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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인사이드 May 10. 2021

[스팟클립] 지금의 세상 | 25권의 책만 파는 서점

사당역 큐레이션 서점

손님들의 이야기로 채운 공간

고민에 맞는 해결책을 소개하는

사당역 큐레이션 서점 '지금의 세상'


#지금의세상 #독립서점 #큐레이션서점 #스팟클립




안녕하세요. 이야기가 있는 감각적인 공간을 소개하는 '스팟클립' 에디터 달리입니다! 서점에 책이 딱 25권만 있다면 어떨까요? 아마 누군가는 그게 무슨 서점이냐고 되물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 손님들의 고민에 맞는 책을 매주 큐레이션 하여 딱 25권의 책을 선보이는 서점이 있습니다. 서점을 찾은 사람들이 포스트잇에 고민을 적어 거울에 붙여두면 주인장은 그중 하나를 골라 처방전을 건네듯이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소개하는데요. 친밀한 소통 방식으로 손님들과 함께 공간을 꾸려나가는 사당역 '지금의 세상'을 소개합니다!


독립서점 '지금의 세상'은 사당역 10번 출구에서 가까운 골목에 위치해있는데요. 그동안 제가 사당이라는 지역에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는 혼잡한 교통체증과 프랜차이즈 가게들이었지만 이 골목에 들어서면 조용하고 사람 냄새나는 동네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골목 안쪽에 위치한 지금의 세상은 정말 작고 아담한 공간인데요. 크기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외관과 강렬한 와인빛 간판 덕분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몇 번이나 끌곤 했습니다.

입구에는 귀여운 필체로 '지금의 세상 사용설명서'가 적혀있는데요. 여기 쓰인 사장님의 필체는 서점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답니다. 사용설명서에 쓰인 내용처럼 실제로 사장님은 누구든 가볍게 들어와서 자유롭게 구경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으신 것 같아요. 음료도 따로 판매하고 있어 음료를 주문하면 개인적으로 가져온 책도 읽을 수 있다고 하네요.

간판부터 내부까지 짙은 와인빛으로 물든 인테리어는 강렬하면서도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지금의 세상'이라는 이름처럼 어딘가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요. 작은 공간 안에서 공간을 빈틈 없이 효율적으로 사용했다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소소한 볼거리로 가득 찬 공간이랍니다.

큐레이션 독립서점 '지금의 세상'은 각자의 세상에 자리한 생각과 고민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서점의 중심에는 오각형의 테이블이 놓여있는데요. 그 위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행복에 대한 갈망, 사랑에 대한 감정, 마음의 편안함, 지적 호기심 이렇게 다섯 가지의 주제가 테이블의 면을 하나씩 채웁니다. 

각 주제마다 4권의 책이 있고 사장님이 큐레이션 한 책에는 사람들이 적어둔 고민 포스트잇과 사장님이 자필로 적은 쪽지가 함께 적혀 있습니다. 사장님의 글도 술술 읽혀서 저는 이것만 읽어도 책의 분위기가 어림짐작 가더라고요!

서점의 한쪽 벽면에는 사람들의 고민이 적힌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 있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혹은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무기력을 어떻게 극복할까요', '행복만을 위해 사는 것이 맞을까요' 등 이 안에는 저마다 삶에서 겪는 어려움과 지금의 고민, 생각들이 다양하게 섞여있는데 읽다 보면 타인의 이야기도 마치 내 이야기처럼 동질감이 느껴지곤 했답니다. 그만큼 인류가 느끼는 고민들은 보편적이기 때문일까요? 대부분 사장님이 분류해놓으신 다섯 개의 주제 안에서 이루어지는 고민들이었어요.


또 손님들이 각자의 답답한 고민을 적으면서 혹시 내 고민에 '해결책'이 나왔을까 하는 기대감과 설렘도 함께 생길 듯한데요. 실제로 자신의 고민에 맞는 해결책이 나온다면 그 책은 무조건 구매하게 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공간에 자신의 손길과 관심을 담기 시작하면 애정도 더욱 커질 것 같네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고민인 사람에게 '수학의 선물'이라는 책을 처방해 준 이유가 뭘까?' 하고 궁금해서 사장님의 코멘트를 읽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는데요. 이게 바로 '지금의 세상'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일반적으로 서점에 가면 끌리는 제목이나 표지를 먼저 보게 되는 반면, 지금의 세상에서는 어떤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책인지를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 눈여겨보게 되고 한결 쉽게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를 수 있답니다.

방대한 양의 정보가 너무 많이 쏟아지면 오히려 선택이 훨씬 어려워지는데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방대한 양의 책이 있으면 오히려 원하는 책을 찾기 어렵지만 명확한 큐레이션과 공감 가는 고민들 덕분에 책 하나하나가 쏙쏙 들어왔어요.

총 25권 중에서 테이블 위에는 주제별로 4권씩 총 20권이 올라와 있고 나머지 5권은 숨겨져 있다는 쪽지도 있어요. 작은 공간 안에서 사장님과 숨바꼭질을 하듯 재미난 요소까지 있네요. 그런데 '다른 힌트를 드린다'라는 건 뭘까요? 여러분도 서점에 방문하셔서 수수께기를 풀어보시길 바라요. 지금의 세상은 이래저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장님과 공간입니다.

창가에는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3개 마련되어 있는데요. 저도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어보려고 구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운데에는 방문자 정보를 작성할 수 있도록 두셨는데 아마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가운데를 비워두신 것 같네요.

메뉴는 심플하지만 커피와 차, 에이드, 주류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핸드드립 커피와 티 종류, 와인으로 만든 에이드와 뱅쇼까지 취향이나 기분에 따라 즐길 수 있겠네요. 어둑한 시간에 혼자 따뜻한 뱅쇼를 한 잔 마시며 책을 읽는 것도 꽤나 낭만적일 것 같아요.

하지만 이날은 날씨가 꽤나 더워서 차가운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방문했던 날이 마침 어린이날이었는데 어린이날이라고(?) 막대사탕을 서비스로 주셨어요. 커피는 연하고 향이 참 좋았습니다.

'지금의 세상'은 작은 골목길에 자리한 소박한 서점이라 조용하고 아늑했습니다. 작지만 책 읽을 공간도 있었고 차분한 음악과 분위기 덕분에 오히려 책에 집중이 잘 되었어요. 여유로운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며 파리의 카페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를 읽고 있자니 마치 파리의 골목에 와있는 듯 여행하는 기분도 들었어요. 독립서점의 매력은 역시 대형서점에서 볼 수 없는 개성 있고 폭넓은 분야의 책이 있다는 점이겠죠. 개인적으로 이 책이 표지부터 내용까지 마음에 쏙 들어서 바로 주문했습니다. 재고가 없는 책은 주문을 해두면 연락을 주신다고 해요.

처음에는 25권으로 대체 어떻게 서점을 채울까 궁금했는데 공간을 꽉 차게 만들어주는 것은 책의 양이 아니라 공간에 담긴 사람들이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25권의 책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통 대형서점에 가면 방대한 양의 책들에 짓눌리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고 막상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지 못할 때도 많은데 '지금의 세상'에서는 마음에 와닿는 책을 몇 권이나 발견했답니다.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잡지와 엽서까지 인심 좋은 사장님께서 무료로 나누어주시는 것들도 많아 나오는 손이 무거워졌습니다. 특히 손님이 직접 그렸다는 사장님의 모습이 담긴 책갈피와 엽서를 보며 사장님이 얼마나 손님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계신지 느껴져서 마음이 따스해졌습니다.

공간을 이렇게나 알차게 쓸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의 세상에는 소소한 굿즈들이 많았는데요. 떡 메모지와 책갈피, 에코백과 엽서, 유리컵까지 아기자기하면서도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사당동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제작한 '사당 굿즈'가 있어 동네 주민들이 지역 활성화에 참여하시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그 핑계로 저도 에코백을 하나 구매했는데 꽤나 마음에 들었어요!

에코백을 구매하니 이렇게 예쁘게 담아주시고 서비스로 책갈피도 넣어주셨습니다. 세심한 부분 하나하나 소박하지만 정감이 가고 사장님의 애정이 묻어나는 공간이었어요. 더불어 가게의 주인이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 모두 공간을 만들어가는 모습의 표본인 것 같아 더욱 사람 냄새가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사당역을 자주 다녔지만 저에게 사당역은 늘 교통 환승을 위해 잠시 거쳐가는 지역이었는데요. 사당역 골목에 이렇게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이 있다는 걸 발견했으니 앞으로는 거쳐가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곳이 될 것 같네요. 구독자 여러분도 앞으로 사당에 방문하게 되신다면, 혹은 그동안 저처럼 환승지로만 생각하셨다면 독립서점 '지금의 세상'에 머무르며 따뜻하고 아늑한 온기를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에디터의 클리핑�
�   삶에 고민이 있는 모든 분들께 추천
�  잔잔한 위로와 살아갈 힘을 얻는 곳
�  나만 힘들고 어려운 게 아니었구나!
�  사당동 골목산책도 함께 하면 좋아요


| 지금의 세상 information

주소 : 서울 동작구 동작대로3길 41 1층
운영시간 : 화~토 15:00~21:00 / 일,월:휴무
연락처 : 0507-1305-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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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에디터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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