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본 요금은 1.3TL. 1TL=500원(2014.12.2기준)
웬만한 거리는 5~10TL이면 갈 수 있다.
한국 돈으로 2000~4500원에 준한다
평소엔 광장을 지배하고도 남는 위엄을 지닌 아타투르크 장군과 말 동상의 튼튼한 근육도 따스한 햇빛을 받아 한결 부드러워 보인다. 동상을 배경으로 서너 장의 사진을 찍고 주위를 보니 모든 시선이 나를 향하는 듯하다. 부끄워지다가도 엄마 손을 꼭 움켜쥔 아이와 눈이 마주치며 그 호기심을 느끼니 그저 사랑스러울 따름이다. 이스탄불이나 앙카라 같은 대도시를 거닐다 보면 전체적인 분위기는 복잡하고 바빠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틈에서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을 보다 보면, 한국의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여유가 넘친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다양한 민족, 굴곡이 심한 역사, 지중해의 변화무쌍한 기후와 흑해 연안의 차분함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신비한 결과물일까.
오전 내내 두 눈만 호강시키느라 잠시 잊었던 미각을 달래러 식당가를 찾아 종종걸음을 놓는다. 점심은 터키에서 가장 찾기 쉬운 케밥으로 때울 생각이지만, 식당만큼은 꼭 다시 오고 싶을만한 곳으로 심사숙고해서 골라 들어가 본다.
싱싱함으로 무장한 이름 모를 야채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그 밑으로는 지중해의 햇빛을 받고 자란 올리브에서 짜낸 기름과 빛깔 좋은 석류액이 섞여 넘치기 직전이다.
계산을 하며 배가 불쑥 나온 요리사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본다. 케밥을 써느라 바쁜 와중에도 가벼운 미소로 답해주는 그를 보며 새삼 여행자의 여유를 만끽하게 된다. 가게를 나서면서 슬쩍 쳐다본 영수증의 가격이 포만감과 반비례하며 발걸음도 더욱 가벼워진다.
이제 앙카라 관광의 핵심이자 터키 근대사의 심장부인 Anıtkabir를 향해 본다.
어느 신이건 그렇겠지만 특히 “알라(Allah)”는 모든 이슬람 국가에서 경중을 떠나 웃음의 소재로 결코 활용될 수 없는 유일의 존재이다. 그런데 터키에서는 알라와 비슷한 정도로 전 국민의 깊은 존경과 추앙을 사는 인물이 있다. 그는 바로 “무스타파 케말” 또는 “아타투르크(터키의 아버지, 사후 그의 업적을 기려 붙여진 명칭)”.
그를 주제로 한 책이나 다큐멘터리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그의 동상과 초상화는 건물이나 사무실의 규모를 떠나 가장 목 좋은 곳에 위치한다.
동전을 포함한 모든 화폐에는 열외없이 그의 얼굴이 들어가 있고, 국가의 중요 행사의 연설에는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떠나 그의 위대함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수도 중심에 마련된 엄청난 규모의 무덤과 추모관이다. 거대한 무덤 안에 후손들이 담고자 했던 역사는 대체 무엇일까.
그리스의 식민지배를 종식시킨 한 젊은 장교는 거만함과 부패함으로 곪은 오스만 투르크 세력을 척결한다. 그 후 조그만 시골 마을에 불과했던 앙카라를 수도로 지정, 공화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는 여성 인권 신장, 이슬람력 폐지, 터키어 문자 정비 등과 같은 중대한 일들을 이루어낸다.
아타투르크의 추모일에는 모든 국민이 각자의 위치에서 같은 시간에 그를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지며, 제아무리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도 아타투르크의 생애는 꿰뚫고 있을 만큼 치밀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우리에게도 위대한 선조들이 많지만 이만큼 신(神) 적으로 대접받는 위인이 과연 있을까. 사실 우리에겐 무스타파 케말이 생소할지 몰라도, 유럽에서는 위대한 지도자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추모관 입구를 늠름하게 지키고 있는 근위병의 눈빛에선 영광스러운 임무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선생님께도 들어왔던 아타투르크의 무덤에 다다를수록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광장을 성큼 가로지르는 우리의 영롱한 눈은 한 곳만을 향한다. 반들거리는 대리석으로 가득한 넓고 웅장한 공간. 그 큰 규모마저 압도하는 엄숙함이 응집된 추모관으로 들어오니 나도 모르게 경건해진다. 마음으로 한 송이 국화를 올려놓고 사뿐히 빠져나와 계단을 걸으며 다시 한 번 마음의 울림을 느껴본다.
이제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수업을 마친 대학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7번가로 들어간다. 화려한 머리색과 귓불을 관통한 큼지막한 액세서리, 기타를 걸친 역동적인 어깨들이 젊음의 거리를 수놓는다. 하늘이 옅은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하자 조금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옷가게와 커피숍으로 몰아넣는다. 여행객에게 이런 날씨는 여유와 휴식을 찾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인사동이나 이태원에서 손님에게 유쾌한 장난을 치며 판매하기로 유명한 아이스크림 마도 (MADO)나 진한 터키 전통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흐베 듄야스는 개인의 기호를 떠나 ‘경험한다’는 관점에서 시도해 볼만하다. 특히, 터키 전통 커피를 마시고 남은 찌꺼기를 이용해 점을 보는 것은 꽤 이색적이다. 목이 아플 정도의 달콤함을 경험하고 싶다면 바클라바(Baklava)나 로쿰(Lokum)을 주문해서 터키 전통 홍차인 차이(Çay)와 즐기는 것도 좋다.
각 도시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성격의 사원이 있다. 대체로 그런 대표성은 규모로부터 부여되는데, 코자테페(거대한)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의 건축에는 그 시작부터 “크게 짓겠다.”라는 마음이 담겨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염원은 사원 내부와 광장을 합쳐 총 24000명이 동시에 기도할 수 공간으로 탄생했다.
다른 사원들과는 달리 이곳에는 상업적인 요소도 찾아볼 수 있다. 지하에는 종합 쇼핑몰이 있고 근처에서도 영화관, 음식점 등의 오락적 요소의 스팟들을 찾아볼 수 있다. 주변을 지나는 수많은 차량과 인파의 분주함은, 과연 이곳이 앙카라 “대표 사원”으로 적합한 위치인가를 의심하게 한다. 하지만, 사원 광장으로 올라서니 밝은 회색의 바닥부터 이어지는 하얀 벽과 푸른색의 지붕이 하늘과 매끈하게 이어지며 사원 주변과 대비된다.
도시의 부산함을 우려한 건축가가 소란한 현실을 밟고 한 단계 올라서면 보이는 고요한 진리를 나타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깊은 바다엔 큰 물고기가 살 듯, 높은 첨탑을 바라보니 큰 기도를 하게 된다. 감았던 눈을 뜨고 짤막했던 평안함과 이별을 고한다.
코자테페를 벗어나 이 골목, 저 거리 기웃거리다 당도한 곳은 앙카라 부촌의 초입, 투날르 거리. 이곳은 오락이나 유흥, 쇼핑에 특화된 지역으로 외국인의 밀도가 높다 보니 환전상, 귀금속, 시계 상점이 유난히 눈에 띈다. 유럽의 분위기가 풍기는 밤거리를 달리는 독일산 고급 자동차를 보니, 앙카라 성에서 모래먼지를 묻히고 왔을까 괜스레 바지 자락을 털어본다. 나를 향한 호기심의 시선은 확연히 줄었고, 되려 다른 이들을 구경하는 나의 눈이 바빠진다. 네온사인을 반짝이는 줄느런한 상점들이 행인들의 눈길을 훔치고, 술집 창문 너머의 맥주를 보니 침이 꿀꺽 넘어간다.
삼삼오오 모여 빵과 고기로 배를 채우고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일상이라는 여정을 매듭짓고 있다. 그들이 휴식을 노래하고 있는 이 시간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푹신한 거위털 이불과 침대가 있는 숙소를 상상하며 두 발에 다시 힘을 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