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파 Oct 16. 2021

역학조사반원이 되다

어느 역학조사반원의 나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에 나타난 지 어느새 2년이 되어간다. 

   10월 셋째 주 현재 전 세계 확진자는 2억 3천만 명을 훌쩍 넘겼고, 확인된 사망자수만도 480만 명에 달한다.(WHO 발표 기준) 백신 보급률 상승으로 사망 케이스는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위중증 환자는 존재하고, '내년이면 종식되겠지'하며 버텼던 2020년의 기대와 다르게 아직도 이 질병과의 싸움은 현재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에서도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확진이 된 상태다. 철저한 방역과 거리두기 덕분인지,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 대비 확진자 비율은 다른 나라보단 현저히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지인, 혹은 지인의 지인이 확진되어 역학조사반의 연락을 받은(혹은 받게 될)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작성한다.



역학조사반원이 되다


   나는 보건소의 기간제 직원이다. 애초에 계약했던 나의 업무는 코로나19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보건소에 들어와 한 달 여가 지났을 무렵, 역학 조사실에서 업무지원 요청이 들어왔다. 코로나19로 원래 맡았던 업무가 축소되어 딱히 하는 일이 없었던 우리 팀은 번갈아서 역학 조사실로 지원을 나가게 되었다.


   역학 조사실은 몇 명의 역학조사관과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역학조사반 사람들이 넓은 공간을 채운 강의용 책상과 의자로 꾸려진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일종의 임시 사무실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 처음 이 공간을 꾸밀 때 이 사태가 이렇게까지 오래 지속되리라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던 게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역학 조사관은 주로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의사로, 코로나19로 대면 진료업무가 중단되자 역학 조사실로 투입이 되었다고 들었다. 역학조사반원은 주로 나와 같이 타 부서에서 파견 나온 인력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경찰과 같은 타 기관에서도 지원을 나와 있었고, 임시로 고용된 계약직 조사관들도 꽤나 있었다. 역학 조사관 1명과 역학 조사반원 1명이 팀을 이뤄 확진자 한 명을 맡아 역학조사를 진행한다. 역학 조사반원이 만든 확진자의 역학조사 파일을 역학조사관이 함께 검토하고, 필요한 정보들을 다시 확인하도록 지시해서 보충하는, 일종의 이중 안전장치인 셈이다. 



역조반원의 나날



   확진자가 발생하면 검사한 보건소에서 작성한 개인 신상(주민등록번호, 주소, 동거인 정보 등)이 담긴 '기초역학조사서'가 작성되어 역학 조사실로 전달이 된다. 역학조사반원은 그 기초 정보를 토대로 '심층역학조사서'를 작성한다. 여기엔 개인 신상정보뿐 아니라, 확진자의 구체적인 동선과 그 기간 동안 접촉한 사람들이 모두 적히게 된다. 4~5명의 역학조사반원이 각각의 확진자를 조사하고 작성한 이 '심층역학조사서'는 한 명의 담당 역학조사관에게 전달되고, 역학조사관은 해당 내용들을 취합해 감염병 관련 부서와 보건소장에게 전달하게 된다. 역학조사관 한 명은 최소 4명에서 많게는 10명 이상의 확진자를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그날의 확진자 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명의 역조반원은 하루에 한 명 정도를 맡아 조사한다. 간혹 협조가 잘 되지 않거나 흔히들 알고 있는 '윗사람 불러!'와 같은 상황의 경우엔 역학조사관과 연결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역학조사반원이 확진자,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 확진자 이용 시설 담당자와 통화를 하게 된다. 확진자 역학 조사면 엄청 위험한 일 아니냐고 걱정하는 주변의 우려와는 다르게, 오히려 확진자는 전혀 마주치지 않고 실내에서 전화만을 사용해 역학조사를 진행해서, 확진자로 인한 감염 우려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역학조사반과 치료센터 이송팀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과도 계속 전화 해야 하는 확진자 본인이 제일 고역일 테지만, 한 사람을 붙잡고 며칠 전인 모월 모일 모시에 어디에 있었냐고 1시간 넘게 꼬치꼬치 캐물어야 하는 역학조사반원의 일도 만만치는 않다. 확진은 죄가 아니기에 취조를 할 수는 없지만, 빠른 접촉자 파악/분류를 위해 조사를 하다 보면 서로 간에 마음이 상해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치료법도 나오지 않은 신종 감염병에 걸린 환자에게 최대한 친절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이 매일 계속 쏟아지는 확진자수를 보고 있으면 그만큼 더욱 암담한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할 때가 많은, 역학조사반원의 나날이다.








*보건소별로 인력 배치나 역학조사 진행이 다를 수 있습니다. 

*확진/역학조사와 관련한 대부분의 정보는 http://www.seoul.go.kr/coronaV/coronaStatus.do?menu_code=23 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개인의 신상이나 조직의 업무 노출은 주의 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산티아고 가는 길 - 서른다섯 번째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