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보석과 같은 여행지, 슬로베니아로 떠나자.
사실 겨울은 유럽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계절은 아닙니다. 변덕스럽고 세한 날씨에 해도 많이 짧은 편이라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방한 대비만 잘 해둔다면 오히려 겨울이라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설경과 여유로운 도시 풍경을 즐길 수 있어요. 거기에 렌터카를 이용한다면 무거운 짐을 끌고 다니거나 대중교통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어지죠! 이런 겨울 여행을 꿈꾸는 분들에게 발칸반도의 숨은 보석 슬로베니아를 소개합니다. (글, 사진 : 러블리썬)
말이 필요 없는 블레드 호수
그리고 빈트가르 협곡
렌터카로 떠나기 좋은 슬로베니아 여행지로 첫 번째 소개할 곳은 블레드 호수에요. 최근 '잠시만 빌리지'라는 프로그램에서 조정치, 정인 가족이 떠난 곳인데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인기 좋은 여행 스팟입니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만들어진 빙하호 블레드 호수, 그 위에 떠 있는 블레드 섬이 그림같이 펼쳐지죠. 만년설이 뒤덮인 산들이 호수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모습도 장관입니다.
수도인 류블랴나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지만 겨울엔 교통 편이 띄엄띄엄하니 렌터카를 이용해 자유롭게 돌아보면 더욱 좋아요. 이른 아침부터 어둠이 내려올 때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블레드 호수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거든요. 그리고 블레드 호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빈트가르 협곡을 만나면 슬로베니아의 대자연에 감탄을 금치 못할 거예요.
'바이 사이의 좁은 협곡'이란 뜻의 빈트가르는 협곡 위에 설치한 나무 계단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데 진한 에메랄드 물빛과 우렁찬 물소리가 상당히 신비하고 강한 임팩트로 다가옵니다. 슬로베니아의 호수와 계곡들이 이런 녹색 빛깔을 띠는 경우가 많아 좀 더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단, 빈트가르는 겨울에 한시적으로 오픈을 안 하는 경우도 있어요.
보힌 호수(Lake Bohinj)
& 보겔 스키 센터
슬로베니아 렌터카 여행을 하면서 가장 큰 대발견은 보힌 호수와 보겔산이었어요. 보힌 호수는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호수로 호수의 둘레가 약 12km라고 하네요. 여의도를 한 바퀴 돌아 걸으면 11km 정도라고 하니 그 규모가 대략 가늠이 되시죠? 호수의 물은 상당히 맑아 여름엔 수영을 하거나 카약 등을 타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눈 덮인 설경과 어우러진 보힌 호수의 겨울 풍경 역시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어요.
보힌 호수에서 조금만 가면 보겔산의 스키 센터에 도착합니다. 보겔 스키 센터는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긴 슬로프가 있는 곳으로 스키를 좋아하는 현지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고 하네요.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1535m 정상에 쉽게 오를 수 있으며 멋진 뷰까지 볼 수 있으니 스키를 타지 않더라도 꼭 케이블카를 타볼 것을 추천합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보겔 스키 센터 정상에 오르니 매서운 추위와 강풍이 온몸을 감싸옵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풍경에 몸이 꽁꽁 얼어붙는 것도 잠시 잊히더라고요. 말도 안 되게 푸르른 보힌 호수와 눈 덮인 보겔 산, 그리고 맞은편으로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높은 알프스인 트리글라브산까지 파노라마로 펼쳐지니 "이게 실화임?" 진짜,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더라고요.
이드리아, 소규모 와이너리를 운영 중인
현지인 B&B에서 하룻밤
렌터카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떠날 수 있다는 점이죠!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 곳, 여행 정보가 전혀 없는 숨겨진 스팟도 무궁무진하게 찾아낼 수 있어요. 다른 지역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이드리아(Idrija)는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광산 마을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으로 한적한 전원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인상 좋은 부부가 운영하는 현지인 B&B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현지인 친구 집에 초대된 듯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였어요. 그리고 소규모 와이너리도 운영 중이라 가볍게 와인 테이스팅까지 즐길 수 있었답니다. 이 일대에 포도밭과 와이너리, B&B까지 함께 운영하는 곳들이 꽤 있으니 비수기 때는 현지에서 컨택해도 될 것 같아요.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명 와인 산지 같은 퀄리티를 기대하긴 힘들지만 슬로베니아 이드리아만의 특색을 가진 미네랄 풍성한 와인을 맛볼 수 있어 개인적으론 만족스러웠어요. 그리고 아침 식사로 나오는 살라미와 치즈, 고소한 빵도 취향 저격! 음식 종류가 다양하진 않아도 가족들이 먹는 따스한 밥상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이런 게 바로 렌터카 여행의 꿀 매력인 것 같아요.
이드리아의 매력을 머금은,
로맨틱 끝판왕
이탈리아와 마주한 피란
류블랴나에서 렌터카로 2시 간여쯤 달려 도착한 항구 도시 피란(Piran)은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로맨틱한 곳 중 하나입니다. 아드리아해의 아름다운 해안이 펼쳐지는 이곳은 이탈리아 북쪽과 인접해 있고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라 도시 전반적으로 이탈리아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고 공용어로 슬로베니아어와 이탈리아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피란 여행의 중심, 타르티니 광장과 해안가를 돌아본 후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언덕을 올라가면 베네치아 고딕 양식 건축물과 붉은 지붕의 주택들이 늘어선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요. 아기자기 예쁜 좁은 골목길을 보니 왜 '디어 마이 프렌즈', '흑기사' 등의 드라마 촬영지로 나왔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슬로베니아 피란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피란의 가장 높은 곳, 성벽에서 만나는 환상적인 뷰라고 할 수 있어요. 1470~1534년에 걸쳐 쌓은 성벽은 16세기까지 피란 반도 전체를 지켜왔으나 합스부르크의 지배하에 있을 때 대부분 파괴되고 현재는 200m 가량만 남아있어요. 날씨가 화창할 땐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까지 육안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곳에선 잠시 스쳐가지 말고 하루 이상 묵어가실 것을 추천해요.
슬로베니아 제2의 도시, 마리보르
렌터카로 떠나기 좋은 슬로베니아의 마지막 여행지는 오스트리아와 인접해 있는 슬로베니아 제2의 도시 마리보르(Maribor)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분들은 마리보르를 시작으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여행 계획을 세우시는 것도 좋아요. 아담한 구시가지에 들어가면 여느 유럽처럼 광장과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자리합니다.
도심을 가르는 드라바 강가에선 백조들이 여유롭게 노닐고 강변을 따라 노천카페도 자리해요. 그리고 도심 속에 있는 마리보르 시티 파크 내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마리보르 시가지와 드라바 강, 그리고 강 건너편까지 탁 트인 전망을 만날 수 있어요.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가 있으며 와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니 고목에서 키운 포도로 만든 특별한 와인도 맛볼 수 있어요.
렌터카를 이용해 다니다 보니 그동안 만났던 슬로베니아와는 확실히 다른, 깊이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었어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드리아, 마리보르, 보힌호수와 보겔산 등을 비롯해 구석구석 우연히 만났던 보석 같은 스팟들이 참 많았죠. 드라이브 중 만났던 이름 모를 지역에서의 환상적인 일몰도 잊을 수가 없네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여행을 꿈꾸는 분들에게 슬로베니아 겨울 여행 추천합니다. 렌터카로 좀 더 자유롭게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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