100만 달러만 모았습니다. 당시로서는 큰 실패였습니다. 언론은 이 펀드를 "보글의 바보짓"이라고 조롱했습니다. 하지만 보글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옳다는 것을 확신했고, 시간이 증명해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믿음은 옳았습니다. 2022년 7월 기준으로 뱅가드 500 펀드는 7,09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1,100만 달러에서 7,090억 달러로 성장한 것입니다. 이것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투자 상품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보글의 철학은 간단했지만 강력했습니다. 첫째, 평범한 투자자는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길 수 없습니다. 많은 연구가 이를 증명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운이 좋아서 시장을 이기는 펀드들이 있지만, 10년, 20년을 보면 시장을 지속적으로 이기는 펀드는 극히 드뭅니다. 둘째, 투자에서 비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높은 수수료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크게 깎아먹습니다. 셋째, 단순함이 최고입니다. 복잡한 전략보다는 시장 전체에 투자하고 오래 보유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입니다.


이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액티브 펀드 A와 인덱스 펀드 B를 비교해봅시다. 액티브 펀드 A는 연 수수료가 2%입니다. 펀드 매니저가 열심히 일하니까 당연히 수수료를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덱스 펀드 B는 연 수수료가 0.1%입니다. 그냥 지수를 따라가기만 하니까 수수료가 낮습니다. 둘 다 1,000만 원을 투자하고 30년 동안 연평균 8%의 수익률을 냈다고 가정해봅시다. 하지만 수수료가 다릅니다.


액티브 펀드 A는 8%에서 2%를 빼면 실제로는 6%의 수익률입니다. 30년 후에는 약 5,743만 원이 됩니다. 인덱스 펀드 B는 8%에서 0.1%를 빼면 7.9%의 수익률입니다. 30년 후에는 약 9,933만 원이 됩니다. 차이가 무려 4,190만 원입니다. 차장님, 이것이 바로 비용의 힘입니다. 겨우 1.9% 차이가 30년 후에는 거의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보글이 비용을 그토록 강조한 이유입니다.


보글이 주장한 패시브 투자와 액티브 투자의 차이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액티브 투자는 펀드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주식을 고르고 사고팔면서 시장을 이기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조사가 필요하고, 자주 거래를 해야 하고, 많은 사람을 고용해야 합니다.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듭니다. 패시브 투자는 시장 전체를 사서 그냥 보유하는 것입니다. 시장을 이기려고 하지 않고, 시장만큼만 수익을 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거래를 거의 하지 않으니 비용이 낮습니다.


보글은 패시브 투자가 더 낫다고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액티브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기려고 쓰는 높은 비용이 오히려 수익을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펀드 매니저가 정말 뛰어나서 시장보다 2% 더 수익을 낸다고 합시다. 하지만 수수료가 2%라면, 투자자는 결국 시장 수익률만 얻게 됩니다. 만약 매니저가 시장과 똑같은 수익을 내면, 투자자는 수수료 때문에 시장보다 못한 수익을 얻습니다. 그리고 통계적으로 대부분의 매니저는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기지 못합니다.


인덱스 펀드의 장점은 여러 가지입니다. 첫째, 자동으로 분산 투자가 됩니다. 뱅가드 500 펀드를 사면 미국의 대표 기업 500개에 동시에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그중 한 회사가 망해도 전체 펀드에는 큰 영향이 없습니다. 개별 주식을 사면 그 회사가 망하면 투자금을 모두 잃을 수 있지만, 인덱스 펀드는 그런 위험이 훨씬 낮습니다. 둘째, 운용 수수료가 낮습니다. 펀드 매니저가 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지수에 포함된 주식들을 같은 비율로 사서 보유하기만 하면 됩니다. 지수가 바뀔 때만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 됩니다.

셋째, 거래가 적어서 세금 면에서 유리합니다. 주식을 팔 때마다 양도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액티브 펀드는 자주 주식을 사고팔기 때문에 세금을 많이 냅니다. 하지만 인덱스 펀드는 거래를 거의 하지 않으니 세금도 적게 냅니다. 장기적으로 이 차이도 상당히 큽니다. 넷째, 투명합니다. 인덱스 펀드가 어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지수 구성을 보면 되니까요. 액티브 펀드는 펀드 매니저가 무엇을 사는지 즉시 알 수 없습니다.


보글은 1999년에 뱅가드의 CEO와 회장직에서 은퇴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에 그는 "뮤추얼 펀드 상식"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고전이 되었습니다. 책에서 그는 자신의 투자 철학을 자세히 설명했고, 평범한 투자자들이 어떻게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는지 알려주었습니다. 보글은 은퇴 후에도 강연과 집필 활동을 계속하며 투자자 교육에 힘썼습니다. 그는 2019년 1월 16일,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보글이 남긴 유산은 엄청납니다. 그가 만든 뱅가드 그룹은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산 운용사입니다. 수조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시작한 인덱스 펀드 혁명입니다. 지금은 거의 모든 투자 회사가 인덱스 펀드를 제공합니다. 수백만 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낮은 비용으로 주식 시장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보글이 인덱스 펀드를 만들지 않았다면, 투자자들은 지난 40년 동안 수천억 달러를 더 많은 수수료로 냈을 것이라고 합니다.


보글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첫째, 단순함의 힘입니다. 투자는 복잡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장 전체에 투자하고 오래 보유하는 전략입니다. 둘째, 비용의 중요성입니다. 1~2%의 수수료 차이가 작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차이를 만듭니다. 항상 낮은 비용의 상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셋째, 겸손함입니다. 보글은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오만함을 버렸습니다. 대신 시장과 같이 가면서 비용을 낮추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이것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넷째, 장기 투자의 중요성입니다. 보글은 항상 장기 투자를 강조했습니다. 단기적으로 시장을 예측하려고 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시장의 성장에 함께하라고 했습니다. 다섯째,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글은 뱅가드를 투자자들이 소유하는 구조로 만들어서 회사와 투자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켰습니다. 이것은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입니다. 고객의 이익을 진정으로 우선시하는 회사가 결국 성공합니다.


존 보글은 1929년 대공황으로 재산을 잃은 가정에서 태어나, 해고를 당하는 좌절을 겪었지만, 결국 수백만 명의 투자자들에게 부를 쌓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위대한 혁신가였습니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화려한 투자 기법이나 복잡한 전략이 아니라, 단순하고 저렴하며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을 만든 것입니다. 보글 자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평생 하려고 한 일은 투자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그 일을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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