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그의 시선 #2

응시

by 호수를 걷다



※ 이 작품은 가정 내 갈등과 폭력을 다루는 심리소설(픽션)입니다.

불편한 장면이 있을 수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는 아내의 웃음을 보았다.

그 웃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 믿음은 마치 오래된 거울 속 비친 그림자 같았다. 흐릿하고, 닿을 수 없지만, 분명히 거기에 있는 듯한…


그 순간, 머릿속에서 여러 기억이 스쳐갔다. 처음 그녀를 만났던 날, 오래된 사진 속에서 보이던 환한 얼굴, 결혼식장에서 울먹이며 웃던 모습. 그 모든 장면이 한꺼번에 떠올라 지금의 웃음과 겹쳐졌다. 기억은 항상 실제보다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그는 더욱 그것이 현실이라고 믿고 싶었다.


믿음과 착각이 뒤섞인 그 찰나, 그는 잠시나마 모든 것이 괜찮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불신과 다툼, 그 무거운 공기마저 한순간에 걷힐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웃음 하나면, 마치 제철소 위로 번지는 아침 햇빛처럼, 차가운 금속 냄새까지 씻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행복이 무엇인지 잊은 지 오래였다. 그는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법조차 서툴러졌다. 행복 대신, 그냥 ‘조용한 저녁’이나 ‘따뜻한 밥’ 같은 구체적인 장면을 상상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미소를 가진 여자를 보는 일은 여전히 마음을 흔들었다. 그것이 사랑이든, 미련이든, 혹은 단순한 인간적인 그리움이든,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었다.

그는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아내의 입술이 부드럽게 위로 말려 올라가 있었다. 그 안에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기미가 있었지만, 그는 애써 그것을 읽지 않았다. 아니, 읽을 수 없었다. 오랜 세월 동안 술과 후회로 굳어버린 그의 감각은, 미묘한 진실을 감지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한때 그는 이런 웃음을 자주 보았다. 아침 식탁에서, 함께 장을 보러 나간 시장에서, 아이가 유치원 가방을 메고 뛰어가던 날에도. 그때의 웃음은 분명 그를 향한 것이었다. 그는 그 기억을 붙잡았다. 그것이 지금의 웃음과 동일한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속삭였다.


거실 창문 너머로 바람이 스쳤다. 커튼이 살짝 흔들렸고, 그 속에서 햇빛이 아내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 빛은 순간적으로 그녀의 표정을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는 그 따뜻함이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은 취기에 흐릿해진 머릿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말했다.

‘아직 늦지 않았어. 이렇게 웃을 수 있다면, 우리…’

그러나 그 문장은 끝까지 완성되지 못했다. 목 안에서 맴돌다가 사라졌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아내의 웃음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웃음은 어쩌면 자신과는 무관한, 전혀 다른 곳에서 온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붙잡고 있던 모든 것이 허물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었다.

아니, 믿는 척이라도 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오늘 밤 술잔을 기울이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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