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빵이라고 부르면, 길에서 파는 바나나 모양의 계란 반죽 빵이나, 방콕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카스텔라 식감의 바나나 빵이 연상될까 싶어, 빵을 빵이라 부르지 못하고 브레드라 부릅니다. 서양인들도 banana bread라고 하는데, 파운드케이크나 머핀 등과 별반 다르지 않는데도 꼭 bread라 하더라고요. 아이싱이나 크림을 올려 먹지 않기 때문이라는데, 통밀에서부터 케이크 플라워까지 아무 밀가루나 넣고 자유롭게 만들기 때문에 되는대로 부르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하여간 그 바나나 브레드.
저희 집사람이 싫어하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나나예요. 이번에도 저는 차암 좋아하고요. 바나나 쉐이크, 바나나 칩(이건 정말 칼로리 폭탄이라 맘껏 못 먹어요), 바나나 튀김(밀가루 반죽 입혀 기름에 튀겨 땅콩 다짐에 들그륵 버무려 낸, 맛이 없을 수가 없어요!) 등등. 저 꼬맹이 때, 짜장면 한 그릇에 오백 원 하던 시절, 바나나도 한 개에 오백 원이었거든요? 삼십몇 년이 지났는데도 바나나는 여전히 한 개 오백 원. 큰 바나나 두 개, 천원 치로 바나나 브레드를 만들어 보세요. 향긋, 달큰, 기름 적고, 설탕 적어요. 이 모든 것은 바나나 덕분.
재료: 옥수수 식빵 팬 한 개.
플랙스 밀 7g
뜨거운 물 40g
잘 익은 바나나 270g
두유 108g
식물성 기름 36g
유기농 설탕 68g
소금 1g
밀가루 225g
베이킹 파우더 11g
베이킹 소다 3g
계핏가루 1/2t
넛멕 1/4t
만들기:
0. 오븐을 175도로 예열하고 팬을 준비해요.
1. 플랙스 밀에 뜨거운 물을 넣고 잘 섞어 5분간 둬요. 플랙스 에그를 만드는 거예요.
2. 믹싱 볼에 바나나를 넣고 포크로 잘 으깨요.
3. 2에 1과 두유, 식물성 기름, 설탕, 소금을 넣고 잘 섞어요.
4. 3의 믹싱 볼에 체를 걸치고 밀가루, 베이킹 파우더, 베이킹 소다, 계핏가루, 넛멕을 체 쳐 넣어요.
5. 반죽을 가볍게 살살 섞어요. 힘차게 섞으면 안 돼요.
6. 반죽을 팬에 쏟아붓고 윗면을 평평하게 한 다음 오븐에 넣고 25분에서 30분 구우면 완성.
팁:
1. 잘 익은, 완전히 익은 바나나를 사용해요.
2. 두유 대신 코코넛 밀크를 넣으면 더 맛있어요.
3. 식물성 기름은 향이 약한 걸로요. 현미, 포도씨, 카놀라 등등.
4. 유기농 설탕 대신 마스코바도를 넣어도 돼요.
5. 밀가루는 통밀, 중력분, 박력분 등등 아무 밀가루나 좋아요. 당연하지만 밀가루에 따라 식감이 달라져요. 저의 개취는 박력분.
6. 계핏가루와 넛멕은 없어도 되지만, 넣으면 더 맛있어요.
7. 반죽 섞을 때 꼭 가볍게 섞으세요. 주걱 날 세워서 가볍게 가볍게. 거품기로 힘차게 저었더니 풀빵이 되었지 뭐예요.
8. 호두, 초콜릿 칩 등을 넣는다면 반죽 젤 마지막에 넣고 가볍게 섞어요.
9. 이렇게 두꺼운 빵은 다 익었나 꼬치 테스트해야 해요. 윗불 아랫불 가까운 저희 집 미니 오븐에선 23-25분.
10. 옥수수 식빵 팬 말고 파운드케이크 팬에 만든다면, 재료의 양을 늘려요. 나누기 0.9. 바나나가 300g.
11. 요즘처럼 선선한 날씨엔 밀폐용기에 담아 실온에서 사나흘 두고 먹을 수 있어요. 마르지 않고 촉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