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따뜻했던 블라디보스톡 카페.
지난 초겨울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여행 중 느꼈던 바는 수년 전 모스크바 여행 때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어요. 더 따뜻하고 다정하며 밝았다고 해야겠습니다 ^^ 분명 블라디보스톡이 더 추운 날씨였는데, 왜 그랬을까요?
한때 비정상회담 러시아 멤버였던 일리야가 한국 가더니 너무 자주 웃는다며 어머니에게 꾸짖음을 들었다는 일화를 듣고, 저는 모스크바의 무뚝뚝하던 사람들이 떠올라 무한 공감을 했던 바가 있습니다. 시골사람들이 서울사람을 보고 깍쟁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을지 모르겠으나, 제가 본 모스크바의 이미지는 다소 차가웠고, 사람도 건물도 심지어 레스토랑이나 카페의 인테리어도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런데, 블라디보스톡은 다르더라구요~ 외모는 다소 차가워 보일지 모르나 그 표정이 참 따뜻했고,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만나는 젊은 스텝들은 아주 발랄하기까지 했어요. 저까지 유쾌해지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웠던 것은 러시아의 극동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 전혀 기대를 안 했는데, 매우 세련된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이 정말 많았다는 점! 게다가 인테리어와 서비스 수준에 비하면 값도 저렴하니 너무나 행복했던 여행으로 남아 있습니다.
단, 카페는 희한하게 레스토랑에 비하면 여러 모로 많이 소박하더라구요 ㅎ 하지만 차를 타기보다는 터벅터벅 걷다가 먹고 또 걷다가 차 한잔 하며 수다 떨고 자체 힐링하는 것이 여행의 반 이상인 블라디보스톡에서, 충분히 가성비와 가심비를 저격하는 따뜻한 장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블라디보스톡의 중심거리인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카페 BEST3를 정리해 볼게요. 세 곳 모두 바로 옆집 혹은 바로 앞집이라 30초 거리에 모여 있습니다! (글, 사진 : 베짱이커플)
블라디보스톡에서 명실공히 가장 유명한 카페예요! 간판에도 파란 해적 그림뿐인데, 해적커피 혹은 로딩커피라고들 불러서 ‘해적’을 러시아어로 ‘로딩’이라고 하나보다 했더니 그것도 아니라고 ㅎ 이름이 미스터리인 이 카페는 러시아답게 널찍한 공간에 띄엄띄엄 편한 소파가 있고 팝아트 감성으로 꾸며져 있어 한참이고 쉬어 가기 좋은 곳이에요.
솔직히 커피가 맛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블라디보스톡 어디에서도 정말 맛있다 싶은 커피를 찾기가 쉽지는 않았던 만큼 약 1천원~2천원에 심지어 양도 많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훌륭합니다. 단 한 가지, 차가운 커피 문화가 없는 곳이라 메뉴에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없기 때문에, 시원한 커피를 마시려면 유일한 찬 커피인 Coffee Ice라고 쓰인 것을 시켜야 해요. 맛은 아이스카페라떼에 시럽 살짝 넣은 맛 ^^
*주소 : Ulitsa Admirala Fokina, 10, Vladivostok, Primorskiy kray, 러시아 690091
영국 시골마을을 여행하다가 오후 느지막이 홍차와 스콘이 당길 때 찾게 될 것 같은 소박하고 아담한 이곳. 웬 일인지 파이브어클락은 엘리자베스 여왕과 영국스런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요. 그리고 다소 정신없기까지 한 복고풍의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죠. 메뉴 또한 너무 다양해서 빵도 케이크도 쌓여 있는 모양새 ^^
그런데 그에 반해 케이크나 타르트, 쿠키 등의 모양새가 생각보다 간결하고, 무엇보다 동구권에서맛본 케이크들이 지독히도 달았기 때문에 조금 긴장을 했는데 많이 달지 않고 꽤나 맛있는 거 있죠! 게다가 음료 3가지와 달다구리 3가지를 모두 하여 만원 갓 넘길 정도의 착한 가격이었어요.
*주소 : Ulitsa Admirala Fokina, 6, Vladivostok, Primorskiy kray, 러시아 690091
이곳은 러시아식 팬케이크 ‘블린’을 주메뉴로 하는 카페예요. 생과일이 들어간 디저트용 블린뿐 아니라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식사용 블린도 많이 만들어내는데, 제가 먹은 버섯 블린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향긋한 양송이볶음이 가득 들어서 정말 맛있었어요.
블린의 종류만큼, 아니 사실 더 많은 음료를 팔고 있고 그 맛도 좋았는데요, 의외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어설픈 한글 메뉴판! 그냥 번역기로 돌린 것과는 또 다른 매력적인 이름이 메뉴판에 가득하니, 맘에 드는 이름의 음료를 시켜 보세요 ㅎ 참고로 제가 마신 건 ‘안티독감’! ^^;
*주소 : Ulitsa Admirala Fokina, 9, Vladivostok, Primorskiy kray, 러시아 690091
이상, 두 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유럽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의 카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솔직히 볼 건 많지 않지만 왠지 정이 많이 가는 곳이어서, 따뜻할 때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남아 있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저렴한 항공권만 구하면 망설이지 말고 떠나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 머지않은 시기에 즐거운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계획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