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튜브라이트 Sep 03. 2018

삶에의 의지

뚝딱뚝딱 몸마음공장 프로젝트 24

주어진 학교 생활을 열심히 했던 초중고 시절을 지나, 대학에 입학해 '꿈', '진로'에 대한 그림을 어렴풋이 그리며 나의 길을 가고자 마음먹었던 20대가 지났다.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 열정을 따라 이것저것 시도하고, 직업을 갖기도 하고, 여러 조언을 듣기도 했다.


그래서 나의 확신에 따라 장기적인 계획 없이 그때그때 움직였다. 내가 마음으로 분명히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정보를 찾아 움직이고,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남이 인정하는 좋은 회사나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회사가 아니더라도 내게 적합한 곳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때때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사회에서 이렇게 저렇게 부딪히며 조금이나마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편견과 싸우기도 하고, 살구빛 현실과 멀어지는 일을 택하기도 하면서 행복과 불안감을 동시에 맛보기도 했다. 무언가 목표로 하면 무턱대고 열심히 좇아가는 나의 성격 때문에 체력적으로 지쳐버린 나는 지금 인생 처음 가장 커다란 벽을 만난 것 같다. 남들처럼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조금 더 영리하게 살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도 하고, 사실 남과 나를 잘 비교하지 않는 나였는데, 좌절의 순간에 이미 나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생각도 해보고, 자책도 해보고, 사주도 보고, 직접 공부도 해보게 됐다. 매주 올라오는 별자리 운세를 보면서 로또에 기대듯 나의 미래에 작은 기대를 걸어보기도 했다.


현실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으니 내가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이 있음을 자각하게 됐다. 라캉이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했던 말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제껏 내가 그렇게 살지 않았으니, 그렇게 살기도 너무나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천직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찾는 순간 나는 그 길을 향해 10년이고, 20년이고 달려가고자 다짐했는데, 현실에 닥치니 천직을 찾더라도 그것을 따르는데 무한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대에 더 많이 이것저것 도전해 볼 걸 하고 후회하기도 했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한들 나는 똑같을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돈 벌기 어렵고, 성공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솔직히 답이 나오지 않아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점성학을 공부했다.


점성학을 조금 공부하니 문제가 생겼다. 나의 모습을 더욱 확실히 알게 됐고, 어렸을 때부터의 나의 특성을 돌아보고 지금까지의 나의 행로를 보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더욱 잘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길을 따라가자니 가시밭 길인 것을 알게 되어 그냥 용기 없고 두려워진 것이다. 굶어 죽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이렇게 살면 이도 저도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그냥 걱정 인형이 되어버려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나를 인지하게 되었다.


결국에는 힘들게 고생하고 싶지 않고 편하게 살고 싶은 나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되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게 내 모습이다. 그런데 얼마간 그냥 시간을 보내고 나니 무엇이든 마음을 담아 전력으로 힘쓰지 않으면 이룰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운명이 이렇다고 사주나 점성학이 말해주든 말든 운명론에 기댄다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란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인생에 일정한 행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점성학을 공부한 것인데, 내 운명이 성공의 운명이라 한들 지금 현재는 그것을 어차피 손에 쥘 수가 없고, 거지의 운명이라 한들 지금은 거지가 아니니까 와 닿지 않으니 운명론에 회의를 품게 됐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려니 더 미치겠고, 의미 없이 살려니 더 죽겠는 상황이 온 거다.


결국에 운명이 있든 없든 사람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살기는 너무 어려운 거다. 똥을 만들든, 금을 만들든 무언가에라도 몰입을 해야 이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거다. 쉬는 동안에 이력서도 내고, 면접도 보고, 하기 싫은 아르바이트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이런저런 사람도 만나고 관찰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결국 내가 하기 싫은 일 하면서 돈 벌고 살기 싫다면 이제는 그냥 단호한 결정과 실천만이 남은 거다. 그냥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죽기보다 싫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불속을 박차고 나오기 싫지만, 그렇게 그냥 늦잠 자버리면 그게 그냥 좋지가 않다. 순간을 이겨내는 힘이 인간에게 있으니 나도 그렇게 살기를 다시 다짐하는 수밖에 없다.


천직을 찾는 과정이 힘들뿐더러 그것을 찾는 게 중요치 않다면 내 능력에서 가능한 방식으로 돈을 벌고, 시간을 들여 내 업을 찾았다면 그것을 따를지 말지, 용기를 낼지 말지를 정하는 것이 다음 순번인 거고, 그것을 따르기로 했다면 거기에 마음을 담아서 열심히 해야 맞는 일이고, 만약 찾았지만 업으로 삼기에 두렵다면, 그래도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나를 먹여 살려야 마땅한 것이다. 인간의 인생이란 그런 것으로 나는 지금 이해했다. 내가 이제껏 이해한 게 딱 이 정도다. 나중에 또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도, 그렇게 그냥 열심히 사는 게 인간의 삶이다. 마음을 담지 않고 인생을 살아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인간이 제일 위대한 거다. 그래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오늘 다시 다짐하는 거다. 이러고 얼마 안 가 또 흔들거리겠지. 그리고는 다시 흔들거리지 않을 방법을 찾는 게 나인 거지 뭐. 태어난 이상 이 세상에 그냥 굴하지 말고, 뭐라도 해보자. 내가 결심해서 사는 방식이 그냥 내 그릇인 거다. 누굴 부러워하고 말 것도 없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에게 꼬리가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