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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튜브라이트 Apr 25. 2016

인간에게 꼬리가 있다면

뚝딱뚝딱 몸마음공장 프로젝트 23

펄럭 펄럭 움직이는 강아지의 꼬리를 보면서 어느 날 생각했다. 강아지의 표정은 여느 때와 같아 보이는데 어쩜 저렇게 팔랑팔랑 꼬리는 흔드는 걸까. 강아지의 감정 표현은 꼬리로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인간에게도 꼬리가 남아있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두 발로 걸어야 하니 옷을 입기는 참으로 불편했을 테지만 얼굴로는 드러나지 않는 감정을 꼬리가 대신해서 나타내 주었을까? 얼굴은 웃고 있지만 꼬리는 한없이 땅을 향하고 있다면, 너무 기분이 좋은데 꼬리는 춤까지 추고 있다면, 꼬리에 리본을 달았다면, 꼬리가 축축이 젖어 있다면,,, 뒷모습을 통해 상대방의 심정을 보다 솔직하고 정확하게 확인하게 되려나, 감정을 감출 수 없어서 오히려 당황하게 되려나, 어쩌면 나도 알아채지 못한 나의 감정을 다른 사람이 더 정확하게 알아봐주려나, 고마워지려나, 쑥스럽고 부끄러워지려나.


가끔 나는 모르는 낯선 사람의 표정도 유심히 살피곤 한다. 나도 모르게 표정을 의식하고 있는 듯하지만, 세상의 모든 무게를 짊어진 듯한, 무표정한 사람들을 보면 왠지 슬퍼진다. 아마 꼬리가 땅에 끌리고 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나는 내 표정이 제어되지 않는 순간을 느끼곤 한다. TV를 보면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볼 때, 환하게 웃는 사람들을 볼 때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먼저 웃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나는 적잖이 놀랐다. 누군가 나의 그런 모습을 눈치챘을까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강아지의 꼬리가 너무나 예뻐서 문득 꼬리 생각을 해보았다. 어쩌면 인간은 꼬리가 없이도 이미 온몸으로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걸음걸이로, 손동작으로, 얼굴 근육으로, 어떤 언어로 보다 더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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