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와 양양을 잇는 7번 국도, 양양 시내 초입 삼거리 한복판에 거대한 송이버섯 조형물이 세워져 있어요. 몸통에 눈, 코, 입이 달린 송이가 팔을(팔도 있어요) 위로 힘차게 들고 있는데, 한 손엔(손도 있어요) 송이를, 다른 한 손은 엄지손가락(손가락도 있어요)을 번쩍 치켜세운 채, 입을 활짝 벌려 혓바닥(!)이 보이도록 웃고 있지요. 볼 때마다 '그놈 참 야비하게 생겼다'라고 생각해요. 볼 때마다 깔깔깔 웃고요. 언젠가 전국 팔도 이런 흉물들 사진을 찍으러 다니자고 남편과 계획을 세운 적이 있어요. 복숭아, 사과, 게, 단감, 마늘, 인삼, 포도, 오징어 등등 각 지역의 특산품들이 고속도로 진출입로에, 도시의 관문에 혹은 한복판에, 페인트가 벗겨지고, 눈알이 떨어지고, 손가락이 잘리고, 엉덩이가 까진 채, 비에 젖고 햇빛에 갈라지며, 그렇게 서 있지요. 그걸 사진으로 찍어보자고요. 혈세 낭비나 도시미화에 대한 비판은 논외로 하고 말이에요. 암튼, 비록 야비하게 생긴 놈이기는 하지만, 거대한 조형물을 세울 만큼 자연산 송이버섯은 양양의 대표 특산물이에요. 송이 철 양양 오일장에 가면 버섯 값을 묻고 흥정하는 사람들과 양손에 스티로폼 버섯 상자를 들고 좁은 시장통을 누비는 사람들로 그렇지 않아도 북적이는 장터에 발 디딜 틈이 없지요. 놀라운 것은, 그 비싼 버섯을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이에요. 1kg에 삼사십만 원하는 버섯을 사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니요. 등급이 낮은 2등급, 3등급도 비싸긴 마찬가지인데, 얼마나 맛있으면 버섯 일고여덟 개에 그런 거금을 쓰나, 그저 놀랍기만 해요. 정말 그렇게 맛있나요? 몇 번 씹어 꿀꺽 삼키는 즐거움에 몇십만 원을 쓸 만큼이요? 안 먹어 봐서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예요.
집에 흔히 있는 재료로 쉽고 간편하게 버섯 크림 파스타 만드는 방법이에요. 아무 버섯이나 잔뜩 넣고 휘리릭 볶아 뚝딱 만들어요. 너무 맛있어서 추석 선물로 받은 송고 버섯 한 상자를 다 이렇게 해 먹었어요. 파스타 말고 쌀밥에 얹어 먹어도 아주 맛있어요.
재료: 2인분.
파스타 100g
양파 100g
마늘 10g
버섯 200g
밀가루 10g
두유 200g
비건 버터 20g
식용유 1t
간장 1.5T
뉴트리셔널 이스트 1T
양파가루 1/4t
마늘가루 1/8t
소금
후추
만들기:
0. 파스타 삶을 물을 올려요. 물에 소금 적당히 넣고요. 파스타 삶으면서 동시에 할 거예요.
1. 양파는 잘게 자르고, 마늘과 버섯은 편으로 썰어요. 밀가루, 두유 각각 계량해 놓고요.
2. 달군 팬에 비건 버터, 식용유를 넣고 양파와 마늘을 볶아요. 냉동 다진 마늘을 사용한다면 양파 먼저 볶고 마늘은 나중에요.
3. 마늘이 완전히 익어 테두리가 갈색으로 변하면 간장 치익 뿌린 다음, 잽싸게 버섯을 넣고 센 불에서 볶아요.
4. 버섯이 익어 숨이 죽으면, 불을 중불로 줄인 다음, 버섯 위에 밀가루를 솔솔 뿌리고 계속 볶아요.
5. 두유, 뉴트리셔널 이스트, 양파가루, 마늘가루를 넣고 잘 저어요. 불 다시 키우고요.
6. 보글보글 끓으면, 삶은 파스타 넣고, 간 보고, 농도는 면수로 맞추세요.
7. 후추 벅벅 뿌리면 완성.
팁:
0.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양송이버섯, 느타리버섯 등 다 좋아요.
1. 비건 버터가 없으면 식용유 1T를 더 넣어요.
2. 마늘이 튀겨지듯 갈색이 되도록 완전히 익어야 해요. 태우지는 마시고요.
3. 양파 가루, 마늘 가루 없으면 생략해도 돼요.
4. 간이 부족하다면 소금으로요.
+
양양 버섯돌이가 궁금하다면...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9101404001&code=620110
https://blog.naver.com/goodyangyang/20156106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