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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마릴린 Sep 18. 2020

[비건]렌틸콩 시래기 조림 혹은 무언가.

누군가가 만든 음식을 먹다보면, "아하! 당신은 이런 사람이군요!"라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고운 빛깔로 물 들인 물김치를 먹거나, 젓갈이 잔뜩 들어간 김장김치를 맛보거나, 다진 마늘이 냄비 테두리에 진득하게 달라붙은 무조림을 먹다보면, 어쩐지 그걸 만든 사람의 모습이나 성격이 상상이 되는 거예요. 물론 엉터리 같은 경우도 많지만요. 만약에, 음식 하나로 저를 표현하고자 한다면, 저희 집의 맛을 설명하고자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냉동실에서 시래기를 내리고 렌틸콩을 씻을 거예요. 붉은 렌틸콩의 스파이시한 향이 가득 베인 부드럽고 슴슴한 시래기 요리. 누가 origin을 묻는다면, 으응? 그냥 만든 건데... 라고 하겠지요. 이름이 좀 애매한데요, 스튜라고 부르자니 거창하고 조림이라 부르자니 조림스럽지가 않네요. 이름 좀 붙여주세요.

렌틸콩과 시래기.


재료: 4인분.

다시마물 520g

시래기 500g

붉은 렌틸콩 140g

양파 140g

마늘 7g

식용유 1.5T

한살림 진간장 2T

쥐똥고추 한 개

소금

후추



만들기:

0. 다시마물을 준비해요. 미리 만들어 둔게 없다면 아래 팁 보세요.

0. 냉동실에서 시래기 꺼내 놓고요.

1. 렌틸콩은 물에 여러 번 깨끗이 씻고 체에 받쳐 물기를 빼요.

2. 양파는 채 썰고

3. 생 마늘이 있다면 채를 썰고, 없다면 다진 냉동 마늘을 준비해요.

4. 팬에 기름을 두루고 양파를 옅은 갈색이 되도록 볶아요.

5. 양파가 많이 익었을 때 마늘도 함께 넣고 볶고요. 첨부터 넣으면 타잖아요.

6. 양파와 마늘이 충분히 달큰하게 익었으면 렌틸콩을 넣고 3-4분쯤 볶아요.

자색, 흰색 아무 양파나 상관없어요. 


7. 기름이 많지 않으니 렌틸콩이 슬슬 냄비에 달라 붙을 거예요. 그러면 다시마물 조금 넣어요.

8. 이쯤 되면 시래기가 살짝 녹았을 거예요. 도마에서 시래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짧게 잘라요.

9. 냄비에 시래기 넣고, 간장 넣고 볶아요. 간장 향이 올라오면,

10. 다시마물 몽땅, 쥐똥 고추 하나 넣고 뚜껑 닫고 끓여요.

렌틸콩 색이 아직 주황색이잖아요?
다 익었는지 색이 알려줘요.


11. 간을 보세요. 간이 부족하다면 소금으로 하고요, 후추는 취향대로.

12. 완성.



팁:

1. 준비해 놓은 다시마물이 없다면, 맹물을 붓고 마른 다시마를 넣고 끓이다가 맨 마지막에 다시마를 건져내면 돼요. 다시마 크기는, 라면 너구리나 오동통 안에 든 다시마 있잖아요? 그만한 크기로 두어 개.

2. 다른 집에서는 시래기를 어떻게 보관하는지 모르겠어요. 저희는, 시래기를 불리고, 삶고, 껍질 벗기고, 물에 담갔다가 시래기가 물을 흥건하게 머금은 채로 비닐 봉지에 납작하게 담아 얼려 보관해요. 냉동 시래기는 해동해서 물이 빠지면 질겨지기 때문에 언 채로 냄비에 투하해야 보들보들 부들부들 맛있어요.

3. 회사마다 간장의 염도가 다르다는 걸 몰랐어요. 진간장이면 염도 몇, 조선간장은 몇, 이럴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어떤 간장 사용하고 있는지 상표명도 함께 넣었습니다.

4. 만들기 1,2,3.. 해 놓고 보면 복잡한데, 간단히 말하면, 양파 마늘 볶다가 렌틸콩 넣고 볶고 시래기 간장 넣고 볶다가 물 붓고 끓인다입니다.

5. 사진처럼 밥과 함께 내도 좋고, 국처럼 따로 내도 좋아요. 밥 없이 시래기만 먹어도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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