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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스닷컴 Dec 06. 2018

자유로운 영혼의 천국, 리마

엄마와 함께 떠나는 세계 여행, 첫번째 이야기

처음은 마냥 어렵다. 사실 남미로 떠나기 전까진 감히, 뭐랄까. 내게 있어 남미는 ‘남미란 이런 곳일 거야’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그런 미지의 세계였다. 그리고 그런 곳에 비행기 옆 좌석에 동행을 싣고, 아니 그것도 그냥 동행이 아니라 우리 엄마를 모시고 나란히 앉아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해 본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던 것 같다. (글, 사진 : 윤뉴)





여행의 나날이 지속되며, 낯선 곳에 발을 붙이는 것이 익숙해지는 순간이 언젠가 오듯, 엄마와 함께 걷는 이 어설픈 감정도 어느 순간 사르르 스며들어 이 거리에 녹아내린다. 이제는 어엿한 동행이 되어 이질적인 공간에서 한없이 포근하고 든든한 빽이 되어주기도 한다. 



리마의 미라플로레스 해변


리마는 남미 서쪽의 페루에서도 가장 서쪽 중앙에 위치한 도시로, 페루의 수도다. 태평양과 접하고 있으며, 국제 서핑대회가 열릴 정도로 서핑하기 좋은 파도를 자랑하기도 한다. 바다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일까, 무언가에 이끌리듯 걷고 걸어 우린 태평양 연안에 도달했다. 날씨가 그럭저럭 버텨주고는 있었지만 햇살이 비치지 않는 리마의 첫 바다는 칙칙했다. 물론 서핑을 즐기는 이들에겐 한치의 망설임도 없어 보이지만. 




해변가에 앉아 잠시 노닥거리다 미라플로레스의 중앙 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미라플로레스 지구에 위치한 센트럴 파크는 리마 시민들이 즐겨 찾는 큰 공원이다. 여행객에게 있어 여행 중 맞닥뜨리게 되는 공원이라는 공간은 휴식과 여유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다.   



리마의 센트럴 파크를 거닐다


페루 사람들은 영혼이 참 맑다


아주 잠시라도 이 도시를 걷고 헤맨다면, 이들이 어찌나 자유분방하고 순간순간을 즐기며 사는지 느낄 수 있다. 리마의 신도심 미라플로레스의 센트로 광장은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몰려 복잡한 곳이지만,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모여 음악을 연주하고 낯선 이들과 몸을 섞어 춤판을 벌인다.  




리마는 신시가지인 미라플로레스와 구시가지인 센트로(리마 역사지구)로 나뉜다. 구시가지는 특히,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리마 대성당 등의 오래된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어 광장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리마의 아르마스 광장 (Plaza de Armas)


센트로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르마스 광장을 찾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미 도시에는 아르마스 광장을 먼저 찾으면 여행의 출발이 수월해진다. 리마의 미라플로레스에서 현대 리마인들의 자유분방함을 느낄 수 있었다면, 센트로에서는 조금 더 전통적인 리마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아르마스 광장에서는 매일 낮 12시, 대통령궁 근위병 교대식이 열린다. 현재는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진 않는다.


제법 화려하고 요란스럽게 진행된 근위병 교대식 구경을 마치고 운 좋게도 전통 축제 행렬을 마주쳤다. 리마의 아르마스 광장에서는 국경일이나 부활절 같은 날 이렇게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전통 의상을 입고 퍼레이드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얼마나 자부심을 느끼며 전통을 이어가고자 하는지 그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각 부족의 전통 복장을 입고 전통 춤을 추는 듯하다.
퍼레이드 행렬을 따라 리마 센트로 골목골목을 누빈다.


아르마스 광장을 출발해 리마 센트로 구석구석을 거닐며 마주한 많은 건물들은 스페인의 그것을 제법 많이 빼닮았다. 머나먼 남미에서 이토록 진득한 유럽의 향기가 느껴지는 까닭은 페루가 300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기 때문이리라. 그 시절 지어진 많은 건축물들은 비록 아픔을 담고 있을지언정, 온전히 보전된 역사를 인정받아 많은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니 아이러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통 복장을 한 퍼레이드 행렬과 유럽풍 건물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리마 센트로의 유적 중 가장 가볼만한 곳은 '산 프란시스코 교회'와 '수도원'이다. 수도원 지하에는 카타콤이라는 지하 묘지가 있는데 가이드 투어를 통해 둘러볼 수 있다. 영어로만 제공되는 터라 잘 듣고 엄마에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 미션까지 수행해야 했지만 덕분에 더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던 것 같기도 하다.  



산 프란시스코 교회 (Iglesia y Convento de San Francisco)


교회는 대지진으로 두 차례 재건되었으며 내부에는 17세기 페루비안 스타일의 유물도 전시되어 있다. 교회를 지나 카타콤으로 들어서면 지하의 공기가 풍기는 스산함에 수북이 쌓인 유골들의 으스스함이 더해져 묘한 느낌의 투어를 만끽할 수 있다. 이곳의 유해 중엔 대지진 때 희생된 이들의 것들도 다량 섞여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기묘한 느낌이 궁금하다면 직접 방문해야 한다 :-D  



광장을 벗어나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거리


다시 미라플로레스 지역으로 돌아와 우리는 다른 유적지로 발걸음을 향했다. 엄마랑 여행을 계획하면서 뭔가 엄청난 걸 해야겠다- 고 생각한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조금 더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순간을 즐기는 것. 그렇게 엄마랑 함께 걷는 것이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고 나니, 아무것도 안 하고 골목만 터덜터덜 걷다가는 애써 이 먼 곳까지 온 보람이 없겠더라. 그래서 찾은 곳이 우아까 뿌끄야나(Huaca Pucllana)였다. 



리마의 고대 유적, 우아까 뿌끄야나(Huaca Pucllana)


리마를 여행하는 여행객들이 꼭 알아야 할 것 중 하나는 미라플로레스 지구가 리마에서 안전한 동네라는 점이다. 아무래도 신시가지여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이곳이 부촌이고 치안이 더 좋다고 한다고해서 우리도 이 지역에 숙소를 잡았다.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지역은 센트로 지역일지라도 지내는 곳은 안전한 동네가 좋다. 더구나 엄마와 함께라면!




그렇게 구한 숙소를 지날 때마다 바라보던 유적이 바로 '우아까 뿌끄야나'였다. 아무리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워낙 거대한 풍채를 자랑하는지라 못 보고 지나치기 힘든 그런 유적이다. 생김새도 거대한 피라미드 형상을 하고 있어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하기도 하고.


이름이 특이해서 더 호기심이 생기는 이곳은 잉카 문명이 발생하기도 훨씬 전인 서기 200~700년 사이 페루 문화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가닥이 잡히지도 않는 시기다. 잉카 문명조차 너무 까마득한데 그보다 훨씬 전이라니. 




이곳은 고대 리마에서 의식을 치를 때 쓰인 곳으로, 제단으로 세워진 피라미드의 현재 남아있는 부분은 겨우 고작 기단 부분이라고 한다. 이미 어마어마한데? 원래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투어는 가이드와 함께 진행된다. 규모도 큰 데다 중요한 유적일 테니 그럴만하다~ 싶다. 



피라미드를 세우는 데 쓰인 돌은 사람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져 손자국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매일 밤 우리를 유혹했던 우아까 뿌끄야나의 야경  -  이젠 안녕





하이얀 종이에 스르르 잉크가 스며들 듯, 우리의 품에도 페루의 향기가 사르르 적셔간다. 예상에 없던 고대 리마 문명의 피라미드를 만나고 나니, 곧 우리가 맞이할 잉카의 향이 옅게나마 풍기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앞으로 펼쳐질 날들엔 어떤 것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어떤 세계가 우릴 품어줄까. 기대감으로 깊어가는 밤을 맞이한다.



엄마와 함께 하기 좋은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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