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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마릴린 Oct 06. 2021

[비건]베트남 쌀국수(Phở) 만들기.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처음으로 베트남 쌀국수를 먹은 곳은 도산사거리 안쪽 청담동 '포호아'였어요. 전날 잔뜩 술을 마신 회사 대표가 해장을 해야겠다며 점심시간에 저희 모두를 끌고 저길 갔지요. 베트남 쌀국수를 먹어 본 적이 있냐고 대표가 묻길래 없다고 하니, 그럼 자기랑 같은 거 시키라네요. "너도 분명히 좋아할 거야." 그래서 시킨 것이 퍼 보, 작은 거. 잠시 후 저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 그릇을 앞에 놓고 앉아 있어요. "봐봐, 면을 들어서 숙주를 여기 이렇게 넣고, 양파도 이렇게 넣고, 빨간색 소스는 세 바퀴, 검은색 소스는 두 바퀴, 이렇게 국수 위에 돌려. 청양고추 요만큼 넣고, 레몬은 그냥 빠트려. 잘 섞어서 이제 국물을 먹어 봐. 어때? 응? 어때?" 한 손엔 젓가락, 다른 한 손엔 숟가락을 들고 기대에 찬 표정으로 저를 보던 대표의 얼굴은 아직도 생생해요. 21년 전, 저의 첫 베트남 쌀국수.

어땠냐고요? 눈이 동그랗게 커졌지요. 세상에 뭐 이렇게 맛있는 게 다 있대요? 하면서요. 그때 이후로 베트남 쌀국수는 포기할 수 없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어요. 고기를 먹던 시절에도 저는 소고기 쌀국수보다 말간 국물의 해산물 쌀국수가 더 좋았는데요, 페스코-베지테리언으로 지내던 기간뿐만 아니라 몇 년 전까지도 가끔 cheating day에 고민 없이 외치던 메뉴가 바로 해산물 쌀국수였어요. 제가 제일 좋아했던 것은 '포베이'의 N13번! 레몬 한 조각, 숙주, 고수, 청양고추 잔뜩 넣어서 눈물 콧물 흘리며 먹다 보면 세상 근심 걱정이 싸악 사라지는 것만 같았;;;; 다행인지 불행인지 속초와 강릉에는 맑은 국물의 해산물 쌀국수를 파는 식당이 하나도 없어요. '포호아' '포베이' '포몬스' 등등 베트남 쌀국수 프랜차이즈가 진짜 하나도 없거든요. 그래서 이런저런 레시피를 가져다 집에서 만들어 먹게 되었는데 집에서 만들어도 너무 맛있어서 이제는 더이상 포베이의 N13번이 그립지가 않아요. 그러고 보니 저의 '아쉬운 혹은 그리운' 리스트가 많이 단촐해졌어요. :)

비건 포!



재료: 6인분.

양파 500g

생강 60g

마늘 10개

팔각(star anise) 10개

정향(clove) 8개

카다몸(cardamom) 4개

계피 스틱(중국 시나몬, cassia) 10cm 2개

코리엔더 씨 2T

물 4kg

베지 부용 80g

마스코바도 20g

간장(중국 간장) 20g

쌀식초(현미식초) 20g

만들기:

1.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해서 아래와 같이 양파, 생강, 마늘을 태우듯이 구워요.

charred, 꼭 이렇게 그을려야 해요.


2. 중강불, 커다란 솥에 팔각, 정향, 카다몸, 계피 스틱, 코리엔더 씨를 3-4분간 볶아요.

3. 2에 1의 양파, 생강, 마늘과 물, 베지 부용을 넣고. 팔팔 끓으면 뚜껑 덮고, 불 줄이고 40분간 뭉근히 끓입니다.

4. 40분 후, 체를 이용해 향신료들과 양파 등을 건져내 맑은 국물만 솥에 남긴 후,

5. 마스코바도, 간장, 쌀식초를 넣고 한 번 우르르 끓이면 완성.

팁:

1. 모든 향신료는 whole 형태예요. 가루 향신료로 만들기도 했는데 그럼 나중에 국물을 거를 때 고운 면포가 필요하더라고요.


2. 베이킹이나 음료 등에 들어가는 시나몬스틱이 아니라 그냥 계피 스틱이에요. 시나몬스틱 넣어도 되고요.

3. 채수 만드는 집이 아니라서 채수 대신 베지 부용 애용하고 있어요. 채수가 있다면 베지 부용 필요 없어요.

4. 한살림 간장처럼 조미료가 들어 있지 않은 간장보다 무언가 들어 있는 간장을 넣는 게 더 맛있어요.

5. 금방 먹을 것은 냉장실에, 두고두고 먹을 것은 냉동실에 보관해요.

6. 쌀국수는 넣고 싶은 거 넣어 먹으면 돼요. 구운 두부, 익힌 풀, 안 익힌 풀, 마음대로요.

양상추 채 썰어 볼 바닥에 깔고, 구워 얼린 두부, 고수 넣었어요.


면 익힐 때 배추 익히고, 구운 두부 얼린 거, 양파 채, 양배추 곱게 채 썰어 카라멜라이징한 거예요.
심플하죠? 구운 두부 얼린 거, 청경채, 볼 바닥에 로메인 채 썰어 깔았어요.
구운 두부 얼린 거, 배추, 레몬그라스 넣고, 비건 느억 맘 뿌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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