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18일부터 6월12일까지 26일간의 조지아 자유여행
6월 1일 일요일,
조용한 일요일 아침의 발견
7시 30분에 일어나 휴대폰으로 이런저런 소식을 확인했다. 세수를 하고 8시 40분에 호텔을 나왔다. 밖에 나왔는데 쿠타이시 중심가에 가게를 오픈한 곳이 거의 없었다. 아마도 일요일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쿠타이시 공원에도 사람이 거의 없어 고요함이 느껴졌다.
쿠타이시 공원 모퉁이에서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커피값 4라리를 가지고 있는 많은 동전으로 지불했다. 카페 주인 젊은 여성은 내가 가진 많은 동전을 보더니 지폐 5라리를 주면서 동전을 달라고 했다. 여행자들이 남기고 간 동전들을 정리해주는 현지인의 작은 배려였다.
[ 바그라티 대성당에 가는 길에 본 체인 브릿지 ]
바그라티 대성당에서 만난 특별한 순간
[ 바그라티 대성당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와인 가게 ]
바그라티 대성당에 올라가면서 주위에 수제 와인을 판매하는 작은 카페들을 봤다. 대성당에 올라가는 10여 분 동안 일요일인데 대성당에 가는 차를 볼 수가 없었다.
【바그라티 대성당(Bagrati Cathedral)】
[ 바그라티 대성당 ]
바그라티 대성당은 11세기에 건설된 조지아 정교회의 대표적인 성당이다. 조지아를 통일한 바그라트 3세의 이름을 딴 이 성당은 쿠타이시의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오스만 제국의 침입으로 한때 파괴되었지만, 2012년 복원 공사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되찾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조지아 건축의 황금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산이다.
올라가서 바그라티 대성당에 도착했다. 이쁜 기념품 가게가 한 개 있었고, 대성당 안에는 성당 건물과 종탑 건물, 큰 십자가, 그리고 우물이 있었다. 언덕 위에서 쿠타이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음악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 노래 부르는 사제 세분 ]
가보니 사제옷을 입은 3명의 남성분들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투어 코스에서 요청하면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았다. 내가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니 가이드가 나에게 찍으려면 5라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5라리를 지불하고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노래가 끝나고 그 노래 부른 세분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조지아 전통 폴리포니 음악이 성당의 고요함과 어우러져 마치 천상의 합창을 듣는 듯했다.
그린 바자르에서의 신선한 만남
성당에서 내려오는 길에 그린 바자르 근처의 작은 가게에서 토마토와 오이를 샀다. 지금은 일요일 9시 50분. 그린 바자르에 들어왔더니 모든 상점이 문을 열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컸고 식료품이나 농산물뿐만 아니라 공산품들도 팔고 있었다. 나는 한 가게에서 딸기를 샀다. 그린 바자르는 쿠타이시 시민들의 생활 중심지로, 이메레티 지방의 신선한 농산물과 전통 음식 재료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 웨딩 촬영을 하는 신부 모습 ]
호스텔로 들어가 어제의 여행 일지를 쓰고, 간단히 아침식사를 했다. 어제 예약한 마르빌리 협곡과 프로메테우스 동굴 투어를 12시 시작에 맞춰 만나는 장소에 갔다. 호텔에서 5분 거리에 투어 시작하는 위치가 있었다.
하트 모양 신호등의 작은 감동
12시 15분, 2대의 차로 출발했다. 내가 탄 차에는 홍콩인, 콜롬비아인 2명과 우리 6명이 함께했다. 바투미에서 메스티아 갈 때 시끄럽게 음악을 크게 틀고 말이 많던 가이드를 쿠타이시에서 또 만났다. 우리 차의 가이드를 맡았는데 역시 말이 많았다. 가는 동안 홍콩인과 콜롬비아인과 계속 큰소리로 대화를 했다.
[ 빨간색 하드의 신호등 ]
날이 맑아서 기분 좋게 왕복 2차선 길을 100킬로의 속도로 달렸다. 쿠타이시 외곽으로 빠져서 가는데 신호등 앞에 섰는데 신호등의 빨간 것이 하트 모양이었다.
물끄러미 신호등을 바라보는데, 빨간불이 하트 모양이라니. 순간, 이 도시가 나에게 "잠깐 멈춰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멈춤이 꼭 지루한 기다림이 아니라, 따뜻한 배려일 수도 있음을 배운다. 조지아의 거리에는 이렇게 작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디테일이 숨어 있다. 이곳에서는 교통도 사랑스럽고, 멈춤도 감동이 된다.
프로메테우스 동굴의 신비로운 세계
12시 45분에 프로메테우스 동굴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와 있었다. 일요일인 만큼 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프로메테우스 동굴(Prometheus Cave)】
[ 프로메테우스 동굴 ]
프로메테우스 동굴은 쿠타이시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조지아 최대 규모의 종유석 동굴이다. 1984년 발견된 이 동굴은 총 길이가 11km에 달하며, 그 중 1.8km 구간이 관광객에게 개방되어 있다. 동굴 내부는 6개의 홀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다양한 종유석과 석순들이 장관을 이룬다. 동굴 끝에서는 지하강에서 보트를 타고 나올 수 있는 특별한 체험도 제공한다.
프로메테우스 동굴 입장료는 인당 25라리였다. 2명 입장료를 사고 입구 조지아 지도 앞에서 조지아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화장실 다녀와 1시 15분에 출발했다. 우린 프로메테우스 동굴 안에서 하는 카누 투어는 표를 사지 않았다.
프로메테우스 동굴은 기대 이상으로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정말 오래된 동굴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동굴 내부의 종유석들은 마치 자연이 만든 거대한 조각품 같았고, 형형색색의 조명이 더해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별한 수제 동전 만들기 체험
[ 동굴 내부에서 외부로 나오는 배 ]
동굴 출구 밖으로 나오니 2시 15분이었다. 동굴 밖에 호수가 있었다. 알고 보니 동굴 안에서 탄 배가 내리는 곳이었다. 배 타는 것을 신청한 사람들은 안에서 배를 타고 나오게 되어 있었다. 나오는 것을 보니 카누가 아니라 10여 명이 타는 배였다. 2시 38분에 동굴 후문에서 버스를 타고 정문으로 이동했다.
프로메테우스 동굴 투어를 마치고 버스를 타러 가는 중에 코인을 망치로 때려치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다가가서 보니 관광객이 동전의 앞뒤 무늬를 선택하면 그에 맞는 수제 코인을 만들어 주는 분이었다.
자신만의 동전을 만든다는 것이 재미있어 나도 무늬를 선택했다. 할아버지가 망치를 내리치자 바로 동전이 만들어졌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단순한 기념품을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내 눈앞에서 직접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할아버지의 숙련된 손길과 오래된 전통 기법으로 만들어진 나만의 동전은 프로메테우스 동굴의 신비로운 경험과 함께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이런 작은 장인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대량생산된 기념품보다 훨씬 의미 있고 개성 있는 선물을 얻을 수 있었다.
마르빌리 협곡에서의 모험
이후 다시 미니버스로 이동. 3시 50분 마르빌리 협곡에 도착했다.
【마트빌리 협곡(Martvili Canyon)】
[ 마트빌리 협곡 입구 ]
마트빌리 협곡은 쿠타이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자연 협곡이다. 석회암 지형이 수백만 년에 걸쳐 침식되어 형성된 이 협곡은 최대 깊이 40m, 총 길이 2.4km에 달한다. 에메랄드빛 물과 깎아지른 절벽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가히 압도적이다. 협곡 내부에서는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물 위를 떠다니며 협곡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도착하니 알려진 관광지에 비해 덜 붐비지만, 그 아름다움은 결코 작지 않았다. 협곡은 수천 년 동안 침식된 석회암 지형 속을 흐르는 강이 만든 자연 조각품이자, 조지아의 또 다른 보석 같은 장소였다.
[ 협곡에서 보투 투어 ]
입장 게이트를 지나면, 에메랄드빛 강물이 바위 사이를 유유히 흐르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강을 따라 이어진 나무 데크를 걷다 보면 협곡의 맑은 물소리와 초록빛 반짝임이 마음까지 씻어내는 듯했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역시 짧지만 인상적인 보트 투어였다. 노를 젓는 현지인의 안내를 받으며 작은 보트에 몸을 맡기고, 협곡 내부 깊숙한 곳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양옆으로 높이 솟은 절벽과 위에서 떨어지는 작은 폭포들, 그리고 햇빛이 물 위에 비추며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보트 투어는 약 15~20분 정도로 짧지만, 협곡의 정수를 경험하기에 충분했다. 과거에는 귀족들이 이곳을 목욕 장소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는데, 지금은 그 물이 여행자의 피로를 씻어주는 쉼터가 되었다.
자연은 사람을 감동시키기 위해 화려할 필요가 없다는 걸, 마트빌리 협곡이 조용히 말해주는 듯했다. 에메랄드 강물 위를 조용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는 그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느림의 아름다움'을 새삼 다시 떠올렸다.
협곡 앞 레스토랑에서 콩으로 만든 수프, 샐러드, 고기와 감자, 맥주 2잔을 마셨다. 맛있었다. 협곡 입장 비용은 1인당 20라리, 카누 비용 20라리였다. 2명 총 80라리를 지불했다.
[ 협곡 내부 ]
5시 12분에 협곡 입구에서 출발. 온도가 29도일 정도로 매우 더웠다. 가이드를 제외하고 10명이 함께 다녔다. 협곡 입구에서 구명조끼를 입었다. 조금 내려가니 바로 작은 고무 카누를 타는 곳이 있었다.
여행에서의 하나의 재미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해하는 콜롬비아 커플에게 드롭링 마술과 줄 가운데 있는 링을 빼는 마술을 보여주었다. 여성이 너무 좋아했고 남자도 굿을 외쳤다. 식사 후 마술을 가르쳐주고 마술 도구를 선물로 주었다.
협곡을 다녀와서 우리를 가이드한 가이드에게도 드롭링 마술과 링 빼는 마술을 보여주고 도구를 선물로 주었다. 머리가 좋은지 금방 익숙해졌고 본인이 익힌 마술을 다른 사람에게 마술을 보여주었다. 나에게 매우 고마워했다.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마술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간단한 마술 하나가 국경과 언어의 벽을 허물고 순간적인 웃음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것이야말로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재미 중 하나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식사
[ 쿠타이시로 이동할 때 본 길위의 소들 ]
물을 구입하고, 바투미 가는 사람 4명은 다른 차로 이동했다. 우리를 포함한 6명은 6시 20분에 협곡에서 쿠타이시로 출발했다. 12시 15분 쿠타이시를 출발하여 7시 30분에 다시 쿠타이시에 도착했다.
[ 호스텔에서 샐러드, 부대찌개로 석식 ]
비가 조금 왔다. 8시에 호스텔에 귀가했다. 사온 재료로 아내가 만든 부대찌개로 느긋한 식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조지아 재료로 만든 한국식 부대찌개는 이색적이면서도 정겨운 맛이었다. 프로메테우스 동굴의 신비로움과 마르빌리 협곡의 아름다움, 그리고 현지인들과 나눈 마술의 즐거움이 어우러진 충만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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