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TELYST May 20. 2019

Google vs Amazon

세계대전으로 확산되는 호텔 전쟁

호텔과 항공을 포함하는 여행 산업에 대한 Google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Google은 5월 14일에 호텔, 항공권, 렌터카 예약은 물론 각종 레스토랑 같은 다양한 여가 활동에 대한 예약과 일정 관리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원스톱 데스크톱 웹사이트를 론칭했습니다. Google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모바일 앱 Google Trips를 2016년 9월 19일에 출시했던 바 있습니다.



Airbnb의 통제 불가능한 급성장으로 잠시 멘붕에 빠졌다가 전열을 정비하여 활발한 반격을 펼치던 중인 대형 호텔 체인들이나 대형 호텔 유통사들은 공황 상태일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과거 철옹성 같던 가치사슬의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향을 잡아가던 이들이 닭 쫓던 개가 되어버린 상황이기 때문인데, 닭은 Google이라는 지붕으로 올라가려는 듯 보입니다. 대규모 자본을 투하하며 Starwood를 인수한 Marriott이나 부동산을 처분하여 확보한 현금으로 공간 관련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해가던 Accor이 생각했던 호텔 산업의 평화로운 미래와는 다른 모습이며, 이들은 힘겹게 설정한 전략적 노선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금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가장 궁금해지는 기업은 호텔 예약은 물론 주택 임대와 공유 오피스까지 거침없이 영토를 확장해가던 Accor입니다. 상품의 공급 점유율 확대보다 소비자들과의 접촉면 확대에 초점을 두고 과감하게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들과의 접촉 창구는 Google이 가져가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여전히 상품의 공급 점유율 확대라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Marriott의 선택이 그나마 안전했던 셈입니다. Google을 통한 소비자들이 어찌 됐건 Marriott의 이름을 달고 있는 상품에 노출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Google은 2010년 항공권 예약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인 ITA Software를 7억 달러에 인수했고, 2011년에는 레스토랑 평가 업체인 Zagat를 1억 5천만 달러에 인수했었습니다. 그리고 호텔과 항공권 등에 대한 예약 정보 검색과 추천 기능을 Google Search와 Google Maps 기반으로 직접 개발해왔습니다. 이미 아시는 바와 같이, Google Search는 세상 모든 이들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있는 플랫폼이고, Google Maps는 세상 모든 공간의 정보를 담고 있는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기능들의 결합은 순식간에 Google을 여행 관련 산업의 가치사슬 맨 앞줄에 세웠습니다.


물론 Google Travel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여행 관련 상품의 유통에 있어 선두 주자들 중 하나인 Expedia의 CEO 오커스트롬(Mark Okerstrom)이 작년 한 인터뷰에서 "Expedia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Google"이라고 언급하며 두려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Google이 보여왔던 행보에서 예견되었던 바가 있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Google은 Marriott 같은 대형 호텔 체인들이나 Expedia 같은 대형 호텔 유통사들이 Airbnb처럼 초천 박살을 내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물론 이들은 Airbnb를 초전박살 낼 정도의 힘을 보여주지도 못했을뿐더러, Google은 Airbnb와 체급이 다른 상대입니다.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있어 Google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호텔 산업에서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합집산과 가치사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미 대형 호텔 체인들의 표준화된 호텔 상품들, 즉 브랜드 호텔들은 입지가 좁아져가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Airbnb의 성장과 대형 호텔 체인들의 반격으로 입지가 좁아져가는 유통 채널들 또한 고충이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소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밀레니얼 세대들은 더 이상 부모 세대처럼 브랜드에 충성스럽지도 않고, 천편일률적인 상품의 소비가 아닌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Google Travel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욕구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들이 각각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고, 그들이 어디의 무엇을 필요로 할 것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소비하기 위해 Marriott이나 Expedia를 통해야 할 필요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습니다.


친숙한 브랜드를 달고 있는 대형의 고급 호텔들을 선호해왔던 호텔 투자자들이 이제는 자산 가치가 저평가됐던 소규모의 독립 호텔들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대형 호텔 체인이나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 편입되지 못한 호텔들도 이제는 결코 그에 뒤지지 않는 유통 채널 확보가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제한적인 유통 채널로 수익 창출에 한계가 존재하여 자산 가치가 재평가되었다는 점이 호텔 투자자들에게는 강력한 유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싸게 산 물건은 어떻게든 잘 쓸 수 있는 방법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Holiday Inn이 호텔을 보편적인 자영업의 하나로 만들어냈던 것처럼, Google은 대형 호텔 체인들과 유통 플랫폼들의 카르텔에 갇힌 호텔을 또다시 자영업자들의 품에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를테면, 거침없는 성장 과정에서 극도로 비효율적 시장이 되어버린 호텔 산업이 또다시 효율적 시장으로 나오게 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Google이 여행 산업의 왕좌에 무혈입성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모든 면에서 Google과 경쟁하고 있는 Amazon 또한 여행 산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Google에 비해 Amazon의 경우, 조금 더 조심스러울 뿐입니다. Amazon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2015년 Amazon Destinations를 통해 호텔 유통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했던 전력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여행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을 접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Amazon은 최근 인도의 온라인 여행사인 Cleartrip과 제휴하여 Amazon Pay를 통해 인도의 국내 항공권을 유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파일럿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지만, 이들이 Google처럼 여행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되는 것 또한 결국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제 호텔 산업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그들'만의 전쟁이 아니라 Google과 Amazon이라는 양강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대전으로 확산될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리엇과 공유 주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