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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마릴린 Aug 30. 2019

렌터카로 한 달, 오!_스리랑카.

스리랑카에서 귀한 것들: 얼음, 차가운 음료, 에어컨.


더웠어요. 다른 곳보다 기온이 높아서가 아니라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뭐이가 없었어요. 태국에서라면 두 집 건너 하나 있는 세븐일레븐에 들어서는 순간, 혹은 역시 두 집 건너 하나 있는 음료 가판대에서 시원한 과일 셰이크를 손에 쥔 순간 땀이 식고 더위가 가실 거예요. 스리랑카에는 편의점도 음료 가판대도 없어요. 큰 규모의 슈퍼마켓이 아닌 이상 가게에 에어컨이 없어요. 슈퍼마켓이라고 해서 많이 시원하지도 않아요. 냉장고 음료수 중에 이마가 깨질 정도로 차가운 것도 없었고요. 아이스크림은 계산을 치르고 포장지를 벗기는 순간 녹아내릴 거예요. 스리랑카에서는 냉장고와 에어컨을 세게 틀지 않는 것 같았어요. 아마 그들은 저희만큼 덥지 않겠죠? 스리랑카 사람들이 얼음 물은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얼음 물이라는 것은 한 달 동안 딱 한 번 받아 보았습니다. 주스 가게(흔치 않아요)의 과일 셰이크가 미지근했으니 말 다 했지요. 에어컨 있는 식당은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거대한 캐노피, 넓은 방, 대궐만 한 화장실이 있는 숙소에 에어컨이 없는 경우도 있었어요. 콜롬보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마치면 의아하게도 복도를 따라 늘어선 가전제품(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등) 매장을 만나게 돼요. 가전제품이 비싼 모양이에요. 하루는 제가 손빨래한 옷을 빨랫줄에 너는 걸 본 숙소 주인이 세탁기를 사용하게 해 준 적이 있어요. 비닐도 채 벗기지 않은 새 세탁기가 어떤 것이었냐면, 사람이 세탁기 앞을 지키고 서서 세탁기와 연결된 수도 밸브를 열고 잠궈야 하는 것이었어요. 탈수를 하려면 세탁조에서 탈수조로 빨래를 옮겨야 하는, 그러니까 반자동 세탁기였지요. 더운데 세탁기 앞을 지키고 서 있자니 손빨래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손빨래를 하면 적어도 손은 시원하거든요. 한 번은 빨랫감을 숙소에 맡긴 적이 있는데 숙소 안주인이 손으로 빨아 햇볕에 말려 주시더라고요. 하여간 상황이 이러하니 낮 동안 돌아다니며 그나마 견딜 만한 공간은 바로 우리의 800cc짜리 자동차 안 뿐이었습니다. 더웠어요. 무지하게.


더위 말고, 스리랑카가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이건 저 역시 궁금했던 질문인데요, 음...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만큼 복잡해요. 인도에도 가본 누군가는 스리랑카를 두고 '만약 인도가 잘 산다면 스리랑카의 모습일 것이다'라고 하더라고요. 헌데 인도에 가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요. 제가 본 스리랑카는 나무가 엄청나게 굵고, 하루 온종일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리고, 바다가 거칠고, 별의별 동물이 다 있고, 호수가 많고, 사람들이 잘 웃는다는 거예요. 참, 동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스리랑카에는 길에 개가 정말 많아요. 개만 많은게 아니라 원숭이도 많고 새도 많고 벌레도 많고 도마뱀도 많고 개구리도 많아요. 숙소 화장실 변기 안에 개구리가 들어앉아 있다거나, 팔뚝만한 도마뱀이 스르륵 정원을 기어다닌다거나, 한 무리의 원숭이들이 숙소 뒷마당 나무에 파파야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거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마무시한 크기의 바퀴벌레가 방바닥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일은 그곳에선 흔한 일이었어요. 처음엔 기겁을 하고 비명을 질렀지만서도, 나중엔, "또냐? 저리 가라!!" 그렇게 되더라고요.


스리랑카 젊은 남자들 사이에 코리안드림이 있다고 해요. 가난했던 사람들이 한국에 가서 4~5년 돈을 벌어 가면 다들 부자가 된다잖아요? 아누라다푸라 유적을 둘러보고 호숫가 둔치에 앉아 땀을 식히는데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 주말을 맞아 가족과 피크닉을 나왔다며 한국에 가는 꿈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그의 형이 지금 한국에 있는데 가난했던 형이 이미 부자가 되었다면서요. 한국어 읽기 쓰기 말하기 시험을 통과해야 한국에 갈 수 있어서 한 달 전부터 공부를 시작했다고요. "예쁜 부인 두고 가도 괜찮아?" "응!" "그럼 예쁜 아들 두고 가는 것도?" "응!" 저희가 탕갈레라는 파도 거친 바닷가 마을에 있을 때에는 한국에서 일했다는 사람을 셋이나 만났는데, 한 명은 호텔 주인, 한 명은 식당 주인, 나머지 한 명은 빵집 주인이었어요. 주변에 이런 사람들을 보게 되면 분명 몹시 부러울 거예요. 그쵸?


스리랑카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불완전하게 여행을 마친 기분이 들거든요. 여행의 순서가 바뀌었다면, 스리랑카를 여행하고 몰디브를 거쳐 태국에 갔다면 스리랑카에서나 몰디브에서나 더 즐거웠을 거란 생각이예요. 스리랑카와 몰디브는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런 곳이었어요. 낯선 것들 투성이인 그곳에서, 여행 후반부에, 중년의 기운 없는 저희 두 사람이, 그 생소한 환경에 적응하기에는, 저희의 대응기제가 영 신통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론이야 여행을 다 마친 다음에야 내릴 수 있는 것이니 차치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스리랑카 대단히 아름다웠어요. Hill country라고 불리는 중남부 산악지대에서는 산, 구름, 안개, 하늘, 나무, 햇살, 차밭, 사람이 어우러진 찬란한 풍요로움에 그곳의 지독한 가난 마저 희미하게 느껴졌고, 우다왈라웨 국립공원을 향해 지프를 타고 달릴 때에는 끝없이 펼쳐진 빼곡한 밀림과 습지에 턱이 빠질 뻔 했으며, 아누라다푸라의 희고 붉은 거대한 스투파 앞에서는 가슴이 벌렁거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스리랑카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참으로 요상해서 어딘지 모르게 슬프고 애처로운 구석이 있었습니다.



시기: 2019년 2월 중순 ~ 3월 중순까지 한 달.

환율: 1USD ≒ 180루피.

심카드: 공항에서 데이터 + 현지 통화, 한 달짜리 750루피(4불 정도)

경로: 콜롬보 - (렌터카로) - 히카두와 - 탕갈레 - 우다왈라웨 - 하퓨탈레 - 엘라 - 시기리야 - 아누라다푸라 -쟈프나 - 쿰푸루피디 - 트린코말리 - 캔디 - 네곰보



A. 렌터카

tuktukrental.com의 홍보 동영상에 반해 처음에는 뚝뚝을 빌리려고 했어요. 4주 기준 하루에 18불. 뚝뚝렌탈닷컴 외에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업체가 서너 군데 더 있었고, 그중 가장 저렴한 곳이 4주 기준 하루에 14불이었어요. 뚝뚝 렌털을 포기한 이유는 짐 때문이에요. '트렁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거든요. 자동차처럼 잠글 수 있는 차 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해변 도로를 달린다. 아름다운 바다가 보인다. 뚝뚝을 길에 세우고 바다로 뛰어든다. 신난다. 근데, 우리가 바다에서 노는 동안 짐은?' 이런 류의 걱정이었지요. 암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매연, 도로 상태, 비, 더위 등 뚝뚝 렌털을 궁리할 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실제로 겪으며, 뚝뚝을 빌리지 않은 것은 정말로 잘 한 일이었어요. 스리랑카의 도로를 달리며, "어우, 겁도 없이 어쩔 뻔했어!"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했나 몰라요.


차량으로 스리랑카를 여행하는 분들의 경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가이드 역할을 겸하는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게 일반적으로 보였어요. 저희는 여행 기간도 길고 남편의 운전 실력이 워낙 출중하여 위의 방법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구글에서 렌터카 업체를 찾아 여러 곳으로부터 견적을 받은 후 선택했어요. 차를 빌린 업체와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불만이 많았어요. 제가 궁금한 것 세 가지를 물으면 하나 대답하고, 두 가지를 물으면 하나 대답하는 등 일을 맹하게 했거든요.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가격 때문으로, 약속한 차량이 아닌 다른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동급이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범퍼가 깨진 차를 받았다는 건데요, 이것 때문에 엄청 더운 날 카센터에서 고생 좀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차량 렌트비는 이상하게도 뚝뚝 보다 쌌어요. 위에서 가장 저렴한 뚝뚝 대여료가 하루 14불이었다고 했잖아요? 비록 800cc 경차이기는 하지만, 무려 에어컨도 있고, 차 문도 잠글 수 있고, USB 케이블이 있어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도요타사의 픽시가 하루에 11불이었습니다.


- Ameri rent a car

2,000루피 x 28일 = 56,000루피 / 마일리지 하루에 100km x 28일 = 2,800km / 모든 보험 포함 / https://www.amerirentacar.com / amerirentacar@gmail.com / 공항 반납 3,000루피 추가.


이메일로 국제면허증, 국내운전면허증, 여권을 보내면 업체에서 미리 서류를 준비해 놓습니다. 콜롬보의 렌터카 회사 차고지에서 차량 인수했고, 반납은 공항에서 했어요. 공항 반납은 추가 3천 루피 비용이 있어요. 공항-콜롬보 간 택시요금이 3,200루피였으니 가격은 적당하지 싶어요. 총 렌트비 중 절반은 인터넷 결재대행 shopbox라는 곳에서 결재했고, 3.5%의 shopbox 수수료는 고객인 저희가 부담했어요.



B. 도로 상태

누군가 말하길, 십여 년 전만 해도 스리랑카의 도로가 지금처럼 나쁘지 않았대요. 그 당시의 도로는 한국 기업에서 깔았다고 하는데 정부가 바뀌면서 중국과 손을 잡았다네요. 그래서 지금의 이 꼴이 되었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하여간 도로 상태가 좋지 못해요. 스리랑카의 고속도로 다운 고속도로는 네곰보와 콜롬보 사이에서 시작해 섬의 남동쪽 '마타라(Matara)'까지가 유일해요. 통행료가 있고 중간에 휴게소도 있습니다. 고속도로 이외의 도로는 도시-도시 사이는 참을만한 편이고, 도시를 벗어나거나 도시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좋지 않았어요. '빌리지 로드'라고 부르는 마을 길은 비포장길이거나 구멍 많은 시멘트 길이예요.


야간 운전은 가능한 피했어요. 도로에 가로등이 부족하고, 광폭하기로 유명한 버스와 트럭이 해가 진 이후에도 다니는 데다, 인도가 없어 사람, 개, 자전거, 오토바이와 왕복 2차선 도로를 함께 나눠써야 하는 일이 잦았거든요. 스리랑카의 밤은 정말로 컴컴했어요.



C. 화장실

공공 화장실은 대개 유료예요. 위에서 말한 스리랑카 유일의 유료 고속도로 상의 휴게소에서도 돈을 받았고, 절에서도 물론이에요. 다 함께 쓰는, 우리로 치면 시장의 혹은 상가 건물의 화장실도 유료였어요. 당연히 화장지는 없습니다.



D. 길가의 코끼리

스리랑카에는 국립공원이 참 많아요. 지도에서 초록색으로 보이는 웬만한 곳이 다 국립공원이에요. 국립공원과 경계를 이루는 도로를 달리다 보면 간혹 코끼리를 만나게 될 거예요. 전기가 흐르는 와이어 펜스가 쳐져 있어서 코끼리가 도로를 건너 차 앞을 가로막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펜스 바로 앞까지 다가와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런 곳이면 어김없이 근처에 상인이 있어요. 상인이 펜스 안쪽에 먹이를 던져 놓아요. 먹이는 대개 상품 가치 없는 과일이에요. 속이 덜 익은 수박 같은 거요. 그곳에 항상 먹이가 있으니 코끼리가 매일 오겠죠? 코끼리를 보고 관광객이 가던 길을 멈추고 차에서 내릴 거예요. 그럼 이제 상인이 코끼리 먹이를 관광객에게 파는 거지요. 우리 관광객들은 그 거대하고 순한 코끼리와 함께 셀피를 찍고 즐거워해요. 도로변에 어슬렁대는 코끼리는 대개 이렇게 길들여진 아이들이에요.




E. 음식

스리랑카는 외식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것 같았어요. 여성의 사회 활동이 적은 나라들이 대개 그러듯 여자들이 집에서 밥을 하는 모양이에요. 동남아시아의 나라들은 저녁이면 야시장이 서고 그곳에서 밥부터 디저트까지 몽땅 다 해결할 수 있잖아요? 스리랑카에는 야시장이라는 것이 없어요. 식당이 많지도 않거니와 메뉴가 한정적이고 그마저도 일찍 문을 닫아요. 점심은 주로 커리와 밥, 혹은 도사나 푸리 등을 먹었고 현지인 식당 기준 200~350루피(1~2불) 정도였어요. 대부분의 숙소들에서 식사를 제공해요. 식당에 비해 많이 비싸지만(650~1,000루피) 대부분 양이 많고 맛도 좋아요. 원하는 것을 부탁할 수도 있고요.



F. 정찰제

공산품, 그러니까 공장에서 만들어 나오는 제품 모두에 가격이 표시되어 있어요. 생수, 아이스크림, 빵, 과자, 라면 등등등 모두예요. 얼마인지 물을 필요가 없는 거예요. 본격 관광지인 골이나 시기리야의 구멍가게들이 간혹 가격을 높게 부르기도 했지만, 그냥 제 가격 내면 됩니다. 그러고 보면 왜 우리나라 제품에는 가격이 안 쓰여있나 모르겠어요.



G. 술

술은 '와인샵'이라 부르는 곳에서만 팔아요. 전당포처럼 생겼을 거예요. 대낮부터 문 여는 곳이 있고, 저녁이 돼야 여는 곳이 있고 그렇더라고요.



H. 환전

금은방 혹은 사설 환전소보다 은행 환율이 더 좋았습니다. 유니온뱅크 추천해요. 숙소들은 방값을 미화로 책정하고 루피로 받아요. 미화가 잔돈까지 딱 맞는다면 미화로 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매일매일 변하는 환율을 곱해 방값을 치러야 합니다. 여행 당시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었고, 숙소마다 기준으로 삼는 환율이 다 달랐어요.



I. 바다

동, 서, 남, 북 모든 바다를 다 보았는데, 2월의 바다 엄청 험했어요. 파도가 집채만큼 커요. 파도를 맞으면 수영복 빤쓰가 흘러내릴 정도로요. 스리랑카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수영복을 입지 않아요. 잘 놀지도 않지만 놀더라도 옷을 입은 채 바다에서 놀아요. 그러니 로컬들과 함께 노는 바다에서의 수영복 차림이 마땅치 않았지요. 서양 관광객들이 많은, 여타 동남아시아의 해변과 다를 바 없는(관광객들을 위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에서는 물론 상관없지만요. 현지인들이 없는 조용한 바다에서라면? 그런 곳은 대개 쓰레기 천지예요. 바다만 놓고 본다면 몰디브 뺨쳐요. 하지만 가까이 가 보면 쓰레기 천지라 발 디딜 곳이 없었어요. 산세 좋고 바다 좋고 스리랑카의 자연은 경외심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으나, 스리랑카 정부나 주민들은 그 가능성과 상품성에 대해 잘 모르는 듯 했어요. 아까운 곳들이 더럽게 방치된 채 그냥 놀고 있더라고요. 암튼 저는 한 달 동안 제대로 된 바다 수영 한 번 못했습니다. 무지 더웠는데도.



J. 수건 이슈

스리랑카의 수건 몹시 심각해요. 샤워를 하고 몸을 닦으면 수건의 가느다란 보풀이 온몸에 묻어요. 절반의 숙소가 그랬고, 나머지 절반의 숙소는 하얀 수건이 회색이었어요. 바다에서 사용할 요량으로 시내의 엄청 커다란 포목점에서 비치타월 두 장을 샀는데, 한국에 돌아와 세탁하니 역시나 보풀이 풀풀. 무겁게 들고 다닌 보람도 없이 버렸습니다. 비싼 호텔에 묵지 않는 이상 비슷하지 싶어요.



K. 홍차

빈 가방을 하나 가져가서 가득 채워 오세요. 말도 못 하게 저렴하고 기똥차게 맛있어요. 브랜드 다양, 종류 다양. 홍차 사러 다시 가고 싶습니다.




1. 콜롬보 (Colombo)

- 숙소: LHC - Lanka Hostels Colombo

이 숙소를 택한 이유는 순전히 렌터카 회사 근처이기 때문이었어요. 밤 8시 넘어 도착했는데, 방에 문제가 있는데 만실이라 다른 방도 줄 수가 없으니 자기들이 수배해 놓은 다른 숙소에 가라고 하네요. 교통편 때문에 사전에 미리 연락을 주고받았음에도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이 이해가 안 되고, 다른 숙소가 상태 메롱이라 하여간 무지하게 고생했습니다. 결국 어찌어찌하여 기존에 예약한 금액보다 비싼 값에 렌터카 회사로부터 머얼리 떨어진 숙소에 겨우 들어갔는데 그 시간이 무려 새벽 한 시!!! 이 집 때문에 정말 별의별 고생 다 했어요. 피하세요!!!



2. 히까두와 (Hikkaduwa)

- 숙소: 빌라 원더러스트(Villa wanderlust). 1박에 $23.40(4,165루피). 아침밥 포함, 에어컨 없음.

히카두와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 안쪽 깊숙한 곳이라 이곳까지 가실 일이 있을까 모르겠어요. 사랑스러운 가족이 운영하는 빌라예요. 반자동 세탁기 쓴 집이 바로 여기고요. 아들 '이로시'가 영어 잘하고 '너희를 위해 나는 언제나 여기 있어'의 자세예요. 저희는 전화로 예약했고, 부킹닷컴 지니어스 할인 금액과 같은 금액 냈어요. 빌라 바로 앞집이 이로시네 가족이 사는 집이에요. 이로시가 얼마나 사랑스럽냐면, 나리가마 바닷가까지 함께 차 타고 가서 선베드 사용할 수 있는 식당 안내해 주고 본인은 알아서 가겠다고(엄청 멀어요. 차로 십 분 거리) 가고, 길에서 우연히 만났을 땐 인근 절에 데려가 설명해 주고, 동네 뒤편에 호수가 있는데 거기도 구경시켜 주고, 저희가 더워서 낮에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뭉개고 있으니 부엌에 먹을 것 가져다 놓고 문자로 알려줬어요. 이런 멋진 아이는 첨 봤네요. 체크인하면서 방에 에어컨이 없어서 엄청 긴장했으나 거대한 팬이 있어서 잘 때 덥지 않았어요. 포치에도 팬 여러 대 있고요. 부엌 사용할 수 있고, 마실 물 항상 준비되어 있었어요. 추천해요.

아침밥
가져다 놓은 간식. 삶은 달걀,  잭프룻과 코코넛 요리. 따뜻하게 식사로 먹는 거래요. 맛있었어요.
나리가마(Narigama) 비치


- 거북이 바다: 히까두와는 거북이 보는 바다로 유명해요. 저흰 태국 석 달, 몰디브 반 달을 겪으며 바다에 좀 질려 있어서(바다에 질렸다기보다는 수영복 빨기, 발가락에 낀 모래 털기, 축축한 발에 진력이 나 있었어요) 거북이 바다에는 가지 않았는데, 사실 이게 좀 아쉬워요. 일정 초반이라 다른 바다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위에도 말했다시피 스리랑카의 바다가 워낙 험해서 바다에서 제대로 놀지 못했거든요. 히까두와의 거북이 바다는 잔잔하기로 유명하대요. Hikkaduwa coral reef 혹은 Hikkaduwa turtle beach로 찾아가면 됩니다.



3. 골 (Galle)

스리랑카 그 어디에서도 골에서만큼 많은 관광객을 본 적이 없어요. 골 포트, 그러니까 구시가는 그야말로 본격 관광지예요. 사람 많고, 비싼 카페, 레스토랑 많아요. 놀랍게도 중국 관광객들이 아주 많았는데 예쁜 원피스 입고 성벽 위에 서서 바닷바람에 긴 치맛자락 날리는 여자친구들 사진 찍어주느라 더운데 남자들이 고생이 많더라고요. 구시가 자체가 워낙 아름다워서 그러지 싶어요. 저희는 히까두와에서 구경 갔고, 주차료 냈습니다.



4. 탕갈레 (Tangalle)

- 숙소: 루아야 비치(Luaya Beach), 1박에 $27.50(4,840루피), 에어컨.

추천하지 않아요. 구글 평점이 좋아서 선택했으나 즐겁지 않았어요. 둘째 날 생수와 새 수건을 주지 않아 요청했더니, 그것은 '불가능'하대요. 하루에도 샤워를 몇 번씩 해야 할 만큼 더운 곳에서, 그것도 바닷가에서 말이에요. 다른 숙소에 비해 가격이 비쌌고 방에 모기가 어마 무시하게 많았어요. 지도에서 보기에 바다가 가까워 선택한 이유도 있는데 그 바다는 수영을 하거나 누워 있을 수 있는 바다가 아니었어요.


- 라군에서 카야킹: 말리카 게스트 하우스(Mallika Guest House), 1,500루피.

카야킹이 탕갈레에 간 이유예요. 탕갈레 여행자 거리(라고 부르고 싶어요. 숙소와 식당들이 바다 이면 도로를 따라 쭉 늘어서 있거든요) 북쪽 끝 말리카 게스트 하우스에 가서 문의해 보세요. 식당 겸하는 곳으로 밥이 끝내주게 맛있어요. 그러니 밥도 이 집에서 드시고요. 저흰 첫날 저녁 이곳에 들러 카야킹 물어보고 저녁밥 먹었고, 이튿날 새벽 카야킹을 한 후, 집에서 쉬다가 저녁 먹으러 또 이 집에 갔어요. 그랬으니, 말리카에서 자고 먹고 했으면 좋았겠지만, 숙소 상태는 썩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암튼, 카야킹은요 말리카에서 간략하게 만들어 놓은 약도를 보고 저희끼리 타는 거예요. 강추! 매우 재미있었어요. 시간 제한 없으니 실컷 탈 수 있어요. 아름답고 신비로운 새들 많이 봤어요.

일출 전에 출발했어요.
노를 멈추고 물 위에 둥둥 떠서 준비해 간 간식 먹으며 새 구경 실컷 했습니다. 즐거웠어요.
말리카 게스트하우스,
이 맛있는 소스 뭐야? 물으니 레시피를 줄줄줄 불러 주지 뭐예요.



5. 우다왈라웨 (Udawalawe)

- 숙소: 아비앙 가든(Avian Garden Udawalawe),1박에$19.80(3,544루피), 아침밥 포함, 에어컨.

국립공원 사파리 때문에 우다왈라웨에 갈 거예요. 국립공원 입구와 가까울수록 방값이 비싸요. 우다왈라웨의 대부분의 숙소에서 사파리 지프를 연계해 줘요. 그러니 좋은 사파리 가이드(지프 기사)와 연계된 숙소를 가는 것이 관건이지요. 저희가 묵은 아비앙가든은 국립공원까지 지프로 30분 거리에 있는 곳이었는데, 숙소 예약 사이트와 구글 지도의 후기가 좋아서(사파리 기사에 대한 후기가 좋아서) 선택했어요. 숙소 상태는 나무랄 데 없었고 주인장 친절하고 아침밥도 괜찮았으나, 결론적으로 그렇게나 칭찬이 자자했던 사파리 가이드(지프 기사) 때문에 실망스런 사파리를 하고 맙니다. 숙소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둘이 1,700루피에 숙소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밥값은 다른 숙소들보다 비싼 반면 내용은 부실했어요.


- 우다왈라웨 사파리: 지프 4,500루피, 국립공원 입장료 8,200루피(외국인 2명, 지프 한 대, 현지인 한 명 기준) - 지프 값은 지프 기사이자 가이드에게 주는 돈이고, 입장료는 말 그대로 입장료예요.

(1) 지프 - 사전에 인터넷으로 찾아 본 바로는 사파리를 하는 실질적인 시간, 그러니까 공원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기준으로 3시간에 4,000루피였어요. 아비앙 가든과 사파리에 대해 상의할 때 숙소가 제시한 지프 값이 4,500루피여서 공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3시간 30분으로 명확히 해 두었어요. 사파리는 보통 이른 아침 혹은 늦은 오후에 나가는데 그 시간대에 동물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숙소 주인의 추천에 따라 늦은 오후에 나갔어요. 위에서 말한 지프 기사의 잘못은 아직 약속한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게다가 처음으로 저 앞에 어마무시하게 많은 코끼리 떼와 다른 동물 떼가 나타났는데도 불구하고, 핸들을 꺾어 출구로 향했다는 거예요. 저희는 처음에 다른 길로 돌아가려나 싶어 가만히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출구로 가고 있지 않겠어요? 왜 코끼리를 보러 가지 않았냐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그곳으로 가네요. 하지만 국립공원 내에서도 나름 정해진 길이 있어서 돌아돌아 30분을 넘게 달려야 했고, 물론 그 많던 동물 떼들은 사라지고 없었지요. 다시 출구로 가는 데 30분 걸렸고요. 지프 기사는 3시간 30분에 국립공원↔숙소 이동 시간까지 포함했더라고요. 그러니 가고 오는데 한 시간, 국립공원 내에서 2시간 30분이었던 거지요. 4,500루피예요. 숙소 주인으로부터 "사파리가 마음에 들면 지프 기사에서 팁 1,000루피를 줘라."라고 출발 전 이야기를 들었고, 숙소에 돌아와서도, 사파리 좋았냐고, 기사에게 팁을 주라는 압박 비슷한 부탁을 받았어요. 저는 이러저러해서 이러저러했다고 이야기했고요. 숙소 주인이 지프 기사로부터 사정 이야기를 전해 듣더니 매우 미안해하며, 다음날 새벽에 옆방 커플이 사파리 투어에 나서는데 공짜로 지프를 태워 주겠다네요. 하지만 거절했어요. 이것은 옆방 커플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비싼 국립공원 입장료를 또 내야만 하는 거니까요.


(2) 입장료 - 외국인 입장료 15불 x 2인 = 30불 / 외국인 서비스 차지 그룹당 8불 / 현지인(지프기사) 입장료 60루피 / 지프 입장료 250루피 / 부가세 15%.= 환율 178.54로 계산 총 8158.70루피였고, 잔돈 떼이고 8,200루피아 냈습니다

우다왈라웨에서 코끼리만큼은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해요. 저흰 많이 못 봤지만요



6. 하퓨탈레 (Haputale)

- 숙소: 네이쳐뷰(Nature View), 1박에 $18.70(3,466루피), 아침밥 포함. 저녁밥 1인에 600루피.

각자 그런 장소 하나씩은 있을 거예요. 생각하면 가슴이 사르르르 말랑해지고 따뜻해지는 그런 곳이요. 네이쳐뷰가 그랬어요. 방만 놓고 보면 보통의 집이에요. 저희가 갔을 때 하퓨탈레 지역이 우기였어요. 집이 눅눅하고 화장실의 물기가 마르는 날이 없었지요. 밤톨만 한 바퀴벌레도 매일 등장했고요. 헌데 그러거나 말거나 하퓨탈레를 떠나는 날 눈물이 찔끔 나고 말았는데 다 숙소 아줌마 아저씨 덕분이었어요. 아저씨는 그냥 천사예요. 천사가 진짜 있다면 아마 아저씨처럼 생겼을 거예요. 아줌마 역시 천사에 요리왕이에요. 하퓨탈레에 있는 동안 밖에서 뭘 사 먹은 적이 없어요. 음식의 가짓수도 많고 맛도 아주 훌륭했어요. 음식의 가짓수가 하도 많아 놀라며 사진을 찍고 밥을 먹다 보면 다른 요리가 계속 더 나와서 단 한 번도 전체샷(!)을 찍지 못했어요. 그러니 아래 사진들은 그날 밥상의 일부. 집을 들고날 때마다 차랑 간식 내주고, 기차에 대한 정보며 주변 갈 곳이며 모르는 게 없는 분들이셨어요. 매우 매우 추천해요.



- 립톤 씻(Lipton's seat)

립톤 홍차의 그 립톤이예요. 티 플랜테이션 제일 꼭대기 가장 좋은 자리에 립톤 경이 즐겨 앉던 자리가 있어요. 그걸 보러 어찌 가냐면, 대개 (1)새벽 4-5시경 뚝뚝을 대절해 올라가서 (2)일출을 보고 (3)중간 마을까지 걸어 내려와 (4)버스(32루피)를 타고 하퓨탈레로 돌아와요. 저희는 어떻게 갔냐면, 우리의 천사 네이쳐뷰 아저씨가 저희와 함께 가 주었어요. 아저씨와 함께 올라갔다가 아저씨는 저희 차를 몰고 하퓨탈레로 돌아가고 저흰 b부터 한 거지요. 아저씨가 먼저 제안을 하셨고(무료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셨어요), 저희가 괜찮겠냐고 몇 번을 물어도 괜찮다 하셨어요. 그 전날 콜롬보에 갔다가 새벽 1시가 넘어서 돌아오셨는데도 약속한 시간인 새벽 4시 반에 나와 계시더라고요. 너무나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아저씨는 내내 별일 아니라고 괜찮다고 하셨지만 알고 보니 하퓨탈레에서 립톤 씻까지 차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리더라고요. 그러니 그 새벽에 두 시간 넘는 시간을 저희를 위해 쓰신 거예요. 덕분에 전날 우연히 만난 한국 여행자 두 명을 태우고 그 작은 경차에 다섯 명 꽉 타고 올라갔고, 감사하게도 태국 푸치파에서 그 고생을 하고 봤던 운해까지 보았습니다. 아저씨 말로는 저희가 운이 아주 좋았다고 하는데 다 아저씨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참고로 뚝뚝은 하퓨탈레-립톤 씻 편도 800~1,200루피라고 해요.


운해!
립톤 씻까지 그렇게 먼 지 몰랐어요. 올라가는 중간에 일출을 보았어요.
립톤 씻 근처에 찻집이 있어요. 간단히 아침밥 먹을 수 있습니다.
농장 노동자들의 출근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을에 거의 다다르면 학교가 나와요.

 


- 기차: 렌터카를 빌리며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스리랑카의 기차를 경험해 보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하퓨탈레에 머물며 재미삼아 하퓨탈레↔ 파티폴라(Pattipola, 스리랑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역) 구간을 왕복했고, 결론은 스리랑카 기차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입니다. 출근시간 지하철 2호선 보다 더 해요. 숙소에서 매일 저녁 새롭게 바뀌는 다른 방 사람들과 한 식탁에 둘러앉아(다들 여행 기간이 짧으니 하룻밤만 묵고 가더라고요) 하는 이야기가, 하퓨탈레에 오느라 기차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에 대한 거였어요. 말 그대로 찌부가 되거든요. 다시는 타고 싶지 않다거나, 내일 이동할 때는 버스를 타야겠다거나, 어느 시간대에 타야 덜 찌부가 될 것 같냐는 등의 대화가 이어졌지요.

하퓨탈레 기차역, 시내에 있어요. 직접 가서 미리 시간표 확인해야 해요.
간신히 찍은 사진 한 장. 돌아올 때는 웬 남자 등짝에 코 박고 왔어요.
파티폴라. 공기가 아주 맑았어요.

 


7. 엘라 (Ella)

- 엘라에 묵는 걸 추천하지 않아요. 엘라가 어떤 곳이냐면요, 오직 관광객을 위한, 관광객에 의한 곳이었어요. 스리랑카 사람들이 하는 말이, "엘라가 가면 나처럼 검은 피부의 사람은 하나도 없고 너희처럼 허연 피부의 사람만 있어. 거긴 정말 너무나 상업화 됐어"라고 했는데 진짜였어요. 엘라에 머문 기간 중 스리랑카 최대의 명절 풀 문 포야 데이가 끼어 있었거든요? 하지만 엘라에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어요. 하여 바둘라라는 도시까지 차를 몰고 가서 포야 구경 했습니다. 엘라에서 차밭 근처를 산책하면, "헬로우~ 헬로우~" 농장 노동자들이 불러요.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라거나 자신의 사진을 찍으라면서요. 하퓨탈레와는 너무나도 다른 곳이었습니다.


- 속소: 자스민 가든 인(Jasmine Garden Inn) 1박에 $20(3,600루피). 아침밥 포함.

위치는 좋으나 추천하지 않아요. 아침밥 부실하고 주인아저씨가 너무나 세속적이어서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 리틀 아담스 피크 & 나인 아치 브릿지(Littel Adam's peak, Nine Arches Bridge)

순서대로 가면 좋습니다. 우선 리틀 아담스 피크 가는 법. 엘라-파사라 로드의 The Chillout Ella 혹은 The Spice Lodge 사잇길로 쭉 오르면 리틀 아담스 피크가 나옵니다. 슬리퍼 신고도 갈 수 있을 만큼 쉬운 길이예요. 칠 아웃에서 대략 40분쯤 걸렸습니다.


리틀 아담스 피크에서 98 Acres Resort & Spa로 내려갑니다. 리조트의 럭셔리함에 깜짝 놀랄 거예요. 리조트를 내려오면 다시 '엘라-파사라 로드'에 닿아요. 이때 왼쪽으로. 그러니까 다시 칠아웃 방면으로 가세요. 조금 걷다 보면 오른쪽에 첫 번째 길이 나오고 코너에 작은 힌두 사원이 있을 거예요. 길 이름은 '나인 아치 브릿지 로드'. 그 길을 따라가다가 첫 번째 갈림길에서 좌회전. 계속 가다가 'Nine Arch Lodge' 대문 앞에서 좌회전. 다음 갈림길에서 우회전. 산길을 조금만 내려가면 나인 아치 브릿지가 나옵니다. 리틀 아담스 피크에서 다리까지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다리를 구경하고 엘라 시내로 돌아올 때 저희는 철길을 걸어 엘라 역으로 돌아왔는데 이 방법은 추천하지 않아요. 그늘 없고 뷰 없고 굉장히 지루한 3km를 걸어야 하거든요. 그냥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 엘라-파사라 로드를 통해 돌아가는 게 나아 보였어요. 그 길에는 그늘도 있고 가게들도 있고 혹시나 다리가 아프면 불러 세울 뚝뚝도 있거든요.




8. 시기리야 (Sigiriya)

- 속소: 샨시 홈스테이(Sansi Homestay) 1박에 $14(2,520루피). 아침밥 포함. 에어컨.

구글맵 지도가 실제와 달라 찾느라 고생했어요. 위치는 시기리야 마을 안에 있고 근처에 식당 두어 군데 있어요. 시설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청소 상태가 매우 불량했어요. 방안에 벌레도 너무 많았고요. 놀라운 것은 화장실에서 사용한 오수가 그냥 밖으로 흘러나온다는 것이었어요. 정화시설 없이 그냥 밖으로. 그런데도 마당에 꽃과 풀과 나무가 무성한 거 보면 신기해요. 아침밥 매우 푸짐하지만 질이 좋지 않았어요. 양을 줄이고 질을 높이면 좋을 것을. 그래도 가격 생각하면 지낼 만했습니다.

마당 예쁘죠? 
탄수화물, 탄수화물, 그리고 탄수화물.



- 피두랑갈라 (Pidurangala) 입장료 1인에 500루피.

시기리야 락이 보이는 피두랑갈라에만 올랐어요. 마을에서 차로 15분쯤 걸리고 비포장길도 지나야 해요. 만약 전날 비가 왔다면 저희가 빌린 경차로는 애를 먹었을 거예요. 시기리야 지역의 붉은 땅이 워낙 물러서 길이 많이 패어 있더라고요. 절 앞에 차를 세우고 입장료를 내고 40여 분 가파른 길을 올라갑니다. 마지막 구간은 꽤 험하니 어린 아이들과는 가지 마세요. 바위를 기어올라야 하거든요. 암튼 피두랑갈라에서 보는 시기리야 락 아름답고 신비로웠습니다.

견원지간, 개는 원숭이를 정말 싫어하더라고요. 꾸벅꾸벅 졸면서도 원숭이를 막 쫓아내.


- 만약, 시기리야의 비싼 입장료 내기 싫다! 그렇다고 힘들게 피두랑갈라도 올라가기 싫다! 라면,

구글맵에서 'Sigiriya Art Gallery' 혹은 'Kalum Homestay'를 검색해 찾아가 보세요. 저희가 묵은 숙소가 이 근처였는데 오며 가며 바위 실컷 보았습니다.



9. 아누라다푸라 (Anuradhapura)

- 속소: 그린 코타지(Green Cottage) 1박에 $18.90(3,633루피). 아침밥 포함. 에어컨.

아누라다푸라에서 차로 20여 분 떨어진 작은 마을 안 깊숙한 곳이라 자동차가 없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스리랑카 숙소 중 가장 세련되고 예쁜 곳이었어요. 인테리어 하나하나 다 신경 쓴 그런 곳이요. 헌데 영어로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않아 나중에 계산을 치르며 문제가 있었어요. 아침 밥상에 '차 tea' 값을 따로 받기도 했고요. 어쨌거나 스리랑카 깡시골에(정말 시골이에요. 비포장길 한참 들어가야 하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이런 예쁜 숙소가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될 거예요.



- 입장료: 아누라다푸라 유적 통합 입장권은 외국인 1인에 25불이고, 통합 입장권으로 들어갈 수 없는 몇 개의 사원은 각각 200루피였어요. 신발 보관료는 보통 20루피. 주차료도 있습니다. 입장료가 내국인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그건 뭐 태국도 마찬가지였으니 돈 아끼지 말고 꼭 둘러보도록 해요. 턱이 빠지게 아름다웠습니다.



10. 자프나 (Jaffna)

- 속소: 드 빌라 게스트하우스(D'Villa Guest House) 1박에 2,400루피, 아침밥 포함. 에어컨 600루피.

3박 예약했다가 1박만 했어요. 여행 가이드로 일하는 주인장이 꽤 신사예요. 하룻밤만 묵겠다고 하니, "something bad?" 미안해하며 쿨하게 그러라고 했어요. 가정집 2층에 서너 개의 방이 있는 곳으로 낡기도 낡았지만 매우 더러웠어요. 그래서 옮긴 곳이,


- 숙소: 마히세 코타지(Mahishe Cottage) 1박에 3,000루피, 아침밥 포함. 에어컨.

드 빌라처럼 이곳도 주택가에 있어요. 작은 마당(저희 차를 세우니 꽉 찼어요) 있고 단층 주택에 방이 세 개. 주인은 다른 곳에 살고요. 영어 잘하고 점잖은 저희 또래의 주인장 티네쉬(Thinesh)가 수시로 오가며 숙소를 돌봐요. 아침밥은 원하는 시간에 준비해 주는데 스리랑칸 아침밥 단출했지만 매우 맛있었어요. 티네쉬가 이것저것 신경 많이 써줬고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추천해요.



- 오! 자프나!

자프나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어요. 길을 달리다 보면 동물의 왕국에서 튀어나온 듯한 커다란 새들이 날개를 퍼득이고 머리를 조아려요. 바다만 놓고 본다면 몰디브와 다를 바 없어요. 헌데 문제는 너무도 많은 쓰레기. 기똥차게 아름다운데 기가 막히게도 쓰레기 천지인 거예요. 이것은 몰디브에서도 마찬가지였으니 이를 어쩌면 좋아요. 스리랑카에 전반적으로 쓰레기가 많았지만 자프나는 유난했어요. 자프나 북쪽의 아름다운 해안들은 죄다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어요. 예쁜 조경, 삐까뻔쩍한 건물, 매끈한 울타리는 죄다 군부대의 것. 하루는 차를 몰고 남쪽 끝 섬 펑쿠두티부(Punkudutivu)까지 간 적이 있는데 그곳은 황량하고 먼지 날리는 가난한 섬. 참, 구글맵에서 자프나와 웰라나이(Velanai), 카라이나가르(Karainagar)를 잇는 세 개의 다리가 보일 거예요. 그중 가운데 다리는 실재하지 않아요. 구글맵 오류. 그런지도 모르고 있지도 않는 다리를 건너겠다고 웰라나이 사거리에서 다리 방향으로 갔다가 좁은 비포장도로에서 애먹었습니다.

자프나 가는 길
자프나의 랜드마크 힌두사원.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에요. 시내는 대혼돈의 카오스.
아름답지요?
가까이 가면 쓰레기가.
펜스 너머 깨끗한 해변은 군부대 휴양소
거칠고 황량한 아름다움. 제가 아주 좋아하는 거예요.
펑쿠두티부 가는 길. 길 상태 나빠요.
펑쿠두티부의 바오밥 나무
스리랑카 북단 도로가 끝나는 곳.



11. 쿰푸루피디 (Kumpurupiddi)

- 속소: 아만타 비치 리조트(Amanta Beach Resort) 1박에 $45(8,166루피), 아침밥 포함, 에어컨.

이십 대에 프랑스로 이민 가서 돈 많이 벌어 고국에 돌아온 저와 동갑인 주인장이 쓰나미와 내전으로 헐값이 된 바닷가 땅을 사들여 자기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들었어요.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요. 말 그대로 a middle of nowhere. 근데 바닷가 땅은 이렇게 부르면 안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암튼 가까운 식당까지 차로 2-30분 걸립니다. 그러니 돈은 리조트에서 써야 하지요. 숙소 구석구석 아주 예뻐요. 아침밥 훌륭하고 해변 관리 잘 되어 있어요. 하지만 리조트 해변 양 옆으로 한쪽은 주인 없는 땅, 다른 한쪽은 어부의 땅이라 리조트만 벗어나면 쓰레기 천지예요. 그래서 굉장히 이상했어요. 방이 여섯 개뿐이니 아이 손님 없다 치면 성인 열두 명이 전부잖아요? 관광객 열두 명이 그림처럼 꾸며진 해변을 차지하고 발가벗고 있는 거예요. 하루 온종일 해변에 누워서요. 리조트 부지 경계에 "출입 금지! 사유지!" 푯말을 세워 두고요. 그 푯말 너머에는 맨발에 비쩍 마른 가난한 어부가 하루 종일 더러운 티셔츠를 입고 그물을 손질해요. 숙소의 밥값은 눈이 의심스러울 만큼 비쌌어요. 한 사람에 2,000루피 이상. 좋다가 싫다가, 이상하다가 당연하다가, 암튼 그랬습니다. 참, 이 집 수건 매우 나빠요. 매일매일 청소해 주고 수건 갈아 주는데 수건이 시멘트색. 거기에 온갖 얼룩. 그리고 모기는 잡아도 잡아도 끝도 없이 나왔습니다.

서너 개의 건물이 있고
저희가 묵은 방은 가장 작은(싼) 방이었지만 대문, 마당 등 있을 건 다 있었어요.
쓰나미 이후 바닷가 바로 앞에는 건물을 짓지 않는다고 해요. 선베드는 방 개수랑 맞게 있습니다.
파도가 높아 수영은 못했어요. 파도에 맞으면 몸이 얼얼.


아침밥 아주 좋았어요.
매일 해질 무렵이면 호텔을 지나 목동 할매가 집으로 돌아가요. 염소들이 조경수 다 뜯어 먹.



12. 트린코말리 (Trincomalee)

- 속소: 블루 윙스 비치 호텔(Blue Wings Beach Hotel) 1박에 4,000루피, 아침밥 포함. 에어컨.

이름은 호텔이지만 호텔 아니에요. 방 4개 있는 작은 숙소입니다. 방, 화장실 굉장히 넓고, 단단히 잘 지은 집이라 위의 아만타보다 훨씬 더 쾌적했어요. 모기 등 벌레 없고 침구 바스락. 바닷가 도시의 숙소를 고를 때 해변과의 거리를 많이 고려했었어요. 낮에 돌아다니기 더우면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쉬겠다는 생각으로요. 헌데 위에서 말했듯이 스리랑카의 '그냥' 바다는 수영에 적합하지 않았어요. 수영복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 바닷가 주변은 대개 쓰레기 천지였으며, 바다는 대개 어부들의 일터였기 때문이예요. 이런 사실 역시 여행을 마칠 때가 되어서야 알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바다와 가깝다는 것은 읍내와 멀다는, 혹은 도로와 멀다는 뜻이에요. 트린코말리에서 저희가 무엇을 했냐면, 트린코말리 포트 구경, 힌두 사원 구경, 힌두 사원 구경, 그리고 힌두 사원 구경. 트린코말리 위쪽 닐라벨리에 관광객들이 머무는 동네가 있어요. 거기서 배 타고 피젼 아일랜드도 가고요. 처음의 목적은 피젼 아일랜드였으나 몰디브 이후 좀 지쳐서 가지 않았어요.

멀끔하지요?
숙소 앞 바다
포트의 힌두 사원


그건 그렇고, 힌두사원이 있는 곳이면 뿌자 시간을 미리 알아놨다가 시간에 맞춰 사원에 갔어요. 힌두교 멋져요. 그 몰아치는 음악, 몽환적으로 사람 혼을 쏙 빼놓는 그 음악 때문에 나는 힌두교도가 되어야겠다고... 툭하면 하면 그 생각을 또 했습니다.

스리 바드라칼리 암만 힌두 사원 / Sri Bhadrakali Amman Kovil



13. 캔디 (Kandy)

- 속소: 그린 비스타 레지던스(Green Vista Residence) 1박에 $17(2,359루피), 에어컨.

캔디 북쪽 거주 구역의 민박집이에요. 2박 하고 싶었으나 방이 없어 1박만 했어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얼음물을 받은 곳이 이 집이에요. 캔디는 거의 모든 지역이 언덕인데 거주 구역의 경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언덕이 심해서 골목길이 좁고 몹시 가팔랐어요. 일방통행 길도 많고요. 여하튼, 숙소는 영어 잘하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단정하고 깨끗했어요.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요.


- 속소: 임페리얼 빌라 (The Imperial Villa) 1박에 $18.63(3,353루피), 아침밥 포함, 에어컨.

캔디 남쪽 거주 구역에 있어요. 추천하지 않아요. 겉은 번지르르 한데 속은 메롱. 화장실 낡고 더러웠고 고장 난 것 투성이였어요. 구석구석 먼지가 가득.


- 픽미(Pick Me)

캔디 시내가 워낙 복잡하고 교통 체증이 심해서 차는 두고 걸어 다녔어요. 숙소로 돌아갈 때는 픽미로 뚝뚝 불렀고요. 픽미 어플 아주 좋아요. 뚝뚝 요금이 미안할 정도로 저렴해서 부담 없이 팍팍 타고 다녔습니다. 시내에서 첫 번째 숙소 그린비스타까지 200루피 이하, 두 번째 숙소 임페리얼 빌라(이름 참 별로죠?)까지 150루피 이하.


- 우다와타켈 보호구역(Udawatta Kele Sanctuary): 입장료 1인에 611루피.

입장료를 보면 알겠지만 이곳 역시 외국인 입장료는 미화 기준으로 당일 환율 적용해요. 매연 가득하고 사람 많은 캔디에서 호젓하게 고요 속에서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에요. 모든 코스를 다 도는데 두어 시간 걸리고 대부분 평지라 힘들지 않아요. 곳곳에 쉴 곳이 마련되어 있고요. 악평과 달리 매연 가득하고 사람 많은 캔디가 저는 매우 좋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호구역에서의 산책은 캔디의 하이라이트였어요. 추천합니다.




14. 네곰보 (Negombo)

- 속소: 네곰보 포트리스(Negombo Fortess) 1박에 $17, 아침밥 포함, 에어컨.

구글맵에 '폐업함'이라고 나오네요. 부킹닷컴에서도 예약이 안 되고요. 지난 부활절 테러로 뭔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에요. 부모형제들이 모두 그 근처에 산다고 했어요. 가족이 다 모이면 50명이라면서 얼마나 즐거워했게요. 네곰보 주민의 대다수가 천주교도예요. 캔디와 아누라다푸라에서 절을 구경하고, 트린코말리와 자프나에서 힌두교 사원을 구경했다면, 네곰보에서는 성당 순례를 하는 거지요. 주인아저씨 친절하고 유쾌하고 도움 많이 받았어요. 오후에 공항 가기 전까지 방에서 머물게도 해 주었고요. 독일과 이태리에서 노동해 번 돈으로 차린 집이에요. 예약 창이 다시 열리기를 바랍니다. 추천해요.

도시라 방은 좀 좁아요
아침밥에 과일이 특히 많았어요.



성 실베스터 성당 / St. Sylvester's Church - 네곰보


무티얀가나 라자 마하 절 / Muthiyangana Raja Maha Viharaya - 바둘라

 

스리 바드라칼리 암만 힌두 사원 / Sri Bhadrakali Amman Kovil - 트린코말리


그리고


일하러 가는 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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