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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튜브라이트 Oct 30. 2015

타이틀이 도대체 뭐길래

뚝딱뚝딱 몸마음공장 프로젝트 15

스펙이 도대체 뭐야?라는 물음을 듣고 선뜻 그 의미가 이해되지 않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여기저기서 외쳐데대니 영어로 된 말이라 정확한 영어사전적 뜻을 읊을 수는 없어도 그 단어의 의미가 나도 모르게 그냥 피부로 와 닿는다니 왠지 더 몸서리쳐진다. 근데 요즘 매체에서는 우리가 그렇게나 목메는 스펙의 붕괴의 현상을 볼 수 있다.  


인터넷 방송, 종합편성 채널 등 매체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포맷의 방송이 가능해졌고 이 때문에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신선함을 주는 프로그램도 많다. 특히 요즘의 먹방 프로도 그런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먹방 프로를 위해 대표로 시식하는 사람도 또 요리하는 사람도 모두 스펙에서 벗어나 있다. 시식 대표자는 무조건 내 대신 침이 흐르도록 맛있게 먹어주고 그 맛을 아주 맛깔나게 표현해주면 그만이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이런 사람이 먹방에 매우 적합한 스펙을 지닌 것이다. 게다가 요리사들 중에서는 재야의 고수가 많다.  그동안의 요리 프로그램이 레시피 위주로 매우 정확하게 그 맛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정보 전달의  목적하에서 검증된, 즉 여기에서 검증된의 의미란 우리가 딱 들어도 수긍할 만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무슨무슨 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라든지 한식조리사, 중식조리사, 일식 조리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들이라든지, 아니면 중요 무형문화재라든지, 해외파로 외국의 유명 요리학교 출신이라든지 하는 사례들 말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우스개 소리로 그런 이야기도 나돌았었다. 그런 대단한 사람이 요리를 하고 방송에 나와 레시피를 알려주면서 카메라가 보는 앞에서 조리했는데 막상 시식했더니 실은 맛이 형편없더라 라는 등의 평가 말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백종원 등의 요즘 TV 출연 요리사는 스펙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자신이 요리에 바쳐온, 갈고 닦아온 진정성과 노력을 녹인 경험으로 축적된 실력을 보여주기에 시청자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우리도 스펙(타이틀) 싸움에서, 스펙이면 무조건 검증 완료라는 그런 고정관념과 공식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물론 의사, 변호사라든지 매우 숙련된 기술과 고도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직종의 경우라면 자격을 갖추는 것은 실제 현장에서의 경험을 쌓는 것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러나 가끔 의문이 든다. 대다수의 우리가 실생활에서 필요한, 매일매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경우에 진짜 이런 스펙이 필요한가 라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스펙  깨기라는 공식도 성립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에 의한 지식과 기술, 뛰어남은 스펙이라는 어떤  공식화되고  명문화된 자격에 비해 홀대를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법률 서비스를 일생에 몇 번이나 받게 될는지 말이다.


단적으로 스펙을 보고 무조건 믿고 뽑는 것은 아마도 우리 사회 자체가 무언가에 정말 골똘하고 사리사욕과 관련 없이 열정에 불타올라 그것에 정말 헌신하고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사람을 자주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스펙이 좋은 사람을 뽑는 사람도 스펙이 좋은 사람이었을 확률이 높고 스펙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매번 노벨상 수상자 발표 즈음이 되면 여기저기서 탄식이 나온다. 우리에게선 왜 노벨상 수상자가 이다지도 나오기 힘든 것인지! 스펙 중심의 사회에서는 영원히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암울한 생각이 든다. 정말 그 분야에 투신해서 뼛속 깊이 스스로 깨닫고 배운 사람은 그 결이 알알이 몸에 박혀 있어서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고 진중하게 노력하는 사람을 몰라볼 리 없다. 조용히 그 분야에 미친 듯이 몰두해서 비교적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제도권 밖의 교육 현장이나 그러한 방식에서도 얼마든지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발견과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 모로 가다 보면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다 보면 서울이 결국에는 나올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발을 잘 못 들여놓았을지언정 그 사람이 가는 길에는 분명 그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 어떻게든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혹은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그 사람이 찾아 나서지 않을 리 없기 때문이다.


지식을 머리에만 새기지 말고 몸에도 새기자. 몸이 더 잘 기억하고 몸이 기억하는 사람을 머리로만 기억하는 사람이 따라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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