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물의 기억

by 호수를 걷다








[프롤로그]


물의 기억





수영장 물은 늘 그렇듯 맑았다.
햇빛이 천장 유리창을 통과해 바닥까지 닿았고, 아이들의 웃음은 물결처럼 번졌다.


그 속에서 한 아이는 물가에 서서 손끝을 조심스레 적셨다.
소녀의 어깨는 작게 떨렸고, 숨은 얇게 들이마셔졌다. 물은 소녀에게 언제나 조금 깊고, 조금 차가웠다.


그때 다른 아이가 다가왔다. 밝은 목소리, 다정한 손길, 그리고 늘 그렇듯 익숙한 웃음.


그 아이는 장난을 좋아했다. 연필을 숨기고, 가방을 바꿔놓고, 누군가를 뒤에서 밀어놓고는 “장난이야”라고 말하곤 했다.
어른들은 그 말에 안심했고, 친구들은 그 말에 침묵했다.


그날도 그는 같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잡아줄게.”
그 말은 물결처럼 가볍게 퍼져나갔다.


작은 손이 그 손을 붙잡았다.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세상은 조금 더 조용해졌다.
아이의 귀에는 물의 울림만이 가득했고, 위쪽에서 들리던 소리들은 멀어졌다.
두 손은 잠시 단단히 맞닿아 있었다.
따뜻한 온기, 미세한 떨림, 서로를 의지하는 듯한 힘.


그러나 물속은 오래 버티는 사람에게만 관대했다.
작은 몸이 흔들리고, 발이 바닥을 잃고, 공기가 빠져나가자 그 손은 더 세게 매달렸다.
빛은 위에서 흔들렸고, 두 아이의 그림자는 물결에 찢겨 흩어졌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손에서 힘이 빠졌다.
놓인 것인지, 빠져나간 것인지, 혹은 물이 두 손 사이를 갈라놓은 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아이의 손은 허공을 더듬었다.
물속은 갑자기 더 깊어졌고, 위쪽의 소리는 더 멀어졌다.
빛은 점점 작아졌고, 손끝은 아무것도 잡지 못한 채 허공을 가르며 흔들렸다.


그 순간, 위쪽에서 무언가가 흔들렸다.
어쩌면 얼굴이었고, 어쩌면 그림자였으며,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물속은 모든 것을 흐리게 만들었다.
진실도, 표정도, 손의 움직임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의 손이 완전히 가라앉기 직전—
물결 사이로 아주 희미한 웃음이 스쳤다.
그것이 실제였는지, 물이 만든 착각이었는지, 아니면 기억이 만들어낸 잔상인지 누구도 말할 수 없었다.


물은 조용히 모든 것을 삼켰고,
남은 것은 흔들리는 빛과 사라져가는 작은 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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