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 – 그의 시선 #3

길거리 속, 일렁이는 간판들

by 호수를 걷다




※ 이 작품은 가정 내 갈등과 폭력을 다루는 심리소설(픽션)입니다.

불편한 장면이 있을 수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거리의 공기가 묘하게 달았다.

제철소에서 흘러나온 매캐한 냄새와 바다에서 불어온 습한 바람이 뒤섞여, 오래전부터 이곳에 스며 있던 어떤 무거운 기운을 만들어냈다. 발밑의 아스팔트는 낮 동안의 열기를 간직하고 있었고, 그 위로 간간이 웃음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네온사인이 깜박이는 술집 간판들이 길 양쪽에 줄지어 있었다. 그 불빛 속에서 사람들은 소리 높여 대화를 나누거나, 허리를 숙여 잔을 부딪히며 웃고 있었다. 나는 그 풍경을 보며 한 발자국도 그들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웃음 속에 나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문득,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되었나’라는 생각이 가슴을 찔렀다.

누군가가 그 질문에 대답해 줄 것 같지도 않았다.

후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되풀이되었다. 잘못된 선택과 말, 버티지 못한 순간들, 술에 기대어 잊어버린 밤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 위에 고통이 겹겹이 쌓였고, 그 고통은 풀릴 기미 없이 계속해서 두꺼워지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 이건 빠져나올 수 없는 궁지였다.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늪은 더 깊이 나를 끌어당겼다. 그때마다 술은 가장 손쉬운 탈출구였다. 한 잔을 들이켜면, 잠시나마 스스로가 사라졌다. 사라지는 그 순간, 고통도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다시 돌아온 고통은 더 무겁고 더 날카로웠다.



아내가 입원한 병원을 들렀다. 병원 복도에는 희미한 소독약 냄새가 감돌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보았다. 그 눈빛에는 원망도, 애정도 없었다. 오히려 아주 먼 곳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나를 통과해 어디론가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끝까지 따라가 보려 했지만, 도중에 포기했다.


병원을 나와 다시 길을 걸었다. 길가에는 여전히 수십 개의 술집 간판이 반짝였다. 그 불빛은 내 속에 묻혀 있던 갈증을 건드렸다.


‘이 갈증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속삭였다. ‘내 어린 시절을 돌려달라. 그때로 돌아가게 해달라.’ 하지만 그 목소리는 공허하게 울렸다. 누구에게 이 말을 해야 하는가. 누구에게서 보상받을 수 있는가.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원망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원망은 나를 더 깊이 가라앉게 하고, 나를 무너뜨릴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 감정은 대체 무엇인가. 이름 붙이기조차 어려운, 그러나 몸속 어딘가에 둔탁하게 자리 잡은 것.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나는 몇 블록을 더 걸었다. 술집 문 앞에서 멈춰 서는 순간들이 몇 번이나 있었지만, 그 문을 열지 않았다. 발걸음은 생각보다 빠르게 집을 향하고 있었다.




집 앞에 도착하자, 신발장 문 앞에 서서 천천히 신발을 벗었다. 옷걸이에 재킷을 걸어두고, 욕실 문을 열었다. 물줄기가 머리와 어깨를 타고 흘렀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냥 온몸을 감싸는 물소리 속에서, 잠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드라이로 머리를 말렸다. 부엌에서 달걀을 깨고, 간단히 음식을 만들었다. 접시에 담긴 음식은 금방 사라졌지만, 허기와 갈증은 여전했다. 침대에 눕자, 공허가 서서히 몸을 덮었다. 그 공허 속에서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나는 단순하게, 잠에 들었다.




이전 09화8부 – 소녀의 시선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