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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ELYST Sep 09. 2018

호텔 산업과 블록체인

블록체인 회의론에 대한 반론

블록체인의 개략사


2008년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에 의해 블록체인의 개념이 소개된지도 벌써 10년이 넘어갑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널리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소위 '블록체인 2.0'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부터였습니다. 원래 나카모토는 2009년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을 개발했는데  5689%의 가격 상승을 5년간 이어가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에는 금융 업계가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 전반에서의 도입률은 2018년까지도 아직 1% 수준에 머무르는 데 비해 금융 업계에서는 2016년 말에 이미 13.5%의 도입률을 넘어섰습니다. 사실 다른 많은 산업의 영역들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블록체인이란?


우선, 블록체인이란 중개인을 거치지 않는 거래 당사자 간의 직접적인 P2P 거래에 대하여 공적인 인증과 기록을 남기는 메커니즘입니다. 여기에는 3가지의 기술적 요소들이 결부됩니다. 하나는 P2P 네트워크라는 인프라이고, 다른 하나는 참여자들에 의해 거래 블록들이 생성되고 인증되는 합의 알고리즘이며, 마지막은 거래에 관련된 일련의 블록들에 고유의 값이 부여되면서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해시 알고리즘입니다.

사실 금융서비스 업계가 블록체인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한 것은 해시 알고리즘입니다. 이들은 금융 거래에서의 보안을 개선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유통 업계는 중개인을 거치지 않는 효율적 절차를 통해 취급하는 상품의 범위를 확장시키고자 합의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체계


블록체인의 논쟁들


무엇보다 이 합의 알고리즘은 현재 진행되는 여러 논쟁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분산된 속성을 갖는 합의 알고리즘은 그 절차와 과정의 비효율성으로 에너지 소모량을 늘리고 결과적으로 환경 보전을 위한 인류의 노력에 반한다는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전통적인 작업증명(proof-of-work 또는 POW) 방식의 합의 알고리즘을 두고 본다면 이러한 지적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작업증명 방식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참여자들이 블록은 인증하기 위한 퍼즐을 풀어 코인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흔히 채굴(mining)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합의 알고리즘에는 작업증명 외에도 다양한 방식들이 존재합니다. 참여자들이 퍼즐을 풀어낼 확률이 참여자의 코인을 보유한 양과 기간에 비례하게 되는 지분증명(proof-of-stake 또는 POS) 방식이 있습니다. 이의 변형으로 참여자들이 블록의 인증을 특정한 참여자에게 위임하는 위임지분증명(delegated-proof-of-stake 또는 DPOS) 방식 또한 존재합니다. 위임지분증명 방식은 에너지 소모의 측면에서는 획기적인 개선을 보이기는 했습니다만 분산된 속성이라는 블록체인의 근본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블록의 인증을 참여자들 간의 다수결에 의해 결정하는 PBFT(practical-byzantine-fault-tolerance) 방식이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기존의 작업증명 방식에서 지분증명 방식으로 합의 알고리즘을 변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복잡하긴 합니다만 결론은 블록체인 기술의 성패를 판가름하기에는 아직 한참이나 이른 시점으로 생각된다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그 생애주기에 있어 아직 도입기를 갓 지나가고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호텔 산업과 블록체인


호텔 산업에서 또한 다른 여느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이 호텔 산업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검토와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로열티 프로그램이나 자재 조달에서의 해묵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업계에서는 보편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호텔 유통 기술 관련 회사인 트래블포트는 블록체인을 통해 호텔의 유통이 갖고 있는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St. Regis Aspen의 소유주는 이 리조트를 부동산투자신탁(real estate investment trust 또는 REIT)로 상장하고 블록체인을 통해 유동화시키고자 하는 대담한 계획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사실 호텔 산업은 전통적으로 첨단 기술과 동떨어진 고전 산업군의 하나로 치부되어 왔었습니다. 따라서 블록체인을 둘러싼 이러한 적극적인 시도들은 놀라울 수밖에 없습니다.


호텔 산업의 문제들


호텔 산업의 블록체인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에는 2가지 정도의 큰 이유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선, 호텔 산업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진 유통 생태계를 어떤 식으로든 개선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유통을 둘러싼 호텔 브랜드들과 온라인 여행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들이 취급하는 호텔 상품들은 천편일률화 되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호텔 유통 체계에서 취급하는 상품들이 점점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괴리되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또한, 호텔 산업은 평행하게 존재하는 두 시장, 즉 호텔시장과 자본시장의 균형을 되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실 호텔이 소비자들에게 유통되는 호텔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유통되는 자본시장의 분리는 호텔 산업 전반의 가치사슬 불균형이라는 결과를 초래했고 수천 년에 걸쳐 구축된 호텔 산업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치사슬의 불균형은 필요성을 판단하기조차 어려운 분량의 계약관계와 그 안에 숨겨진 불평등 및 불균형 요소들을 통해 나타납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


호텔은 도심 호텔, 리조트 호텔, 교외 호텔 등 다양한 형태를 갖습니다. 그리고 호텔 산업에는 소유자, 위탁운영사, 금융기관, 중개인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몸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호텔은 소비재인 동시에 투자자산이기도 합니다. 즉 하나의 호텔은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는 다양한 필요들을 충족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통 전쟁을 거쳐오면서 호텔의 공급은 소비자에게도, 투자자에게도 천편일률적인 상품들만을 공급해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호텔 산업의 가치사슬은 지속가능성에 있어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평행하게 존재하는 호텔시장과 자본시장이 매끄럽게 연결되어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유일한 출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블록체인이 이러한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되더라도 최소한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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