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소녀의 시선 #1

거울의 방

by 호수를 걷다



※ 이 작품은 가정 내 갈등과 폭력을 다루는 심리소설(픽션)입니다.

불편한 장면이 있을 수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 장면을 보았을 때, 나는 숨을 삼켰다.

숨이 목구멍에서 걸렸고, 잠시 가슴이 뻐근해졌다. 소리를 내면 무언가가 깨질 것 같았다. 그 ‘무언가’가 우리 가족일 수도, 내 안의 어떤 질서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잠시 감았다가, 다시 떴다.


몸이 스스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무심한 표정을 유지했다. 이런 표정은 오랫동안 연습해 온 것이었다. 사람들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보고 왔는지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표정. 그 표정은 때로는 내 방패였고, 때로는 내 감옥이었다.




전시장 입구를 지나, 나는 한가운데 있는 거울 방으로 들어갔다. 사방이 거울로 된 공간은, 처음엔 장난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거울 속에서 내 모습이 수십 개로 늘어나 있었다. 그 모든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이 조금씩 달랐다. 어떤 나는 무표정했고, 어떤 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으며, 어떤 나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그 모습들을 보니, 마치 내가 동시에 여러 개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거울 속에서 내 어깨 너머로 비친 다른 관람객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들은 웃고 있었고,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웃음소리와 셔터 소리가 이 공간을 채웠다. 하지만 그 웃음은 내게 먼 소리처럼 들렸다. 귀에 들어오지만, 마음에는 닿지 않았다. 마치 유리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나는 거울 속의 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런데 그 얼굴 안쪽, 눈동자 속 어딘가에서 불안이 서성였다.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히. 그 불안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저 거기에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익숙해진 그림자처럼, 늘 내 발밑에 따라붙는 것처럼.




그 방을 나와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찬 바람이 얼굴에 스쳤다. 전시장 바깥의 공기는 약간의 비린내를 품고 있었다. 항구가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 냄새는 나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집에 가야 할 시간이 아니었지만, 발걸음은 집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대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그 틈 사이로 희미한 조명이 새어나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적이 집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거실 한쪽 소파 위에 엄마가 누워 있었다.


엄마의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 미소는 오래 전, 내가 초등학교 때 시험을 잘 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지어주던 표정과 비슷했다. 하지만 오늘의 미소에는 무언가 다른 결이 섞여 있었다. 목소리도 조금 상기되어 있었고, 어조에는 묘한 가벼움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 웃음이 왜 나를 동시에 안심시키고 불안하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안심은, 엄마가 웃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왔다. 하지만 불안은, 그 웃음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데서 왔다. 그 웃음이 나를 위해 지어진 것인지, 아니면 엄마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지어진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방 안 공기가 이상하게 무거웠다. 커튼은 반쯤 쳐져 있었고, 틈 사이로 들어온 가로등 불빛이 천장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엄마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었지만, 동시에 나를 통과해 멀리 있는 어딘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느낌이 나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나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잠시 서 있었다. “엄마, 괜찮아?”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끝내 나오지 않았다. 대신 나는 웃었다. 아주 얇은 웃음. 그 웃음 뒤에서,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숨이 폐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숨결 속에는 이해할 수 없는 공기가 섞여 있었다.




그날 밤, 나는 내 방에서 불을 끄고 누웠다. 눈을 감아도 거울 속의 내가 보였다. 서로 다른 표정을 한 나들이, 그 좁은 방 안에서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미소를 지은 엄마의 얼굴이 겹쳐졌다. 그 미소는 부드럽지만, 동시에 벼랑 끝의 돌처럼 차가운 감촉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 모든 걸 이해하게 될 날이 올까, 아니면 평생 모른 채 살아가게 될까 생각했다. 그러나 곧 생각을 멈췄다. 어떤 답은 몰라도 괜찮았다. 그보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을 어떻게 지나가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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