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들]
작성자는 윤정이었다. 아이콘 옆에 선명하게 찍힌 이름. 정희의 손끝이 굳어갔다. 그 아래에는 다른 아이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ㅋㅋ 겁쟁이 또 시작이네”
“윤정아 네가 하면 더 재밌겠다”
“맞아, 네 피드에 올리면 다들 보잖아”
정희는 화면을 붙잡았다. 눈앞의 글자가 흐려졌다. 숨이 가슴에서 걸려 짧게 끊어졌다.
그녀는 다시 스크롤을 내렸다. 윤정의 SNS 피드에 달린 댓글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겁쟁이 인증ㅋㅋ”
“오늘도 쫄았네”
“윤정이 말이 맞네, 얘 진짜 겁쟁이야”
그녀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한 달 전, 상담실에서 울던 윤정의 얼굴이 떠올랐다. 떨리는 손, 죄책감에 젖은 눈망울, “제가… 손을 잡았어요.”라고 말하던 목소리.
그때 느꼈던 연민과 연결감이 지금 눈앞의 글자들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정희는 의자에 앉아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머릿속이 서서히 얼어붙는 듯했다.
'내가 본 건… 진짜였을까? 아니면… 연기였을까?'
방 안은 고요했다.
컴퓨터 화면만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정희는 그 빛을 바라보며 아주 조용히, 아주 깊게 숨을 내쉬었다.
한 달 동안 그녀는 윤정의 눈물을 믿었다. 그 아이의 떨리는 손을, 그 아이의 죄책감을, 그 아이의 슬픔을.
그런데 지금 정희의 눈앞에 있는 건 전혀 다른 세계였다.
예슬이 겪었던 세계. 정희가 몰랐던 세계.
정희는 다시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아주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 숨은 슬픔도, 분노도, 공포도 아닌 다른 감정이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정희는 화면을 다시 바라보았다.
정희는 화면 속 윤정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 이제 그 아이의 눈물도, 떨림도, 겁에 질린 표정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가면이었다. 너무나 맑게 닦여 있어서, 그 너머의 악의를 보지 못하게 만들었던 아주 투명한 가면. 가면은 투명해졌고, 환상은 깨졌다.
그리고 그 순간, 한 달 동안 묻어두었던 감정이 조용히 깨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