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실패담이어서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필자로서는 꼭 글로 털어놓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회사에 불만이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모두가 관성적인 것 같았고 창의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 거기에 팀장은 최악이었다. 그러던 중 마음에 맞는 몇몇 이서 이야기하다가 아이디어가 나왔고 우리는 금세 빠져들었다.
항상 새로운 것을 기획하는 것은 설레고 신나는 일이다
개발자도 섭외하고 화면 기획에 회사의 방향성이나 정체성도 세워나갔다. 단 하나의 리스크라면 BM이 없는 것이었고 이는 유저가 늘면 해결되리라 믿었다.
그렇게 진행되던 중 몇몇이 회사를 나가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필자는 투자를 받으면 퇴사하자는 입장이었는데 그와는 달리 올인하고 싶은 멤버가 있었다. 한 명씩 퇴사를 하기 시작해 결국 필자를 제외한 모두가 퇴사하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새 사무실에 가서 회의를 하는 식으로 진행을 했지만 매일매일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과 온도 차이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겉돌기 시작했고 나의 결정이 필요한 시기였다.
아내와 오랜 상의 끝에 결국 팀에서 나오는 것으로 결정했고 팀원들에게 알렸다. 그간의 시간이 모두 거짓이었냐는 질타는 지금도 아픈 말이다.
이후 필자는 회사에서 몇 년간 더 일하다가 다시 한번 스타트업 창업을 해 스타트업에서 근무 중이다. 이번에는 투자 라운드를 거쳐가면서 재정도 확보하면서 BM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의 필자는 “스타트업 놀이”를 했던 것 같다. 회사의 부조리함과 정체된 모습에 질려 우리가 기획한 서비스를 돌파구로 삼았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건 다 좋았고 옳았다. 회사 옥상에 올라가 우리 서비스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당시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래서 다른 팀원은 생업을 포기하고 도전했을 때 필자는 그렇지 못했고 당황했다. 놀이가 현실이 되면서 그제야 깼다. 삶을 걸고 임했던 그분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고 10년이 가까이 되어가는데도 그 무게가 줄어들지 않는다.
그런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스타트업은 생존이지 놀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스타트업과도 미팅을 해봤지만 이를 헷갈려하는 팀도 많다. 더 힙하고 유연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만 지켜나가지만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안일한 경우가 많다. 그런 스타트업은 결국 몇 년 못가 사라지게 된다. 특히나 기획이라는 포지션은 더욱 그렇게 되기 쉽다. 인터넷으로 조사해보고 실제 고객이 어떨지 상상만 해서 이야기를 꾸며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다.
어린 날의 필자의 미숙함을 늘 미안함으로 지고 살게 되었지만 그를 통해 스타트업에 대한, 창업에 대한, 생존에 대한 무거운 짐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