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 – 소녀의 시선 #4

창문 앞에서

by 호수를 걷다




※ 이 작품은 가정 내 갈등과 폭력을 다루는 심리소설(픽션)입니다.

불편한 장면이 있을 수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호텔 로비의 유리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바깥의 습한 공기가 잠시 스쳐 들어왔다.

은은한 조명이 깔린 대리석 바닥 위로, 구두 굽 소리가 또각또각 울렸다. 리셉션 데스크 뒤편에는 커다란 시계가 걸려 있었고, 초침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소리가 로비 한쪽의 정적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잠시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오늘 하루가 이렇게 끝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곧 고개를 숙이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방 문이 열리자, 포근한 온기가 나를 맞았다. 벽 쪽의 스탠드 조명은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고, 침대 위에는 가지런히 접힌 하얀 이불이 놓여 있었다. 나는 신발을 벗어두고 그대로 책상 앞으로 걸어가 노트북을 올려두었다.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작업 파일을 열었다. 화면 속 글자들이 눈앞에 빼곡히 펼쳐졌지만, 손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책상 위에 놓인 찻주전자에서 따뜻한 차를 한 잔 따라 입에 가져갔다. 찻잎의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따뜻함이 조금씩 심장을 감싸는 듯했다. 오늘 하루의 무게가 어깨에서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무게의 일부는 여전히 어디엔가 남아 있었다.


잠시 작업을 멈추고, 나는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손잡이를 돌려 창문을 열자,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밤공기는 생각보다 서늘했고, 그 바람 속에는 도시의 먼 소음과 바다에서 불어온 듯한 짠내가 섞여 있었다. 멀리서 풀잎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바람결에 묻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이상하리만큼 선명하게 귀에 닿았다.


그 순간, 나는 아주 짧게나마 안전하다고 느꼈다.


그 안전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누구의 목소리도 닿지 않는 공간, 문이 잠겨 있는 방, 그리고 스스로 열어둔 창문. 그 단순한 조건들이 나를 감쌌다.


손끝이 창문 틀을 느리게 훑었다. 그 촉감이 나를 현재로 붙잡았다.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바람과 함께 들어온 밤의 냄새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지금의 나는 안전해.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


그 말은 나를 설득하는 주문이자, 미래로 보내는 편지 같았다. 말이 공기 속으로 흩어지는 동안,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바람과 풀잎 소리, 그리고 호텔 방 안의 고요함이 하나로 엮였다.


오늘 하루는 끝났고, 나는 내일을 향해 조금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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