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을 바라보는 4가지 관점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평범함 직장인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호텔이란 합리적인 가격에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호텔일 경우가 일반적일 것입니다. 물론 가족들과 아주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자 남들이 좋다는 호텔을 무리해서 찾게 되는 경우들도 있기는 합니다만 뻔한 월급쟁이 형편에 자주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첫 애가 돌을 막 지낸 후 애틀랜타에서 거주하던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난생처음으로 바다를 보여주고자 찰스턴으로의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내륙에 위치한 애틀랜타에서 찰스턴은 가장 가까운 바닷가의 도시들 중 하나이기도 했고, 과거 미국 남부의 번영을 상징하는 도시가 풍기는 이국적 분위기를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계획의 실행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유서 깊은 도심의 주차난과, 아직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것 외의 음식을 시도한 적이 없던 아이의 식사였습니다. 우리 부부는 예산에 맞추어 여유 있는 주차 공간, 간단한 취사 시설, 그리고 다운타운과 해변 모두에 가까운 위치를 갖춘 숙박시설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다운타운의 강 건너편에 위치한 '레지던스인'으로 숙소를 결정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우리 세 식구는 찰스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라 모든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연예인이라면 어떨까요?
이러한 경우라면 아마도 가족들과의 오붓한 시간을 더 이상 합리적인 가격에 보장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즉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좋았던 호텔이 유명 연예인으로서도 좋은 호텔이기는 어려운 셈입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가 될 텐데 십중팔구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위해 합리적인 가격을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즉 소비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좋은 호텔의 기준 또한 달라지는 셈입니다.
2003년 11월 필리핀 타긱에서 콘서트를 마친 머라이어 캐리는 마닐라에서 뉴욕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취소하고 팔라완의 '아만풀로' 리조트로 향했습니다. 그녀는 수행원들을 모두 뉴욕으로 돌려보내고 매니저와 2명의 경호원만을 대동한 채 전용 전세기에 올랐습니다. 사실 빡빡한 공연 일정에 지친 그녀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람들로부터 방해받지 않으면서 즐길 수 있는 망중한이었고, 접근이 극도로 제한된 아만풀로는 그녀에게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리조트들의 5배에 달하는 가격을 지불해야 했지만 이곳에서 누렸던 프라이버시를 생각하면 그녀에게는 전혀 아깝지 않은 금액이었습니다.
만약, 평범한 직장인도 유명한 연예인도 아닌 호텔 투자자의 입장이라면 어떨까요?
이런 상황에서 호텔에 기대하게 되는 것은 더 이상 가족들과의 오붓한 시간이 아니라 투자한 자본에 대한 수익일 것입니다. 즉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호텔, 그리고 그들이 지갑을 더욱 활짝 열 수 있는 호텔이 좋은 호텔일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소비자로서 판단하는 좋은 호텔과 생산자로서 판단하는 좋은 호텔은 완전히 다른 셈입니다.
애리조나주의 피닉스는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고급 휴양지로 최고급 리조트들이 즐비한 지역입니다. 특히 하와이처럼 미국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럭셔리 리조트들이 집중되어 있어 매년 대형 제약회사들의 콘퍼런스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 시장에서 가능성을 본 '크라운 부동산 개발'은 2003년 137,600제곱미터의 부지에 리조트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인근 지역에서 가장 높은 객실 요금을 받는 호텔은 포시즌스 호텔로 1일 평균 500불 수준이었지만 크라운은 350불 수준에 목표를 설정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를 실현하는 데 전력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되던 중에 미국의 호텔 시장은 빠른 회복세를 보였고 굴러온 기회를 발로 차 버릴 수 없었던 크라운은 진로를 수정했습니다. 마침내 예정보다 3년 이상이 지연된 2008년, 처음 예산의 2배 이상을 잡아먹은 몬텔루시아 리조트가 개관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는 금융위기가 미국 전역을 휩쓸던 때였고 시기를 놓친 크라운은 결국 호텔이 개관하자마자 디폴트를 선언하고 맙니다.
혹시, 돈이 아니라 중요한 손님들의 접대를 위해 호텔에 투자하는 경우라면 어떨까요?
이러한 경우 또한 넓은 범위에서는 투자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통해 직접적인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히려 더 넓은 범위에서의 수익을 창출해가는 과정에 필요한 도구로서 호텔이 필요한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접대를 받는 '그' 손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좋은 호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투자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좋은 호텔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셈입니다.
수많은 종류의 호텔들이 존재하는 오늘날 나에게 좋은 호텔이 어떤 호텔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은 소비자로서, 그리고 생산자로서 중요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좋은 호텔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관점에서 어떤 이유로 호텔을 필요로 하는지를 먼저 정확히 알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생각만큼 간단한 일은 결코 아닙니다. 이유는 나와 다른 관점에 대해 이해하고 수용하기보다 배척하고 비난하는 것이 훨씬 쉽고 익숙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누구나 호텔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이유와 관점을 동시에 가질 수 있지만, 이러한 관점들을 스스로 명확하게 구분하여 주어진 상황에 맞도록 적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좋은 호텔이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때에 필요로 하는 이유에 맞도록 사용할 수 있는 호텔'이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