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호텔 체인의 변화
Marriott은 4월 29일 공유 주택 플랫폼 Homes & Villas by Marriott International을 출범시킨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이 플랫폼은 미국, 유럽, 중남미의 100개 도시에 약 2,000개의 최고급 주택이나 빌라를 임대하는 플랫폼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지역의 7천여 평 부지에 위치한 방 4개의 통나무집이나 이태리의 소렌토의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위치한 방 6개의 빌라를, 특별한 경험을 찾는 이들에게 빌려주는 것입니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Marriott이 해왔던 호텔 비즈니스와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만, 사실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이 주택들은 호텔과 달리 Marriott이 소유를 하지도, 시설을 통제하지도 않습니다. 주택은 개별 소유주들이 따로 있고, 시설의 관리는 Marriott이 지정한 지역 업체가 하게 됩니다. 둘째, 그렇기 때문에 이 주택들에서는 Marriott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시설 관리 업체의 역할은 최소화되어 있으며, 객지에 머무르는 동안의 고충, 이를테면 식사와 같은 것들은 대부분 투숙객이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 셋째, 이 주택들은 호텔처럼 항상 예약이 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소유주들이 지정한 기간에만 Marriott 플랫폼을 통해 임대하게 됩니다. 다만, Marriott의 플랫폼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위치와 시설에 대한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사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유니콘 스타트업, Airbnb를 통해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Starwood 합병 이후 전 세계 호텔 시장 최고의 점유율을 굳힌 Marriott은 왜 굳이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공유 주택 시장에, 게다가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모험을 감행하는 것일까요? Marriott 같은 전통의 강호에게는 득 보다 실이 많을 수 있는 도전 아닐까요?
Marriott은 이 공유 주택 플랫폼의 출범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런던의 시설 관리 업체인 Hostmaker와 런던 소재 200여 개의 주택을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Marriott은 로열티 프로그램인 Bonvoy의 회원들에게 Hostmaker가 관리하는 주택들을 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실제 투숙하는 경우 멤버십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이 주택들을 예약하고 투숙하는 데 있어 회원들이 보유한 멤버십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Bonvoy 회원들의 호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년 동안의 테스트 이후 독자적으로 공유 주택 플랫폼을 출범시켰으니까요.
이제 Marriott은 Airbnb, HomeAway, Booking.com, Onefinestay 등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를 형성하게 됐습니다. Airbnb는 2008년 출범한 공유 주택 플랫폼의 선두 주자입니다. 창업 10년이 갓 넘은 이들은 이미 호텔 업계 전통의 강호인 Hilton의 기업가치를 넘어섰습니다. HomeAway는 호텔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선두 주자인 Expedia가 2015년 인수한 민박 중개 플랫폼입니다. Airbnb가 보인 기대 이상의 성장으로 직격탄을 맞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Booking.com은 호텔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지만 유럽 태생이라는 특성상 일반적인 호텔 외에도 민박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들을 취급해오고 있습니다. Onefinestay는 유럽 호텔 시장의 맹주인 Accor가 2016년 인수한 유럽의 공유 주택 플랫폼입니다. Accor는 Airbnb가 불러온 나비효과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전통의 호텔 체인입니다.
Airbnb의 성장을 지켜보던 대형 호텔 체인들과 온라인 유통 플랫폼들은 이제 Airbnb의 사업 모델을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장을 앞둔 Airbnb 입장에서는 이처럼 레드 오션 시장이 되어가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습니다. 이에 Airbnb도 2018년 호텔 유통 채널 최적화 소프트웨어 Siteminder의 도움을 얻어 공식적으로 호텔 상품들을 유통하기 시작하며 맞불을 놓았습니다. 더 나아가 금년부터는 직접 주택을 개발하여 공급하는 데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그간 호텔 산업의 눈부신 성장을 견인해왔던 대형 호텔 체인들은 소비자의 세대교체를 거치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소비자들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이 천편일률적이면서 가격에 거품이 낀 상품들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초저가 호스텔 시장이나 공유 주택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금의 호텔 산업은 어느 때보다 격한 변화의 시기를 거쳐가는 중인 듯합니다. 물론 아직은 누가 승리의 월계관을 차지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결국 누군가는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과거의 전쟁들이 그랬듯이.
* 최근 호텔 산업의 변화와 관련하여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시다면, 북저널리즘의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시대의 호텔>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