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너머의 세계

[제 2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들]

by 호수를 걷다







[제 2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들]


08. 너머의 세계





한 달이 지났다.
정희는 아직도 아이의 방 문을 끝까지 열지 못했다. 오늘은… 오늘만은 정리해 보자고 마음을 다잡으며 문을 밀었다.


방 안은 예슬이가 떠난 날 그대로였다. 책상 위 연필, 침대 맡 수건, 창가의 작은 인형. 정희는 손끝으로 먼지를 털어내며 숨을 들이마셨다. 숨이 가슴 아래에서 걸려 넘어가지 않았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세진이었다. “선배… 사건은 단순사고로 종결될 예정입니다. 정식 보고는 다음 주에 올라갈 거예요.”


정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귀가 먹먹해졌다. 세진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방 안의 공기가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지는 듯했다. 전화를 끊자 손이 떨려왔다. 그러나 울음은 나오지 않았다. 눈물조차 이미 말라버린 것 같았다.


정희는 다시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예슬의 컴퓨터 전원을 켜자 자동으로 로그인이 되었다. 원래는 아이가 남긴 것들을 들여다볼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저 치우려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화면 한쪽에 떠 있는 SNS 알림 숫자가 정희의 시선을 붙잡았다.


손가락이 자석에 이끌리듯 움직였다. 예슬의 SNS가 열렸다.


친구 목록, 단체 채팅방, 학교 친구들의 계정. 정희는 가장 먼저 윤정의 이름을 찾았다. 없었다. 단체 채팅방에도, 친구 목록에도, 메시지 기록에도.


정희는 화면을 다시 스크롤했다. 다시, 또다시. 역시 없었다.

둘이 분명 친했다고 했는데.

정희의 가슴이 서늘하게 식었다. 그녀는 예슬이 다니던 학교의 학생 계정들을 하나씩 추적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게시물, 댓글, 태그된 사진들.


그러다 한 단체 채팅방 캡처본이 눈에 들어왔다. 예슬이 저장해 둔 이미지였다. 정희는 손끝이 굳어가는 것을 느끼며 파일을 열었다. 채팅방 이름은 ‘6-3 애들’. 아이들의 가벼운 말투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정희는 스크롤을 내리다 멈췄다. 화면 속에 박힌 짧은 문장 하나가 시야를 찔렀다.

“오늘은 얘 좀 시험해봐야지.”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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