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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마릴린 Jul 27. 2016

키르기즈에서 온 선물.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1.

9월 16일에 국제 등기로 보낸 우편물이 

10월 11일 금요일 카라콜의 Teskey Guesthouse에 도착했다. 

우편 잘 받았다며 탈라이가 말했다.

"내가 일요일에 악수에 가서 그 사람들 찾아 전해 줄게." 

일요일에 마가진이 쉬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주말이 지나고 탈라이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메일에는 마가진 아저씨와 함께 찍은 정겨운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가 갔던 일요일에 아니나 다를까 마가진 문은 닫혀 있었지만, 

주변에 수소문해서 마가진 아저씨를 찾아냈다고,

내가 보낸 사진을 받고 그가 매우 기뻐했다고 했다. 

매우 기뻐했다는 글이 대문자로 쓰여 있어서 

나 역시 매우 기뻤다. 



2.

1월 1일,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제티 오구스, 콕 자익(꽃의 계곡)에서 만났던 엘치벡의 누나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엘치벡과 가족들을 대신해 이메일을 쓰고 있다고 했다. 

내가 보낸 사진 잘 받았다고, 

가족들이 얼마나 고마워하고 기뻐했는지 모른다고, 

언제든지 돌아오면 너희는 우리의 손님이라고,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서툴고 어색한 영어 문장으로 쓴 그녀의 이메일을 읽으며 

가슴이 얼마나 따뜻했는지는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내가 사진을 보낸 것이 9월의 일이고, 

카라콜 게스트하우스의 탈라이가 사진을 받은 것이 10월의 일이니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사진을 받았을텐데, 

시집 가서 비쉬켁에 살고 있는 딸에게 부탁해 내게 연락해 보라고 했을 그 어르신들을 생각하니, 

그리고 익숙치 않은 영어로 고민고민 사전을 찾아가며 이메일을 썼을 엘치벡의 누나를 생각하니, 

'아 세상은 정말 아름다워.' 라는 생각이 

가슴 속에 사르르르 번졌다.  



3.

비쉬켁 게스트하우스 굴리아 아줌마의 딸 아니샤가 

12월 중순 오빠의 결혼식을 보러 키즈기즈에 간다는 소식을 전해왔었다.

손자의 입학식을 앞두고도 그리 설레어하던 아줌마였는데

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는 얼마나 떨려하고 기뻐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아줌마의 목소리와 그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뭔가를 보내고 싶은 마음에 

한복을 입을 때 엄마들이 손에 드는 작은 가방과 노리개를 

아직 출발 전인 아니샤네 집으로 보냈다.

한국에서는 결혼식에 엄마들이 한복을 입고 요런 가방을 손에 드는데

물론 굴리아는 결혼식에 한복 입을 일은 없겠지만, 

수퍼에 장 보러 갈 때 들고 다니시라고.

그리고 노리개는 벽에 걸어 놓으면 예쁠 거라고.

한복과 노리개를 아니샤가 모를거 같아서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과 설명을 함께 덧붙였다.

그것들을 받고, 

아니샤도, 굴리아도 기뻐했다.

그들이 기뻐하니 나도 기뻤다. 


그리고 오늘 아니샤로부터 택배가 왔다.

부모님이 보내신 거라고, 그냥 키르키즈의 작은 선물이라고.


 4.

우리 삶에 닿아있는 많은 부분이 구역질이 날 만큼 썩어 있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세상은 아름다워서, 

아이를 낳아 그 아이에게 이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

키르기즈로 우편 보내면서 알게 된 것 몇 가지.


한국-키르기즈는 EMS가 없어요.

선택은 국제등기 또는 UPS.

국제등기는 도착 기약이 없고 한국을 떠난 이후 추적이 안되지만 싸요. 

UPS는 4일이면 도착하나 가격은 국제등기의 4배.

다른 방법은

서울에 이런 일을 대행하는 회사가 있대요.

비행기 출발일에 맞춰 서류 봉투 하나 보내는데 비쉬켁 기준으로 만원이고 

비행기 도착 다음날 혹은 다다음날 받을 수 있대요. 

kyrgyz concept 이란 오래된 여행사가 있는데요, 그 사이트를 보면 

비쉬켁에서 알마티 우편물 얼마, 비쉬켁에서 타슈켄트 우편물 얼마, 키르기즈 내 우편물 얼마...

이런 것들도 있더라구요.

역시 사람 사는 곳에서는 어떻게든 방법은 다 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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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li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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