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남의 옷에 내 몸을 맞추며 살까?

자기감각의 상실: 우리가 나다움을 잃어버리는 과정

by 호수를 걷다






사람들은 왜 자기 감각을 잃어버리나


가끔 남들이 다 하는 방식이니까, 그냥 따라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속에서 우리는 마음의 신호를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작은 타협처럼 보입니다.
“이 정도는 괜찮아.”
“다들 이렇게 사는 거야.”
“내가 예민한 걸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선택이 반복될수록, 어느 날 우리는 문득 이렇게 느끼게 됩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고,
무엇이 싫은지도 선명하지 않고,
어떤 길이 나에게 맞는지도 흐릿해져 버렸다는 것을요.


옛날 어느 나라에 아주 유명한 재단사가 있었습니다.
왕족도, 귀족도, 부자들도 모두 그의 옷을 입었고 사람들은 “그가 만든 옷은 완벽하다”고 믿었습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평생 모은 돈으로 그에게 맞춤 정장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옷을 입자마자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팔 한쪽이 너무 길었던 것입니다.

“여기가 조금 긴 것 같아요…”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재단사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옷은 정확합니다. 팔을 조금만 들어보세요.”

남자는 팔을 들어 맞추었습니다. 옷은 ‘딱’ 맞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걸어보니 어깨가 당겼고, 허리가 조여 왔습니다.

재단사는 계속 말했습니다.
“몸을 조금 기울여보세요.”
“허리를 이렇게 살짝 돌려보세요.”

남자는 그 말대로 몸을 비틀고 조절했습니다.
자세는 점점 부자연스러워졌고,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바라봤지만 그는 그 사실조차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의 마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옷이 틀린 게 아니라, 내가 문제겠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 옷에 맞을 수 있을 거야.”

그는 끝내 옷이 아니라 ‘자신’을 고쳐야 한다고 믿으며, 그 불편한 자세로 평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 Arthur Naiman, 재단사의 옷








ACT가 말하는 ‘잘못된 기준’의 문제


ACT(수용전념치료)는 이 이야기를 자주 비유로 사용합니다.
사회는 질서를 위해 기준과 규범을 만듭니다. 문제는 그 기준이 언제나 ‘나에게 맞는 기준’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준이 잘못되었거나, 혹은 어떤 기준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방식으로 강요될 때 사람은 자신의 감각을 불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불신이 반복되면, 개인의 감각은 점점 침묵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두 가지 동화를 통해 우리가 사회문화적 기준 속에서 어떻게 자기감각을 잃어버리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1) 사회적 기준의 압력: 벌거벗은 임금님


화려한 옷을 사랑하고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던 임금님 앞에 두 사기꾼 재단사가 나타납니다.

“이 옷은 지혜로운 사람에게만 보이고, 어리석은 자에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재단사들은 텅 빈 베틀 앞에서 일하는 척만 했지만, 신하들은 누구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어리석어 보일까 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임금님도 사실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나 그는 “바보처럼 보일까” 두려운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임금님도 말합니다.

“정말 아름답군.”

행진의 날, 임금님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거리를 걷습니다.
백성들도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못합니다.

“모두가 맞다고 할 때, 나만 다르게 말하면 어떡하지?”
“혹시 내가 틀렸을까?”

그러다 한 아이가 외칩니다.
“임금님은 아무것도 안 입었어요!”

진실은 드러났지만, 임금님은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고 느껴 행렬을 멈추지 못합니다.


내가 보는 게 맞는지, 남들이 말하는 게 맞는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순간


이 우화는 자기감각 상실의 과정을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남들은 보인다고 하니까… 보여야 하는 건 나겠지.”


그 순간, 개인의 감각은 신뢰받지 못하게 되고 집단이 만든 서사가 진실을 대신합니다.

끊임없는 비교, 평가에 대한 불안, 소속 욕구, ‘정상성’이라는 규범은 우리가 사회가 부여한 옷에 자신을 맞추도록 압박합니다.




2) 타인의 배제가 정체성을 왜곡할 때: 미운 오리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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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학자로서, 삶의 이야기들을 가까이에서 들어왔습니다. ‘회복’이라는 질문을 품고, 호수를 걷듯 감각을 되살리며, 혼자와 함께 그 사이의 경계를 조용히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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