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뚝딱 몸마음공장 프로젝트 29
우리 삶을 형성하는 것 가운데 많은 것은 반복이다. 내가 오랫동안 반복하는 것들이 결국 나를 이룬다. 내가 먹는 음식, 내가 매일 행하는 사소한 일들, 내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곧 나를 대변한다. 이러한 반복은 단기적으로는 습관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전통 혹은 문화가 된다. 무언가 긍정적인 행위가 우리 삶에 새겨지려면 반복을 통해 습관화하고, 이를 전통으로 만들어 후세에 보급하면 그것은 우리가 직접 만드는 문화, DNA가 된다.
보통 무언가를 습관으로 만들려면 3개월 정도를 지속해야 한다고 한다. 다이어트를 해봐도 3개월쯤 되어야 체중 변화가 눈에 보이고, 몸을 구성하는 피부, 모발 등이 재생성되는 주기를 보면 우리는 최대 3개월마다 새로운 몸으로 바뀐다. 3개월 법칙은 우리 신체의 변화로 볼 때 자연적인 우주 법칙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전통으로 자리 잡게 하려면 얼마가 걸릴까? 얼마 전 우연히 대화를 하다가 힌두교가 과연 어떤 종교인가 하는 것이 화제로 떠올랐다. 힌두교에는 사실 알려진 창시자가 없고, 경전도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다신교로 알고 있는 것이 힌두교인데, 여기에 신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에 대해 힌두교를 따르는 인도인은 힌두교는 절대로 종교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삶의 방식 정도로 생각하면 알맞다는 것이다. 혹은 삶을 지탱하는 규율이라고 할까.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 속에서 잘 살기 위한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식습관, 내면을 인식하는 기도, 신체의 정결함, 합의된 도덕의식, 존재의 의미를 다하는 결혼과 출가 등등 인생을 관통하는 삶의 계획표라고 할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힌두교는 종교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보다는 힌두 전통으로 해석되어야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이 전통으로 자리 잡게 하는 데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동의하는 생각, 합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도 그렇다면 이제 슬슬 종교의 한계를 인식하고 변화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면 좋지 않을까. 종교보다 더 나은 전통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면 어떨까. 개개인이 주체성을 가지고 삶을 꾸려나가는 것. 서로가 북돋아 주어 함께 더 나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 인간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존재인데, 마음이 병들고 몸이 병드니 자꾸만 외부에서 무언가를 채우려고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에 대한 갈망과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내가 속한 공동체의 번영만을 위해 애쓰지 않고, 더 큰 시각에서 스스로가 바로 서기로 결심한다면 보다 건강한 모임이 가능하고, 또 그로부터 환경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도 생겨날 거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변화로는 세상을 바꾸기 어렵지만 각자가 모두 변한다면 세상을 분명 바꿀 수 있다. 인간은 그 스스로 선하고자 하면, 선의를 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 그리고 전통을 만드는 것이 이렇게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가 무언가 우리 삶에 변화를 가져오기로 했다면, 3개월 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의 공간과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서로가 확인해 주고 지원해 주면 참 좋겠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내가 결의를 다지니 불가피한 일정 속에서도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과 도움이 자연적으로 주어졌다.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그렇게 도와주더라.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나의 굳은 결심에는 자연도 힘을 보태주는 것이 분명하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