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스팟클립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텔인사이드 Jun 14. 2021

[스팟클립] 20세기 최고의 목격자, 라이프 사진전

#더라스트프린트


디지털 시대에 가장 아날로그적인 기록

20세기의 목격자, 세계 최고의 잡지

100장으로 보는 100년의 역사


#라이프사진전 #세종문화회관 #전시회추천




안녕하세요. 호텔 에디터가 클립한 감각적인 공간 이야기, '스팟클립' 에디터 달리 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시나요? 디지털카메라 시대에서 스마트폰이 생겨난 후로 누구나 고화질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어 언제 어디서든 스냅샷을 찍기 간편해졌죠. 덕분에 요즘은 휴대폰만 있어도 누구나 사진가가 되는 시대인데요. 디지털카메라가 생겨나기 전, 한 컷마다 심혈을 기울여 찍던 필름 시대보다 사진의 가치가 가벼워졌다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오늘 스팟클립에서는 누구나 찍지만 아무나 찍을 수 없는 '사진'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디지털 시대에 남겨진 가장 아날로그적인 기록, <라이프 사진전 : 더 라스트 프린트> 입니다. 


<라이프 사진전 : 더 라스트 프린트>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인데요. 지난 5월 11일부터 시작되어 8월 21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광화문역 출구로 나오자마자 바로 세종문화회관이 보였는데요. 건물이 여러 개라 입구가 헷갈릴 수 있는데 미술관 입구는 대로변 쪽에 지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됩니다. 오랜만에 보는 전시인데다 평소 사진전을 좋아해서 어떤 작품들을 만날지 무척 설렜는데요. 게다가 이름만 대면 아는 '라이프'전인 만큼 기대가 더욱 컸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오면 프런트에서 티켓을 받을 수 있는데요. 현장 발매도 가능하고 저는 얼리버드로 예매해서 현장에서 티켓을 받았어요. 또 발열이나 해외 입국 등 방역을 위한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QR코드 인증과 체온 측정까지 마치면 입장할 수 있는데요. 혹시 소지품이 있다면 입구에 무료 캐비닛에 보관하고 편하게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또 전시 내부 사진촬영은 가능하지만 영상 촬영은 불가하다고 하네요! 도슨트 대신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무료로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입구에는 이번 전시의 부제인 '더 라스트 프린트'를 설명하는 스토리와 함께 세계 최고의 잡지로 손꼽히는 <라이프>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참혹한 전쟁 사진부터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유행하는 패션에 대한 기사들까지 <라이프>지가 다루는 주제는 폭넓었는데요. 수많은 주제를 담은 사진 중 100장의 사진을 추리고 추려서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시대의 흐름과 역사를 한눈에 읽을 수 있었던 전시였어요. 모든 작품을 소개할 수는 없지만 기억에 남는 일부 작품들을 하나씩 소개해드릴게요:)

라이프 사진전에는 흑백 사진이 다수였는데요. 물론 컬러 사진도 있었지만 흑백사진 특유의 분위기가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더욱 살려주어서 좋았어요. 이 사진은 뉴욕 맨해튼 빌딩 숲을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인데요. 수십 년 전의 사진이지만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죠. 안개 낀 맨해튼의 거리와 사람들의 뒷모습은 어쩐지 차갑고 쓸쓸하게 느껴졌어요. 

<라이프 사진전>의 묘미 중 하나는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 인사들을 만나는 재미인데요. 위 사진은 미국 상원의원 시절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딸 캐롤라인과 피카부(까꿍)를 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1958년에 촬영된 이 사진은 생후 4개월 된 딸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평범한 '딸바보' 아빠의 모습인데요. 강대국의 카리스마 넘치는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케네디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사진이네요. 

이 사진은 인형극 놀이를 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인데요. 굉장히 극적인 장면인 듯한데 아이들마다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점이 참 재밌지 않나요? 사진의 드라마틱한 순간을 더욱 극대화해 줍니다. 이 사진 속 아이들은 과연 인형극에서 어떤 장면을 보고 있던 걸까요? 그 비밀은 전시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왠지 낯익은 이분은 누구일까요? 바로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입니다. 전 세계인이 알고 있는 '체 게바라'가 본명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의 성이었던 '게바라' 앞에 '체(che)'가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습관적으로 입을 열 때마다 '체(che)'를 내뱉었는데 이것이 그의 애칭이자 훗날은 하나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았다고 하네요. <라이프 사진전>의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이렇게 사진 속 인물에 대한 흥미로운 스토리나 비하인드를 알 수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답니다. 

또 중간중간 파트를 나누어 짤막한 설명으로 한 템포 쉬어가고, 새롭게 환기를 시키기도 했는데요. 주로 <라이프>의 사진가들이 남긴 사진에 대한 철학과 생각들이 담겨있는 글이었어요.

빈티지 <라이프>지를 직접 볼 수도 있는데요. 이렇게 모인 사진들 옆에는 그 사진을 촬영한 라이프의 주요 사진작가 8명에 대한 스토리와 그림이 있어 작가를 이해하고 사진을 다시 볼 수 있었어요. 작가들마다 성향도 취향도 모두 다르고 실제 결과물에도 각기 다른 개성이 느껴진다는 걸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었습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라는 강렬한 명언으로 알려진 영원한 챔피언, 무하메드 알리의 경기 중 모습도 포착할 수 있었는데요. KO된 채 쓰러진 상대 선수와 알리를 제지하는 심판, 그리고 이글거리는 눈빛을 쏘고 있는 무하메드 알리의 모습까지 경기장의 긴장감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느낌이었어요. 이 사진은 컬러인데 그래서인지 더욱 생동감이 느껴졌습니다. 

이 작품은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남긴 사진인데요. 개인적으론 사진에 대한 설명을 읽기 전부터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은 작품이었어요. 깊은 눈빛과 주름, 그리고 인자한 표정으로 렌즈를 바라보는 호퍼와 마치 아이컨택을 하는 것처럼 한참 동안 응시하게 됐는데요. 사진이나 미술 작품은 직접 전시회에 가서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사진으로 찍으면 미술관에서 관람할 때의 감각이 살아나지 않더라고요. <라이프 사진전>을 진짜로 즐기고 싶다면 꼭 직접 방문해서 작품과 눈을 맞춰보시길 바라요!

이번 <라이프 사진전>의 포스터에도 쓰여서 가장 많이 본 사진이죠. 이 사진은 사진가 데니스 스톡이 카메라에 얼굴을 갖다 대고 마치 렌즈가 자신의 오른쪽 눈, 뷰 파인더가 왼쪽 눈인 것처럼 연출한 사진인데요. 자신의 초상 사진에 카메라라는 도구를 활용해 사진기자로서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심플하지만 명확하게 표현한 사진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고 해요. 사진가에게 뷰 파인더와 렌즈, 그리고 피사체.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멀리서 보아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이 사람, 바로 천재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입니다. 이 사진 속 아인슈타인은 1947년에 미국 프린스턴 고등학술연구소에서 홀로 안장 연구 중인 모습이라고 하네요. 문에 반쯤 가려진 아인슈타인의 모습이 어쩐지 고독하고도 꼿꼿했던 그의 삶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는데요. 이렇게 곳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어 반갑고 신기했던 전시였어요.

인물사진의 비중이 많긴 했지만 종종 동물을 담은 사진이나 사물, 풍경 사진들도 있었는데요. 이 사진은 외롭게 서있는 아기 새 한 마리로 특별한 스토리나 배경은 알 수 없는 짤막한 설명의 사진이었는데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었어요. 

위에 본 것처럼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유명인들의 사적인 순간을 엿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을 깊게 울린 사진들은 전쟁의 참상을 포착한 사진들이나 평범한 인간의 외로움을 담은 사진들이어요. 이 사진도 긴 설명 없이 어느 연인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이었는데 한참을 떠날 수 없던 사진이었어요. <라이프 사진전>에는 꼭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인간'에 대한 삶과 내면을 담고 있는 작품이 많았어요.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거치며 격동의 시기를 함께 겪어온 <라이프>지에는 유독 전쟁의 참상과 잔혹함을 담은 작품들도 많았는데요. 이 사진은 이름 모를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의 묘지에 서 있는 한 남성을 담은 사진이에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그저 사진 한 장으로 수많은 감정과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절로 경건해지는 사진이었습니다.

또 전시 중간중간 영상 자료가 있었는데요. 이 영상은 사진을 촬영할 당시, 혹은 잡지에 싣는 과정에서 있었던 우여곡절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인터뷰하는 내용이었어요. 사진에 담긴 또 다른 스토리를 당사자들에게 직접 들을 수 있어 생생하고 재밌더라고요. 영상이 길진 않고 일부 사진 몇 장만 다루고 있어서 이런 영상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보기만 해도 슬픔과 아픔이 느껴지는 사진이죠? 이 작품은 뇌졸중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시신을 운구하는 동안, 해군 그레이엄 잭슨이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애도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라고 해요. 그는 오르간과 피아노 연주자로 루스벨트 대통령의 자택에 초대받을 만큼 각별히 친했던 사이라는데요. 사진 한 장에서 마치 구슬픈 아코디언 연주가 들리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마치 영화 포스터를 방불케 하는 이 사진은 독일군으로부터 해방된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이들의 모습이라고 하는데요. 끔찍했던 나치 수용소에 대해선 역사 시간에 텍스트로 수없이 접했지만 이렇게 직접 그들의 얼굴과 당시 모습을 목격하니 열 마디 설명 보다 한 장의 사진으로 그들의 얼굴과 표정을 통해 고통스러운 시간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어요. 이런 게 바로 사진이 가진 힘이겠죠?

2021년 현재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는 장면인 만큼 기억에 남는 사진인데요. 이 장면은 소아마비 백신을 주사하고 있는 장면이에요. 1950년대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한 질병이었을 만큼 공포스러웠던 소아마비 백신을 성공적으로 연구한 조너스 소크 박사는 특허권을 포기하며 전 세계에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1년 만에 소아마비 발병은 절반으로 줄고 현재는 거의 사라진 질병이 될 수 있었다고 해요. 코로나19 백신으로 전 세계의 빈부격차가 더욱 극심하게 드러나고, 백신을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이들이 많은 지금과 비교하게 되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역사적으로 의미 있고 때론 경건해질 정도로 아픔이 담긴 묵직한 사진들도 많지만 그 외에도 비교적 가볍고 캐주얼한, 소위 말해 그때 그 시절 '힙한' 감성이 느껴지는 사진들도 많답니다. 100점을 보는 긴 시간 내내 무겁기만 하다면 오히려 힘들었을 텐데 때론 위트 있고, 때론 사랑스러운 작품들이 중간중간 전시의 분위기를 환기시켜주었어요!




전시는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2층에는 좀 더 컬러풀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많았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것 같달까요. 또 1층보다 작품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더 밝은 편이었답니다. 2층에 전시된 작품들은 간략하게 보여드릴게요!

오늘 소개해드린 사진보다 훨씬 더 많은 나머지 작품들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전시회의 마무리는 역시 아트숍 아닐까요? 2층 전시실까지 모두 관람하고 나오면 출구가 바로 아트숍과 이어져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전시에서 등장한 인물들의 LP 판과 전시된 사진들의 엽서, 포스터, 노트와 아트북까지 다양한 굿즈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로 예약한 분들은 전시 리뷰를 남기면 한정판 엽서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꼭 참여해보시길 바라요! 한정판은 놓칠 수 없죠:)


사진전인 만큼 라이프의 상징인 빨간 로고가 프린트된 일회용 카메라를 판매하고 있으니 소장용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강렬하고 심플한 폰 케이스도 꽤 탐나더라고요. 또 특이하게 여행용 캐리어를 판매하고 있어서 여행 욕구가 더욱 상승했답니다! 저는 노트북에 붙일 스티커와 마음에 드는 사진의 엽서를 구매했어요. 앞으로 엽서를 볼 때마다 <라이프 사진전>의 추억들이 떠오를 것 같네요:)


오늘은 <라이프 사진전 : 더 라스트 프린트>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에는 바깥을 돌아다니기보단 시원한 전시장만큼 좋은 곳도 없는 것 같아요. 이번 주말은 감성을 촉촉하게 충전할 <라이프 사진전> 어떠신가요? 이번 전시는 8월 21일까지 진행되니 그 안에 놓치지 말고 꼭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 에디터의 클리핑! 

1. 100년의 역사를 담은 100장의 사진이 전하는 메시지

2. 아트숍에 엽서와 포스터, 카메라 등 라이프 굿즈 판매

3. 무료 오디오 가이드 제공, 전시 관람은 약 2시간 소요

4. 사진 비하인드를 담은 영상물이 재밌으니 꼭 시청하길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75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시기간 2021. 5. 11. ~ 2021. 8. 21.
관람시간 10:00~19:00 (18:00 매표 및 입장마감)
성인(1.5), 청소년(1.1), 어린이(0.9)
문의 02-399-1114




► 스팟클립 인스타그램에서도 만나요!

https://www.instagram.com/spotclip/



► <호텔인사이드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아래 링크에서 뉴스레터 구독하고 매주 호텔 소식 빠르게 받아보세요!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16816




Written by. 에디터 달리








매거진의 이전글 [스팟클립] 도심 속 미식여행, 여기가 미국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