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출발해 말레이시아로 가던 에어아시아 항공기가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시작된 진동으로 하늘 위에서 90여 분을 달달달 떨다가 호주로 돌아온 일이 있었다. 마치 세탁기 위에 앉아 있는 듯 요동쳤다는 비행기에서 각자의 신에게 자신을 목숨을 빌었을 승객들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과 후들거리는 다리로 비행기에서 내려 울먹이는 목소리로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증언했다. 그들을 보며 에어아시아는 물론이고 그 어떤 비행기도 다시는 타지 않으리 결심했지만, 섬나라 대한민국에서 밖으로 나가는 방법은 비행기 말고는 딱히 없는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에어아시아를 탄 것은 태국의 수랏타니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갈 때였다. 다행히 그 비행기는 세탁기처럼 흔들리지 않았기에 내가 기억하는 것은 비행기 안이 냉동고만큼 추웠다는 것, 그리고 여자 승무원들의 모습 뿐이다. 아, 에어아시아의 언니들, 그녀들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내가 승무원을 뽑는 면접관이었다 해도 그녀들을 뽑았을 것이다. 그녀들의 몸매는 하나같이 호리병 모양이었는데 잘록한 허리 위로는, 꽉 잡아 당겨진 빨간색 상의의 지퍼를 내리면 트리플 엑스급의 커다란 가슴이 금방이라도 띠용~하고 옷 밖으로 탈출할 태세였고, 그 아래로는 타이트한 스커트가 그녀들의 풍만한 엉덩이를 단단히 잡아 올리고 있었다. 그녀들의 머리에는 흉물스런 망사 따위 없이 한껏 컬이 들어가 있거나 잔뜩 풀어헤쳐 풍성한 머리털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화려한 헤어스타일에 어울리게 화장 또한 도발적이고 섹시했다. 그 얼굴 그 머리 그 복장 그대로 방콕의 어느 클럽으로 직행해 봉 춤을 춘다해도 손색없을 그녀들은, 짙고 빼곡한 속눈썹 아래 도도한 눈빛으로 승객들을 내려다보며 안전벨트를 똑바로 하라거나 가방을 짐칸에 올리라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그녀들은 대단했다. 하여 자리에 앉아 그녀들을 올려다 보고 있자니 내 자신이 이제 막 가슴에 멍울이 생기기 시작한, 브래지어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난닝고만 입고 나가서 놀 수도 없는, 열 두 살 아이처럼 느껴졌다. 관록미 넘치는 나이 지긋한 여승무원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유럽 내 근거리 노선만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그게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그들에게 아시아 여성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 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나는 중년의 승무원이 타는 비행기를 선호하지만, 에어아시아의 그녀들도 어쩐지 믿음이 갔다. 이런 이유로 그 다음해 에어아시아의 빅세일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고, 대망의 세일 날 새벽, 집에 있는 모든 통신장비를 동원해 프로모션 표를 여러 장 구입하게 된다. 사실 비행기 값이 부산행 KTX 값 보다 싼 요즘과 비교하면 싸지도 않을 뿐더라 엄청나게 돌아가는, 그러니까 돈도 시간도 낭비한 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좌우지간, 그 첫 목적지는 베트남 사이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