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해야 할 하루
※ 이 작품은 가정 내 갈등과 폭력을 다루는 심리소설(픽션)입니다.
불편한 장면이 있을 수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 웃음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미소는 오래된 습관이었다. 누군가를 안심시키기 위해, 상대가 더 이상 묻지 않도록, 상황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마치 자동적으로 얼굴 근육이 기억해 낸 표정이었다.
입꼬리를 조금만 올리고, 눈가를 부드럽게 풀어주면, 사람들은 ‘괜찮아 보인다’고 믿는다. 그것은 내가 수십 년 동안 터득한 생존의 기술이었다. 그 웃음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니, 알아도 굳이 들춰보지 않으려 한다.
그 속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피로와 체념이 있었다. 피로는 살 속 깊이 스며든 색처럼,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았다. 체념은 뼛속에 달라붙은 얼음처럼, 시간이 지나도 녹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품은 채로 살아가는 법을 익혔다.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이 묘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굳이 해석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무엇을 느끼든, 나의 피로가 덜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시선은 나를 더 지치게 만들 때가 많았다.
‘그는 이것을 읽지 못한다.’
그 생각이 마음속에 차갑게 내려앉았다. 읽을 수 없는 것인지, 읽지 않으려는 것인지, 나는 더 이상 구분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도, 그가 알아주길 바라지 않는지도 모른다. 알아버리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더 이상 같은 집에 머물 수 없을 테니까.
나는 과거를 떠올렸다.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이던 시절, 새벽에 술 냄새를 풍기며 돌아온 그가 부엌 의자에 털썩 앉아 있었다.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나는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웃었다. 그때도 이 웃음이었다. 말 대신, 상황을 덮어버리는 웃음.
웃음은 방패였다. 하지만 방패를 오래 들고 있으면 팔이 무겁고, 손끝이 저려왔다. 그 무게는 이제 어깨로, 등으로, 허리로, 몸 전체로 옮겨붙었다. 그 무게를 벗어던지고 싶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것을 쥐고 있었다.
거실 창가로 바람이 스쳤다. 커튼이 가볍게 흔들렸고, 햇빛이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순간, 그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는 그 빛과 웃음을 연결했을 것이다. 아마도 ‘아직 나를 향한 웃음’이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그 착각이 그를 조금은 살게 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 착각을 깨뜨리지 않았다. 깨뜨리는 일은 생각보다 잔인하다. 상처를 깊게 파고드는 말들은, 한 번 꺼내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몇 번 그런 말들을 던져 보았다. 그 후의 침묵은 웃음보다 훨씬 무겁고 길었다.
그래서 나는 웃었다.
아무 의미도 없는 웃음이었지만, 동시에 모든 의미를 담고 있는 웃음이었다. 내가 지켜야 할 아이, 내가 유지해야 할 하루, 내가 버텨야 하는 집, 그 모든 것들을 위해 필요한 웃음이었다.
그는 여전히 그것을 읽지 못했다.
아니, 읽을 필요가 없다고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웃음이 오래가진 않겠지.’
그러나 오늘은 아직 그 순간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