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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ELYST Jul 10. 2018

중세 서양의 건축양식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과거의 찬란한 문화유산들을 통해 전 세계의 여행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이국적일 수밖에 없는 웅장한 건축물들이 여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다들 다양한 역사적 배경에서 만들어졌고 다양한 이름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만, 하나라도 더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막상 뭘 본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기본적인 내용들을 알고서 둘러본다면 바쁜 일정에도 나름 남겨오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글에서는 중세 서양의 대표적인 건축양식 3가지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이러한 양식들이 탄생했던 배경에 대해 간단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아직도 유럽을 통일했던 로마제국에 대한 강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마제국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연결부에서 중개무역을 통해 성장했고, 건축이나 토목 같은 실용적 기술들을 발전시키며 지중해 연안을 통일했었습니다. 그러나 로마제국은 게르만족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이후 유럽은 더 이상 강력한 중앙 집권형 사회가 아닌 영주가 통치하는 장원(manor) 단위의 분권형 봉건사회로 전환됩니다. 장원은 원시 농경사회를 표방한 자치 단위였는데, 전쟁이 잦아든 이 시기에 농업 생산과 상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합니다.


물론 명목상 황제나 왕이 있기는 했지만 과거와 같은 힘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로마제국 시절부터 유럽 전역을 정신적으로 통합해왔던 교회의 권력이 더욱 막강해졌습니다. 사실 기독교는 로마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거대한 제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했었지만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입니다. 장원의 농업 생산이 안정되자 교황은 성지를 이교도들로부터 되찾겠다는 명분으로 십자군 원정을 추진합니다. 영주들은 기사로 전쟁에 참여했고, 농노와 상인들은 세금을 내야 했습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 권력의 부패가 심해지자 교회-영주 연합 세력과 상인-농노 연합 세력 간의 갈등이 깊어지게 됩니다.


한편 상인들은 그동안 축적한 자본으로 유명무실해졌던 국왕의 기를 되살리는 데 주력합니다. 상인들의 자본을 등에 업은 국왕은 입지가 좁아진 영주들을 하나씩 제압해가면서 왕권을 강화했습니다. 마침내 국왕은 부패한 교회 권력까지 끌어내리며 절대왕정을 구축합니다. 그러나 권력을 되찾은 국왕은 효과적인 통치를 위해 더욱 거대해진 관료 조직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많은 자본이 필요했고, 상인들에게 더욱 의존하게 됐습니다. 결국 상인들을 위한 중상주의 정책을 펴게 됩니다. 실질적인 권력의 중심으로 부각한 상인들은 거래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는 사상의 자유로까지 확대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것들이 중세 서양의 대표적인 건축양식인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입니다.


좌: Maria Laach Abbey - 로마네스크, 중: Salisbury Cathedral - 고딕, 우: Château de Fontainebleau - 르네상스


가장 먼저 중세 초기 장원 중심의 분권형 봉건사회에서 탄생한 것은 로마네스크 양식입니다. 기본적으로 로마제국의 건축을 표방한 영주들의 건축양식입니다만, 영주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거창한 이름에 비해서는 상당히 소박한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다른 영주들로부터의 침입에 대비하여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특징은 두터운 외벽, 작은 창문, 그리고 로마의 건축으로부터 물려받은 볼트(vault)가 공통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한편 권력의 정점에 올라선 교회는 거대한 성당을 통해 압도적인 권력을 과시하고자 했습니다. 이때 탄생한 것이 고딕 양식입니다. 교회는 높은 천정, 얇은 구조체, 거대한 창문을 통해 빛이 가득한 공간을 만들어냈고, 이는 일반 시민들에게 마치 천상의 빛이 가득한 신성한 장소처럼 비추어졌습니다. 육중한 덩어리와 같은 느낌의 로마네스크 건축과 달리 고딕 성당들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선적인 요소들이 많습니다.


절대왕정 시기의 상인들은 자유롭고 화려한 건축양식을 추구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르네상스 양식입니다. 한마디로 풍요로운 상인들의 건축양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인들은 기독교의 획일적 사고를 부정하면서 다양하고 자유로운 인본주의를 추구했기 때문에, 여러 대학들을 세우고 다양한 예술가들을 지원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탄생한 르네상스 건축물들은 인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장식이 결합되어 탄생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이들을 오늘날의 건축 양식들에 대응시켜보면 아래와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날의 우리가 보았을 때에는 사실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커다란 차이였을 것입니다. 오늘의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일들에 대응시켜보면 소박한 로마네스크는 미니멀리즘, 웅장한 고딕은 하이테크, 화려한 르네상스는 포스트모던 정도의 느낌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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