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고 떨어졌다.
가을날 잘 익은 도토리알 떨어지듯
툭 떨어졌다.
사방엔 낙엽들이 이미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나는 그 위로 자유낙하하며 툭 떨어졌다.
봄 날 같은 따스함 없이
낯선 듯 익숙한 곳으로 내려앉아
그래도 우리는 나란히 먼 곳을 바라보았다.
석양이 새빨갛게 지는 날
우리는 꿈꾸듯 깊은 잠에 들었다가
이른 아침 깨어나면 여린 싹을 틔우리라.
마른땅을 적셔줄 가느다란 빗줄기와
봄날의 볕이 나를.
그리고 너를 감싸 안아줄 것이다.
작고 딱딱한 몸을 떨어뜨리기 전
알맹이는 그런 꿈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