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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마릴린 Jul 01. 2020

[비건]베이킹, 궁극의 무반죽 시나몬 롤 만들기.

씨나몬 롤은 저의 guilty pleasures 중 하나예요. 뭐 이런 영묘한 조합이 있는지, 흔하디흔한 밀가루, 버터, 설탕에 계핏가루 조금 더한 것뿐인데 말이에요. 손가락에 글레이즈 찐득찐득 묻혀가며 먹다 보면 아아아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씨나몬롤도 비건으로 맛있게 만들 수 있어요. 반죽기 없이, 힘들게 손으로 치대는 노동 없이, 복실복실 가볍고 부드러운 빵을 만들 수 있거든요. 이 반죽을 이용해 초콜릿 롤, 레몬 롤 등 원하는 빵을 만들 수도 있어요. 강릉은 오늘 비가 어마무시하게 와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베란다 외창에서 비가 샙니다. 죽전에서도 그랬어요. 외벽 코킹을 제때 해 주지 않은 탓. 전화로 이 소식을 들은 집주인 아주머니가 "아우 미치겠네!"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시길래 "아주머니, 제가 더 미치겠어요."라고 진심으로 맞장구를 치니, 한껏 고조되었던 목소리가 좀 사그라듭니다. 아주머니는 돈만 쓰면 되지만, 엉망이 된 베란다를 치울 사람은 바로 저니까요. 안 쓰는 수건을 사방팔방에 깔아놓고는, 내일 아침 먹을 빵을 만들고, 엄마가 가져다주신 감자 구워 찍어 먹을 체다치즈 소스 만든 다음, 모짜렐라도 두 통이나 만들었어요. 비 오는 날 물 새는 일에 초연해진 제 자신을 기특해 하면서요. 오늘 같은 날 만들어 보세요. 어지러운 바깥세상과 달리 향기로운 계피 향이 집안을 가득 메우고, "아니 이렇게 맛있는 것이!" 으흐흐흐, 조금은 느끼한 웃음이 절로 나오게 될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 더 이상 씨나몬 롤 사 먹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도 들 거고요.

비건 씨나몬 롤.


재료: 대략 12개.

빵 반죽 :

비건 버터 55g

두유 240g

유기농 설탕 25g

드라이 이스트 3g

중력분(1) 300g

소금 1g

중력분(2) 25g

중력분(3) 10g

필링(소) :

비건 버터 50g (실온)

마스코바도 50g

계핏가루 5g

땅콩 20g (없어도 돼요)

글레이즈 :

비건 크림치즈 50g (실온)

비건 버터 25g (실온)

슈가 파우더 50g

바닐라 익스트랙트 1g

혹은

아이싱:

슈가 파우더 80g

두유 (레몬쥬스) 15g

바닐라 익스트랙트 1g

만들기:

1. 전자레인지 용 컵(볼)에 비건 버터를 녹여요.

2. 1에 두유와 유기농 설탕을 넣고 미지근하게 데워요.

3. 액티브 드라이 이스트를 사용한다면, 2에 이스트를 넣고 이스트를 활성화시킵니다.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를 사용한다면 그냥 잘 저으면 돼요.

4. 믹싱 볼에 중력분(1)과 소금을 넣고 주걱으로 잘 섞어 한 덩어리로 만들어요. 엄청 진 반죽일 거예요.

5. 4의 믹싱 볼을 젖은 면보로 덮거나 믹싱 볼 채 지퍼백에 담아 실온에서 한 시간 정도 둡니다. 두 배가 되어 있을 거예요.

진 반죽이라 부풀면 스폰지처럼 될 거예요.


6. 베이킹 팬을 준비해요.

7. 반죽이 든 믹싱 볼에 중력분(2)를 넣고 주걱으로 대강 섞은 다음 반죽을 작업대 위에 쏟아요. 믹싱 볼 벽에 붙은 마른 밀가루도 싹싹 긁어 쏟고요.

8. 손으로 반죽을 매끈하게 한 덩어리로 만들어요. 중력분(3)은 필요에 따라 조금씩 추가하세요. 중력분(3)으로 반죽을 펼쳐 밀 때도 사용할 거예요.

매끈하게 요렇게


9. 한 덩어리로 만든 반죽을 가볍게 밀가루 뿌린 작업대에서 밀대를 이용해 원하는 크기로 밀어요.

10. 잘 편 반죽에 실리콘 주걱으로 실온의 버터를 고루 펴 발라요. 제일 위쪽 나중에 돌돌 말아 여밀 부분 1cm 정도는 버터 바르지 마시고요. 버터를 바른 다음 마스코바도를 솔솔 뿌리고, 계핏가루도 솔솔 뿌려요. 땅콩을 넣는다면, 전체적으로 넓게 뿌려도 좋고, 사진에서처럼 가운데가 될 제일 아랫부분에만 넣어도 좋아요.

11. 다음은 다 아시죠? 김밥 말듯이 반죽을 당기면서 돌돌 말아요.

12. 준비한 베이킹 팬의 높이(깊이)보다 낮은 크기로 반죽을 자른 다음, 팬에 안칩니다.

베이킹 팬의 깊이보다 짧게 잘라줘요.

13. 이렇게 해서 30분 둘 거예요. 10분이 지났을 때 오븐을 켜고 175도로 예열해요.

30분이 지났어요.

14. 얼마나 큰 팬에 반죽을 넣었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저희 집 오븐 기준 17-19분 굽습니다.

15. 시나몬 롤이 구워지는 동안 글레이즈 혹은 아이싱을 만들어요. 작은 볼에 재료를 몽땅 섞으면 됩니다.

16. 시나몬 롤이 다 구워졌다면, 따뜻할 때 글레이즈 혹은 아이싱을 뿌려요. 완성.

그릇이 작았어요.
결 좀 보세요.
부들부들
식은 다음에는 따뜻하게 데워 드세요. 한 개당 해동 15초면 딱.                                



팁:

1. 이런 종류의 롤을 만들 때에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어요. 반죽을 두껍게 밀 것이냐 얇게 밀 것이냐. 롤(겹)을 많이 만들 것이냐 적게 만들 것이냐. 반죽을 가로로 길게 밀면 많은 개수의 시나몬 롤을 만들 수 있고, 세로로 길게 밀면 여러 겹을 가진 시나몬 롤을 만들 수 있어요. 또한 반죽을 도톰하게 밀면 롤(겹)이 적은 대신 얇은 겹으로 밀었을 때 보다 빵이 훨씬 더 부드럽고, 얇게 밀면 더 많은 겹을, 고로 더 많은 필링을 채울 수 있지요.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요. 참고로 저는 도톰하게 미는 것을 좋아해요.

2. 필링을 만들 때 버터를 바르고 설탕과 계핏가루를 뿌리는 대신, 버터+설탕+계핏가루를 몽땅 섞어서 페이스트처럼 만들어 바를 수도 있어요. 페이스트 형태로 바르면, 돌돌 만 다음 분할할 때 페이스트가 찌익 삐져나오기도 하지만, 맛은 더 좋은 것 같아요.

3. 제 생각에 시나몬 롤은 부드러운 빵 반죽이 생명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적당한 팬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위의 사진에서처럼 반죽에 비해 팬이 너무 크면 빵끼리 붙지가 않아요. 2차 발효 시, 그리고 오븐에서 반죽이 얼마나 부풀지를 잘 짐작해서 적당한 팬을 골라야 해요.

이렇게
이렇게 꽉 붙게요. 당연하지만 안쪽 롤이 제일 맛있어요.ㅎ


팬이 커도 문제지만 작아도 문제예요. 반죽이 오븐 안에서 옆으로 위로 고르게 부풀어야 하는데, 옆으로 부풀다가 갈 곳이 없으면 위로 부풀거든요. 베이킹 팬의 바깥쪽은 안쪽에 비해 열을 먼저 받아 이미 많이 익었고, 아직 익지 않은 안쪽의 반죽이 위로 솟구치는 거예요. 아래의 사진 처럼요.

이렇게요. 그래서 적당한 팬 고르는 것이 관건!                                


4. 만약 준비한 팬에 적합한 개수의 롤보다 더 많이 만들어졌다면, 혹은 오븐이 작아 이미 성형한 롤을 한꺼번에 다 구울 수 없다면, 아니면 그저 만들 때 미리 넉넉히 만들어 원할 때 보다 빠르게 시나몬 롤을 굽고 싶다면, 이렇게 해 보세요. 반죽을 밀고, 필링을 채우고, 돌돌 말고, 뚝뚝 잘라 성형한 다음! 얼리는 거예요. 베이킹 트레이나 쟁반에 또로록 올려 꽝꽝 얼려요. 속까지 잘 얼었으면 지퍼백에 담아 냉동 보관해요.

얼렸어요. 오른쪽 동그란 아이는 비스킷.                                


5. 냉동 보관한 생반죽을 구울 때에는, 베이킹 팬에 담아 윗면이 마르지 않게 해서 자연해동해요. 따뜻하고 습하게 만든 전자레인지 안에 두면 좋아요. 반죽이 완전히 녹으면 이제 자기가 알아서 2차 발효를 할 거예요. 반죽이 부풀거든요.

이렇게요.
12cm 원형 팬이에요.


6. 오븐에서 나온 시나몬 롤 윗면에 녹인 버터를 붓으로 발라주면 훨씬 더 촉촉하고 부드러워요.

7. 글레이즈 혹은 아이싱; 글레이즈만 해도 좋고, 아이싱만 해도 좋고, 양을 줄여 둘 다 해도 좋아요. 이것은 길티 플레져, 저는 둘 다 합니다. 글레이즈 만들 크림치즈가 없다면, 크림치즈를 제외한 나머지를 잘 섞어 오븐에서 나온 시나몬 롤 위에 적당히 얹어 줘요. 그럼 롤 사이사이로 버터가 녹아들어 당연히 더 맛있어요.


비건 버터 만들기:

https://blog.naver.com/bakyou1/221729058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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