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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마릴린 Sep 22. 2020

[비건]에어프라이어 한 달 사용 소감.

그동안 veganized 카테고리에 올린 모든 오븐 요리는 2004년 11월에 구입한 드롱기 미니 컨벡션 오븐을 이용해 만든 것들이에요. 뚝배기를 넣어 사워도우를 굽고, 아슬아슬 윗불에 닿을락 말락 식빵을 굽고, 지름 12cm 미니 케이크를 구웠지요. 용량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누군가 물어 검색해 보니 꼴랑 9리터 밖에 되지 않는다네요. 요즘 나오는 미니 컨벡션 오븐도 그런지 모르지만, 컨벡션 기능을 끄고 윗불 아랫불만 사용할 수도 있어요. 브로일러 기능도 있고요.


에어프라이어가 세상에 나온 초기부터 그걸 사용한 제 언니가 하는 말이, 에어프라이어라는 것은 냉동식품에 특화되어 있다 하더라고요. 그러니 비건으로서 저희와는 상관없는 물건이었지요. 비건을 위한 냉동식품이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거니와 그 종류도 많지 않고, '비건-냉동식품' 혹은 '비건 반조리 식품'이라는 것은 그동안 없이도 살아서 아직까지 저희에게 생소하거든요. 마치 낚시 용품처럼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그랬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남편이 에어프라이어를 사자고 하길래, 아는 바가 하나도 없는지라 이곳저곳에서 후기들을 읽어 보았어요. 그리고 공통된 의견인,


1. 무조건 대용량이어야 한다.

2. 올 스테인리스가 좋다.

3. 윗불만 있는 게 낫다. 아랫불의 열 때문에 부스럼 받침 청소가 어렵다.


를 참고해 13.5리터, 총 3단, 올 스테인리스, 윗불만 있는 에어프라이어를 샀지요. 용량이 제 오븐보다 커요. 그리고 아래는 비건으로서 한 달간 에어프라이어를 써 본 소감이에요.


1. 용량이 클 필요 없다.

2. 귀찮은 뒤집기.

3. 미니 오븐 정도의 베이킹은 가능할 것 같다.

4. 오븐에 비해 빨리 뜨거워진다.

5. 기름 없는 빵은 오븐에, 기름 있는 빵은 에프에.


도대체 뭘 해 먹었길래 저런 소감이 나왔냐면요,


채소 굽기,

두부 굽기,

일명-튀김 요리,

냉동식품 데우기 - 김말이,

아침빵 데우기,

시험 삼아 케이크 굽기


정도예요.


1. 용량과 관련해서는, 육식인들의 경우 닭 한 마리를 꼬챙이에 꽂아 돌돌 돌린다거나, 윗단에서는 삼겹살을 굽고 그 떨어지는 기름으로 아랫단에서 채소를 굽는다거나 하시는 걸로 알아요. 헌데 비건이야 닭, 삼겹살처럼 고기 구울 일이 없으니 차치하고, 만약 채소를 두 단에 걸쳐 구우려면, 아랫단의 경우 익는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려요. 윗불의 열을 윗단 트레이에 있는 것들이 막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윗단, 아랫단 동시에 넣었다가 위아래 트레이를 바꿔주는 것보다 윗단에만 넣고 두 번에 나눠 굽는 게 더 빠르더라고요. 13.5리터라고 해도 그게 총 삼 단으로 나눠져 있으니 한 단에 들어가는 바스켓 혹은 트레이의 면적이 좁아요. 제 미니 오븐의 트레이에 펼칠 수 있는 양의 7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한 번에 이 정도만 펼칠 수 있다는 것은 아마 모든 에어프라이어의 고민일 거예요.                                 


2. 뒤집기는 윗불만 있으니 당연해요. 바삭바삭해야 하는 음식은 당연하고, 속까지 완전히 익히기 위해서도 반드시 뒤집어야 해요. 안 그럼 윗면만 너무 타니까요.


3. 그렇다면 케이크는 어떻게 될까 궁금해 구워봤어요. 12cm 원형 케이크 팬 두 개에 반죽을 똑같이 나눠 담고, 예열한 오븐과 예열한 에어프라이어에 동시에 넣어 보았지요. 아래 사진은 케이크의 밑면이에요. 왼쪽이 오븐, 오른쪽이 에프. 에프에서는 윗단에 넣어 익히다가 온도를 내리고 아랫단으로 옮겨 오븐에서보다 조금 더 오래 구웠어요. 혹시 안 익을까 봐 걱정돼서요. 암튼, 밑면의 색이 허여멀건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작은 크기의 케이크라면 구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발효빵도 구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건 나중에 제가 해 보고 알려드릴게요.

왼쪽 오븐 / 오른쪽 에프.
위의 아이들로 만든 레몬 케이크예요.
어느 놈이 에프고 오븐인지 별 차이 없었어요.


4. 엄청나게 빨리 뜨거워지는 것은 단연 에프의 최고 장점인 것 같아요. 채소를 굽는다거나 두부를 구울 때 오븐에 비해 시간이 짧게 걸려요. 특히 센 바람 덕분에 두부 굽기에 최고. 시간 맞춰 뒤집어 주거나 먼저 완성된 음식을 덜고 남은 재료를 넣어야 하는 것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채소와 두부를 잘 구울 수 있어 좋아요. 단,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하는 요리 대부분이 그렇듯이 꼭 오일 스프레이를 해줘야 해요. 안 그럼 겉이 너무 마르거나, 숨이 팍 죽거나, 속이 퍽퍽하더라고요.

이만큼을 총 세 번에 나눠 돌렸어요.


5. 사워도우빵처럼 기름을 넣지 않는 하드 계열의 빵은 에프에 돌리니 좀 별로였어요. 껍질이 덜 맛있더라고요. 대신 식빵처럼 기름이 들어간 빵은 에프로 돌리면 어쩐지 조금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음식 자체에 기름을 품고 있는 요리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봅니다.


에어프라이어 사용하시는 비건 선배님들, 에프로 뭐뭐 해 드셨어요? 채소, 두부 구워 먹는 거 말고 저는,

두부 탕수
두부 너겟
프렌치프라이
버섯 튀김
어니언 링


해 먹었어요.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요리 좀 추천해 주세요. 뭐 해 먹으니 편하더라, 오븐에 돌리는 거 보다 에프에 뭐를 돌리니 더 낫더라 등등, 어떤 조언이든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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