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왕국 핀란드, 그들이 겨울을 즐기는 방법.
얼마 전 우연히 < 서울메이트 >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방송인 김준호, 이기우 씨가 핀란드에 방문해 차가운 얼음 호수에서 수영하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체감온도 -5를 밑도는 호수에서 아무렇지 않게 수영을 하고 나오시는 핀란드 현지 분들의 모습을 보니 역시 겨울 나라, 핀란드 답구나 싶었습니다. 핀란드는 겨울이 꽤 긴 편으로 10~11월쯤부터 영하로 떨어지기도 하고 눈도 상당히 많이 오는 편입니다. 북극권에 있는 도시로 올라갈수록 점점 기온이 낮아지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요. 하지만 핀란드 사람들은 이런 겨울을 제대로 즐길 줄 알아요. (글, 사진 : 러블리썬)
일상 속에서 즐기는 겨울 레포츠
동네 공터가 주 무대!
핀란드 사람들은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긴긴 겨울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이 계절을 즐깁니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며 건강하고 특별하게 겨울을 나죠! 시내 곳곳에 스케이트장이 조성되어 있고, 동네 공터에도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빙상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스케이트, 스키, 아이스하키 등을 할 수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레포츠가 일상이 되다 보니 여행 중 만났던 대다수의 핀란드 사람들은 겨울 레포츠에 상당히 능통했어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그 안에서 행복과 재미를 찾아가는 핀란드 사람들의 모습은 참 인상 깊었지요. 물론 세계 어딜 가든 다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마련이지만 말이에요.
한적한 동네 산책을 하다 아이들이 아이스하키를 하는 모습도 본 적이 있는데, 핀란드 내에서 아이스하키의 인기는 상당했어요. 한 번은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그 열기가 뜨겁던지! 엄청난 속도로 빙상을 달리고 빠르게 움직이는 공을 쫓다 보니 아이스하키를 처음 접한 저 같은 사람들도 금세 빠져들더라고요.
스노슈잉과 함께하는 트레킹
호수와 숲의 나라 핀란드! 우리나라 면적의 3배가 넘는 핀란드의 65%가 숲이고, 호수는 18만 개가 넘는다고 하니 이런 수식어가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이죠! 그러다 보니 헬싱키 도심 속, 근교에도 수많은 숲과 호수가 펼쳐져 핀란드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어줍니다. 겨울엔 호수가 꽁꽁 얼고 눈이 많이 쌓여서 스노슈잉을 신고 숲과 호수 위를 트레킹 하는 코스도 인기가 좋아요.
헬싱키에서 50분 정도 떨어진 에스푸 눅시오 국립공원에서도 이런 스노슈잉 트레킹을 즐길 수 있어요. 스노우슈는 겨울 등산을 갈 때 많이 착용하는 아이젠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능성 제품으로 눈이 많이 쌓인 곳이나 얼음 위에서 걸을 때 미끄러지지 않게 해 줘요. 눈이 소복이 쌓인 곳에서 누구나 저벅저벅~ 잘 걸을 수 있게 해 주니 눈 쌓인 숲길 탐방도 꼭 해보세요.
노르딕 스키 타고 동네 한 바퀴
겨울에 워낙 눈이 많이 내리는 핀란드에선 굳이 스키장을 가지 않아도 스키를 탈 수 있어요. 물론 경사진 슬로프에서 속도를 내고 달리는 그런 스키랑은 달라요. 이런 곳에서는 노르딕 스키를 주로 타는데 평지에서 신고 뛰거나 걷기에 편하도록 발뒤꿈치가 들리는 것이 특징이에요.
평지에서 걷거나 달리는 속도로 타는 스키기 때문에 일반적인 스키를 못 타시는 분들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어요. 물론 저도 처음엔 적응이 안 돼서 몇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긴 했지만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만 타다 보면 금세 익숙해집니다. 핀란드에선 눈이 쌓인 곳이면 어디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런 스키를 탈 수 있어요.
핀란드에서 특별하게 즐기는
허스키, 순록 썰매
핀란드 로바니에미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겨울 레포츠를 경험했는데요.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허스키 썰매였어요. 말 그대로 허스키들이 끌어주는 썰매를 타고 숲 속을 달리는 액티비티인데 짧게는 한 시간 코스부터 길게는 숲 속 산장에서 1박을 하고 왕복 수십 km를 달리는 코스까지 다양해요. 짜릿한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너무 춥고 고생스러울 수 있으니 개인적으론 1-2시간 정도의 코스를 이용하면 충분할 것 같아요.
허스키 썰매는 짝을 이뤄 탑승을 하는데요, 한 명은 썰매에 앉고 한 명은 썰매 뒤쪽에 서서 방향과 브레이크를 조절해야 합니다. 허스키들이 생각보다 힘이 좋고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잡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해요. 자칫 방심하다 놓치는 순간 썰매가 나무를 들이받거나 눈 속에 처박힐 수도 있거든요. 물론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어 다칠 위험은 없으니 걱정 마세요. 허스키 썰매를 타고 눈 덮인 숲을 달리는 짜릿한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허스키뿐만 아니라 순록이 끌어주는 썰매도 있어요. 허스키 썰매처럼 속도를 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어요. 순록에게 먹이도 주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어볼 수 있으니 이 역시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추운데,
얼음 호텔에서 자라고?
"이렇게 추운데, 얼음 호텔이 웬 말이야? 그거 실화임?" 자고로 추운 날엔 따뜻한 온돌방에서 지지면서 자는 게 최고 아닌가요? 지난번 핀란드 여행 중 가장 이색적인 경험은 로바니에미 근교 케미(Kemi)라는 곳에 생긴 아이스 호텔에서의 숙박이었습니다. 핀란드엔 곳곳에 얼음으로 만든 테마파크가 있는데요, 여긴 잠깐 구경하고 가는 곳이 아닌 진짜 묵을 수 있는 호텔이었어요.
객실이 꽤 여러 개 있었고 객실마다 다른 스타일의 얼음조각으로 장식이 되어 있었어요. 화장실이나 욕실 등은 공용 시설을 이용해야 하고 진짜 얼음 침대에서 숙박을 할 수 있어요. 얼음이 녹는 걸 막기 위해 항상 최고 온도를 0도로 맞추고 있다는데 체감온도는 그 이하였습니다. 특수 제작된 침낭에 들어가 꼼짝없이 애벌레처럼 자면 충분히 취침이 가능해요. 그래도 또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핀란드 사람들의 이한 치한, 정말 인정합니다!
아이스 호텔엔 레스토랑도 있는데요. 내부 장식, 테이블, 의자들도 모두 얼음으로 만든 것들이었습니다. 그릇, 음식들이 얼음이 아닌 것에 감사해야 했어요. 그래도 따뜻한 수프에 와인 한잔 곁들이니 견딜만하더라고요. 아이스 호텔에서의 식사와 숙박은 진짜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었는데 단, 방한용품들을 단단히 준비해 가실 것을 추천해요.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핀란드 하면 사우나지!
인구 550만 명의 나라에 사우나 시설만 300만 개가 넘는다는 핀란드! 명실상부 '사우나의 나라'라고 할 수 있어요. 핀란드식 사우나는 뜨겁게 담근 돌에 물을 부어 발생된 증기를 이용해요. 중간중간에 자작나무 가지에 찬물을 적셔 몸을 때려주기도 하는데 이는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고 하네요. 가족, 지인들과 함께 사우나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핀란드 사람들에겐 사우나는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있어요.
사우나 중간중간에 야외 자쿠지나 호수 수영도 할 수 있는데 이는 어떤 사우나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눈으로 뒤덮인 숲 속에 야외 자쿠지를 둔 곳도 가봤는데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영하의 차가운 공기가 코 끝을 스치니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역시 겨울엔 사우나, 온천욕이 최고인 것 같아요. 추운 핀란드에선 더더욱이요!
심장이 쫄깃해지는
얼음 호수 수영
< 서울메이트 >에서 방송인 이기우 씨가 호수에 입수하는 과정이 생생히 나왔는데요. 한겨울, 얼음장처럼 차가운 호수에 들어가는 건 진짜 쉬운 일이 아니죠. 방송에선 바로 호수 입수를 시도했는데 보통 핀란드 사람들은 사우나 후 몸이 어느 정도 따뜻해지면 호수로 나가 수영을 합니다.
그래서 호숫가에 있는 사우나는 꽁꽁 언 호수에 구멍을 내고 입수할 수 있는 사다리를 꼭 설치해둡니다. 머리에서 체온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털모자를 착용하고 입수를 하는데 전 보기만 해도 심장이 쫄깃해지더라고요. 수영이라기보단 입수 경험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확실히 피부가 탱탱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이렇게 사우나와 얼음 호수 입수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절로 추위가 잊혀요.
이방인의 시선으로는 핀란드의 겨울이 길고 혹독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겨울을 즐기며 살아가는 핀란드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춥다고 꽁꽁 싸매고 있기보다는 일상 속에서도 다양한 겨울 레포츠를 즐기고 아이스 호텔, 얼음 수영 등 이색적인 이한 치한 방법으로 특별한 겨울을 만들어가는 핀란드! 그래서 전 핀란드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겨울 여행을 떠나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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