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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튜브라이트 Dec 04. 2018

몸이 기억하는 상처

뚝딱뚝딱 몸마음공장 프로젝트 30

나의 경험으로부터 이해한 바로는 몸과 마음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령, 아토피나 여드름 등 많은 피부 질환이 정체불명의 스트레스에서 비롯하거나 압박감에 의해 두통에 시달리는 경우, 시험을 앞두고 배가 아파 고생하거나, 긴장했을 때 손에 땀이 나는 경우, 걱정이 많을 때 불면증 혹은 위장병으로 고통받거나 하는 것 등 말이다. 그래서 몸이 아프면 오히려 마음을 보살피고, 마음이 아프면 몸을 돌보라는 말을 되새기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세 권의 번역서인 『헝거』, 『몸에 갇힌 사람들』 , 『가만히 끌어안다』 등의 책을 읽으면서 어떤 아픔은 마음이 아닌 몸에 오롯이 새겨져 있다는 생각을 했다. 몸과 마음의 연결성은 이미 프로이트 등 여러 학자들이 거론했을 정도로 심리학 등 학문적으로도 의미있게 다뤄지는 주제이지만 몸과 마음의 관계에서 벗어나 우리의 감각은 그 자체로 경험한 ‘몸’이라는 신체적 특성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고, 이해되어야만 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고 깨닫게 되었다. 이미 상처 입은 사과를 되살리는 방법은 그 상처를 도려내는 방법이 유일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출처- 구글이미지- 사람으로 바라본 세상


운동을 급격히 심하게 해서 근육이 아프면 우리는 그제야 그 근육이 내 몸의 그 부위에 붙어있었음을, 거기에 존재하고 있음을, 아무 말없이 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우리 마음이 고통받으면 마음이 여기에 존재하고 있어 내가 아픔을 느끼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픔을 느끼면 우리는 치료를 필요로 하고, 다시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기를 원한다. 이처럼 몸에 새겨진 아픔은 무엇보다 예리한 감각의 상처로 남아있다는 것을 우리가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어서 어떤 것은 손에 잡히는 감각으로만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오히려 몸이라는 눈에 보이는 도구가 전제되어 있기에 우리가 마음에 다가설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근육통이 느껴지면 파스를 바르고, 암이 생기면 도려내는 수술을 하듯이 말이다. 몸이 가진 상처를 섣불리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은 처사일지도 모른다. 몸이 겪은 좌절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는 결국 마음에서가 아니라 몸 자체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더 솔직하고 빠른 치유책일 수 있다.


몸이라는 틀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바로 인지되기 때문에 판단이나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관념적으로도 다른 여러 도구에 의해 해석되곤 한다. 그래서 좋은 몸 혹은 아름다운 몸에 대한 시각은 시대적 흐름이나 사고방식, 유행 등에 따라 계속해서 변한다. 본능에 의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예를 들어, 풍만하고 굴곡진 몸매, 보다 성적인 특성을 잘 나타내 주는 근육질 혹은 남성과 여성을 명확히 구분해 줄 수 있는 신체적 특성들이 더 환영받는 시대가 있었다면, 근래에는 마른 몸매,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몸 등이 사회적인 시각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몸이라는 것만큼 개인적이고 사적인 것도 없다. 다른 사람의 몸에 대해 비평하기를 끝내고, 시각적인 틀에서만 몸을 바라보기를 멈추고, 보다 본인에게로 그 시선을 거두고 솔직하지만 배려하는 마음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누구나가 가진 몸에 대한 스토리는 다르고 겉으로 인지되는 것 외로 몸 내부에 감추어진 서사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 스스로의 몸을 사랑하고, 철저히 내 관점에서 나의 몸을 돌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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