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18일부터 6월12일까지 26일간의 조지아 자유여행
6월 7일.
맑은 하늘 아래 카즈베기 산의 인사
8시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어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카즈베기 산의 봉우리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당당하게 솟아있었다. 마치 우리의 여행을 축복해주는 듯한 완벽한 날씨였다.
이동할 짐을 정리하며 지난 이틀간의 카즈베기 여행을 되돌아보았다. 어제의 주타 트레킹과 국경지대까지의 예상치 못한 모험, 그리고 새로운 여행 동료들과의 만남까지. 3층 공용 탁자에 앉아 여행 일지를 쓰며 이 모든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여행 선배의 실용적인 지혜들
10시경, 보령 아저씨와 사진 작가분과 함께 계란과 빵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했다. 보령 아저씨는 또 한 번 여행의 실용적인 팁들을 전수해주셨다. 특히 옷 빨래하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손빨래를 한 후 수건으로 말아서 밟으면 물기가 훨씬 잘 빠져요. 그리고 안 마른 부분은 아침에 드라이어로 말리면 돼요."
그분의 여행 철학은 간단명료했다. 여행지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하고 걸어다니며, 가급적 지하철과 버스로 이동한다는 것. 긴 여행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였다.
룸스호텔에서의 잠깐 들른 추억
11시 10분, 룸스호텔로 이동했다.
[ 성삼위일체 대성당과 카즈베기산 ]
[ 룸스호텔에서 바라보는 카즈베기산 ]
[ 룸스호텔 내부 ]
【룸스호텔(Rooms Hotel Kazbegi)】 룸스호텔은 카즈베기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럭셔리 호텔 중 하나다. 2013년 오픈한 이 호텔은 현대적인 디자인과 조지아 전통 건축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특히 카즈베기 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로비의 거대한 창문과 테라스는 많은 여행자들이 꼭 방문하는 포토 스팟이다. 호텔 내부는 미니멀한 모던 스타일로 꾸며져 있으며, 레스토랑에서는 조지아 전통 요리와 유럽식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호텔에서 카즈베기 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12시에 다시 호스텔로 돌아와 짐을 챙기고 트빌리시로의 여정을 준비했다.
즉흥적인 택시 여행과 중국의 흔적
호스텔에서 나와 캐리어를 끌고 아래로 내려가는데, 6인승 택시 기사분이 다가왔다. "트빌리시 가냐?"는 질문에 "간다"고 답하자, "셋이서 바로 출발, 100라리"라고 제안했다. 깨끗한 차량에 호감이 가서 흥정 끝에 90라리에 합의하고 12시 30분에 출발했다.
이동 중 중국 업체가 터널 공사를 하는 곳을 지나쳤다.
【중국의 조지아 인프라 투자】
[ 중국 기업들의 터널 공사 현장 ]
조지아 정부는 2010년대부터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도로와 터널 건설에 중국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고 있다. 이는 조지아의 교통 인프라 현대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동시에 지정학적 균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령 아저씨는 이동하며 계속 휴대폰으로 아르메니아 이동 방법을 검색하셨다. 오늘 갈지 내일 갈지 결정을 못 하겠다며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다니는 여행 스타일이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디지털 결제의 복잡함과 교훈
차에서 볼트 앱 결제를 현금으로 했더니 현금을 꺼내고 잔돈과 팁을 계산하는 과정이 복잡했다. 보령 아저씨가 "카드로 결제하면 만사가 편하다"고 조언해주셔서 결제 방법을 카드로 바꿨다. 그런데 막상 사용하려니 작동하지 않았다.
문제는 한국에서 올 때 카드를 미리 등록했어야 하는데, 유심을 교체하니 신용 확인이 안 되어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얀덱스, 볼트 등 결제를 위한 앱들은 미리 결제 카드와 아이디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WhatsApp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달러를 넣어둔 트래블 월렛 카드도 마트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국가별로 가능한 국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제 과음으로 피곤했던 우리 부부는 차에서 조금씩 잠을 청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조지아의 풍경을 보며 반쯤 잠든 상태로 이동했다.
디두베에서의 재회와 간단한 식사
3시 20분, 디두베 정류장에 도착했다. 3시간도 걸리지 않고 편안하게 잘 이동했다. 허기가 져서 디두베역에서 지난번 들렸던 케밥집으로 향했다. 친숙한 그곳에서 맥주 3잔과 케밥을 시켜 먹으며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아내는 디두베 정류장의 바자르에서 오이, 토마토, 감자, 천도복숭아를 구입했다. 현지 시장의 싱싱한 과일과 채소들이 여행의 피로를 달래주는 듯했다.
새로운 숙소에서의 따뜻한 환영
[ 트빌리시 호스텔 ]
4시 22분에 볼트를 타고 이동해 4시 45분에 가든사이드 트빌리시 호스텔에 도착했다. 예약한 이 호스텔도 공유 주방과 세탁실이 있는 곳이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매우 친절했다. 우리가 2일 뒤에 텔라비에 간다고 하자, 아주머니의 고향도 텔라비라며 반가워하셨다. 우리가 텔라비에 가 있는 동안 짐을 맡길 수 있는지 물어보니, 영어를 잘 못 하셔서 번역기로 주고받으며 대화했다. 거실에 보관하겠다고 하시는 배려가 고마웠다.
방과 화장실은 깨끗하고 넓었고, 공유 주방도 넓었다. 작은 테라스도 있었다. 층이 낮아 전망은 없었지만, 창문 바로 앞에 포도나무 넝쿨이 있어 주렁주렁 달린 포도를 볼 수 있었다. 조지아다운 풍경이었다.
토요일 저녁의 번화함과 작은 실망
아내는 피곤해서 낮잠을 잤고, 나는 휴대폰에 있는 여행 사진을 노트북으로 복사했다. 그리고 내일 고리, 므츠헤타 투어 내용을 확인하고, 모레 갈 예정인 텔라비 이동 방법을 조사했다.
[ 케이블카를 타로 이동중 다리위에서 보는 쿠라강 ]
[ 케이블카를 타려는 사람들 ]
7시가 넘어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리케공원으로 이동했다. 가는 중 아내는 내일 고리와 므츠헤타 투어가 9시로 너무 일러 잠을 못 잔다며 화를 냈다. "언제 야경을 보고 언제 자고 어떻게 일찍 일어나니"라는 불만이었다.
공원에 도착하니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케이블카에는 특히 긴 줄이 서 있었다. 관광객들이 케이블카를 타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공원에서 잠시 쉬었다가 호스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호스텔 주위에서 내가 먹을 만한 적당한 식당을 찾았지만, 너무 늦어서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작은 아쉬움을 남기며 편의점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고 호스텔로 향했다.
고차와 마이아 부부의 따뜻한 환대
[ 호스텔 남자 주인 고차 ]
8시 40분에 호스텔에 도착했다. 집주인 남자 이름은 고차(Go-cha)이고 여자 이름은 마이아(Maia)였다. 주인 아저씨가 공유 주방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그분은 64세이고 러시아에 사업체가 있다고 하셨다.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인데, 아들 둘은 이 사업을 위해 두바이에 있다고 했다. 러시아에서 12년 동안 살았다는 경험담도 들려주셨다. 트빌리시 말고 지방 22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별장도 있다고 하셨다.
텔라비 하우스 와인과 조지아식 건배
그분이 텔라비 처가에서 만든 하우스 와인을 꺼내셨다. 한 병을 다 마시니 그다음엔 큰 통에 든 와인을 꺼내오셨다. 그것을 작은 페트병 5개에 나누어 담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작은 페트병 3개의 와인을 마시며 아주 행복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그 아저씨는 대화 내내 철학적인 말씀을 하셨다. 주로 주제는 행복에 대한 것이었다. "지금을 즐겨야 한다"는 의미 있는 말씀을 계속 반복하셨다.
[ 테라스에서 주인 아저씨와 와인을 함께 마셨다 ]
술을 마시며 계속 건배를 제안하셨다. 건배 후에는 우리 잔에 와인을 따라주시는 것이 조지아의 전통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우리는 술을 다 마신 후 잔을 뒤집어 머리 위에 올리는 조지아식 예법도 배웠다.
【조지아의 수프라(Supra) 문화】 조지아의 전통 식문화인 수프라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사회적 의식이다. 타마다(Tamada)라는 건배 제안자가 있고, 건배할 때마다 의미 있는 토스트를 한다. 잔을 완전히 비운 후 뒤집어 머리 위에 올리는 것은 조지아의 전통 예법이다. 조지아에서는 엄지손가락 위에 잔을 두드리는 것도 예의 중 하나다.
아저씨는 음악을 좋아하는지 조지아 노래와 팝송을 틀어놓으셨다. 우리 넷은 번역기를 통해 대화하면서 즐겁게 술을 마셨다. 언어는 달랐지만 마음은 통했다.
마음을 사로잡은 따뜻한 정
아내는 이 호스텔이 마음에 든다며 다음에 예약한 곳을 취소하고 이곳으로 바꾸자고 했다. 나도 그 제안에 동의했다. 고차 아저씨와 마이아 아주머니의 따뜻한 환대가 우리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12시에 잠들었다. 카즈베기에서 트빌리시로 돌아온 하루는 예상치 못한 만남들과 따뜻한 조지아 사람들의 정으로 가득했다.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깨달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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