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역학조사반원의 나날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알려진 정보로 발열이나 인후통, 미각/후각소실이 주 증상이고, 상기 증상이 없으면 감염자가 아니라는 내용들이 있었다. 하지만 1년 넘게 수집된 한국을 비롯한 확진자 관련 데이터 상 무증상 확진자도 스무 명 중에 한 두 명 정도 있는 걸 보면, 증상만으로 감염 유무를 판단하긴 어렵다.
무증상인 확진자 중 드물게 '그럼 나랑 만난 사람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정확히 잘못된 생각이다. 무증상 확진자 본인에게만 증상이 없을 뿐, 그 사람의 몸에는 이미 바이러스가 있다. (그러니 '양성'이 나온 거다) 그리고 바이러스는 사람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누군가에겐 발열이나 몸살기로 나타나고, 누군가에겐 인후통, 심한 기침으로 나타나고, 누군가에겐 미각소실/후각소실로 나타난다. 발열이 난 사람에게서 옮겼다고 해서 똑같이 발열 증상이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마찬가지로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서 옮겼다고 해도 증상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증상이 있건 없건 그건 현재 확진자의 상태만 알려줄 뿐, 이 사람에게 얼마나 강력한 전염력이 있었는지, 또 이 사람에게서 감염된 다른 사람은 그 사람과 증상이 비슷할지 아닐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밀접 접촉자는 확진자와 '언제' 접촉한 사람일까? 확진자와 1년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던 사람을 밀접 접촉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다들 알고 있다. 그렇다면 2주일 전은? 일주일 전은? 이틀 전은? 정답은 '모두 다 가능성이 있다'이다. '밀접접촉자' 분류는 질병관리청에서 정한 '역학조사기간'을 기준으로 잡는다. '역학조사 기간'이란 이 확진자가 '감염력'이 있었던 기간을 말한다. 그리고 '감염력'은 보통 최초 증상 발생 기준 이틀 전부터 현재까지를 잡는다.
가상의 확진자 A가 있다. 모월 20일 목이 간지러운 최초 증상이 있었고, 22일 코로나 검사를 하여 23일 오전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의 '역학조사 기간'은 목이 간지러웠던 20일보다 이틀 전인 18일부터 현재까지다. 이 '역학조사기간'은 A의 바이러스가 전파가 가능할 정도로 활동하고 있던 기간이고 따라서 이 '역학조사기간'동안 A와 밀접 접촉한 사람들은 자가격리 대상이 된다. 마스크를 벗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가족은 당연히 자가격리 대상이고,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했던 친구나, 마스크를 벗고 커피를 마셨던 직장 동료나, 마스크를 벗고 함께 흡연했던 옆 부서 동료 모두 자가격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한 '무증상 확진자'인 경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기에 검사일 기준으로 이틀 전부터를 '역학조사기간'으로 잡는다.
그렇다면 확진자는 어디로 가서, 얼마나 치료를 받게 되는 것일까? 노약자나 기저질환자, 호흡곤란 등 증상이 심각한 경우에는 음압병실이 있는 병원으로 이송돼서 그곳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발열이나 기침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 있어 '생활치료센터'로 이송이 되어 그곳에서 지내게 된다. 최근에는 경증의 확진자는 자택에서 치료를 할 수 있게 하는 '자택치료'도 진행되고 있다.
아직 이 질병에 대한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라, 어느 곳을 가든지 획기적으로 호전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세 곳 모두 감염력이 없어질 때까지 외부인과 접촉 없이 격리된 상태로 지내야 한다. 다만 이때의 '격리'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 2주' 하는 것과는 기간이 다르다. 간혹 생활 치료센터에 입소하면 2주간 있다가 오는 걸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의 경우는 7~10일 정도 머무르며 증상 완화나 pcr 검사상 2회 음성 등의 기준을 충족하면 퇴소하게 된다. (후에 설명하겠지만, '자가격리 2주'는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최대 2주라는 뜻이고, 바이러스의 활동 기간은 잠복기보다 더 짧아 그렇다고 한다.)
최근엔 1주일 만에 퇴소한 사람 중에 '너무 빨리 퇴소한 거 같다'며 아직도 몸에 바이러스가 있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있는 자원 없는 자원 다 끌어다 쓰고 있는 상황에 바이러스가 있는 사람을 다시 내보내 감염 확산이 될만한 일을 하지는 않으니 당국의 방침을 조금만 더 믿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음압병실이나 생활치료센터는 입소하게 되면 금연이 필수사항이지만, 재택치료는 집에서 지내는 것이라 금연이 필수 사항은 아니다. 코로나19가 폐 질환임을 고려해 금연을 권고하지만,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완강히 거부하고 굳이 집에서 있겠다고 우길 정도의 사람들이 금연이 강제되지 않는 집에서 흡연을 하지 않고 지낼 확률은 낮다. 그저 부디 '옥상이나 베란다로 나가서 흡연하지만 마시라'고 부탁할 뿐이다.
*보건소별로 인력 배치나 역학조사 진행이 다를 수 있습니다.
*확진/역학조사와 관련한 대부분의 정보는 http://www.seoul.go.kr/coronaV/coronaStatus.do?menu_code=23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개인의 신상이나 조직의 업무 노출은 주의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