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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ELYST Apr 05. 2020

코로나19와 호텔 산업

글로벌 호텔 산업의 현재


STR이 발표한 2019년 2월 대비 2020년 2월의 아시아 주요 국가들 호텔 Occupancy 변동을 보면, 중국이 89.9%에서 14.0%로, 싱가포르가 93.3%에서 46.4%로, 우리나라가 72.7%에서 42.7%로, 일본이 87.1%에서 64.7%로 줄었습니다. 아시아 전체로 보면, 78.9%에서 41.2%로 줄었고, ADR은 1.9% 상승한 $107.35, RevPAR는 36.5%가 줄어든 $44.27를 기록했습니다.



이때까지 미국이나 유럽의 호텔 시장에는 COVID-19의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COVID-19의 본격적인 확산 모드에 돌입한 이 시장들에서도 3월과 그 이후 자료들에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 대한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3월 22일부터 28일까지의 미국 호텔 시장 주간 통계를 보면, Occupancy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7.5%가 줄어든 22.6%, ADR은 39.4%가 줄어든 $79.92, RevPAR는 80.3%가 줄어든 $18.05로 STR이 통계를 취합하기 시작한 이래 최악의 한 주를 기록했습니다.



일본은 왠지 모르게 그 영향이 조금 더 있다가 나타나게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STR의 통계를 보면, 비록 올림픽 때문에 일본의 호텔 공급이 크게 늘어나기는 했지만,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내수 시장이 아직 60% 이상은 지탱할 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뭔가를 감추고 있는 것만 같은 일본 정부의 통계에 대해 일본인들이 신뢰를 잃게 되는 순간이 오면 이 저항선이 무너질 수 있고, 그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처참할 수 있습니다. 체제와 정부에 순종적인 이들이기에 배신감이 더욱 클 수도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사실 COVID-19의 글로벌 호텔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가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를 가늠하기도 어렵지만, 그 결과를 상상하는 것 또한 끔찍합니다. 그동안 글로벌 호텔 산업은 다양한 위기들을 겪어왔습니다. 오일쇼크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제적 위기들이 있었고, SARS나 MERS처럼 전염병의 창궐 또한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대부분의 이벤트들은, 비록 넓은 범위의 시장에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지협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전 세계 어딘가에는 그로부터 자유롭게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던 곳이 있었고, 그 시장들이 처참한 글로벌 호텔 시장의 회복에 기초 체력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SARS가 아시아 시장들을 초토화시켰던 2003년의 전년 대비 RevPAR를 보면, 일본이 9.6%, 홍콩이 11.4%, 싱가포르가 17.2%, 우리나라가 20.4%의 감소했던 반면, 세계 최대의 호텔 시장인 미국은 0.5%의 성장을 보였습니다. 원래 절대적으로 내수 수요의 비중이 높은 일본의 경우 원래 변동이 크지 않은 반면, 외수 수요의 비중이 높은 시장들의 경우 커다란 낙폭을 보였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 월드컵 직후의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더욱 큰 타격을 받았었습니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09년의 RevPAR를 보면, 미국이 16.5%, 일본이 19.3%, 홍콩이 23.2%, 싱가포르가 27.8% 감소했던 반면, 우리나라는 6.7%의 견실한 성장을 보였고, 특히 서울은 12.4%의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수요의 급감으로 고전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호텔 시장은 아시아에 휘몰아친 한류 열풍을 따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 덕분에 빈 방을 찾기 어려울 만큼 호황을 누렸습니다.


포화 속에 필지도 모르는 꽃


COVID-19는 현재 전 세계 호텔 시장에 걸쳐 과거 어떤 이벤트보다 거대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전 세계 어디에도 반전을 만들어낼 만한 곳이 보이지 않습니다. COVID-19의 여파는 상상 이상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고 충격 또한 전례 없이 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 글로벌 호텔 산업이 보여주는 처참한 숫자들이 단순히 COVID-19만의 영향 같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호텔 시장은 고점에 머무른 지가 한참이나 되었고, 하강기류가 거세지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COVID-19가 아니었더라도 출렁이게 될 시점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었고, 두려움이 커져가던 참이었습니다. 어디에서 폭탄이 먼저 터지게 될 것인지의 문제였고, 우연히 발생한 COVID-19가 그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된 셈입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례없이 오랜 기간의 성장이 지속되어 온 데에는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펼쳐온 양적 완화 정책의 힘이 컸습니다. 이미 한참 전에 정체되기 시작했던 수요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치솟으며 성장이 지탱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늘어난 수요의 뒤를 어김없이 따르던 공급 증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취를 감추었던 것 또한 기여를 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엄청난 공포를 경험한 시장의 투자자들이 잔뜩 몸을 움츠렸던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예외였던 나라가 있기는 합니다.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한류 열풍을 따라 급성장하던 호텔 시장에 고무되어 2012년 관광숙박시설법을 시행하며 정부가 호텔 공급의 확대에 직접적으로 개입했습니다. 이후 2018년까지 전국 호텔업 사업체수는 연평균 14.1%, 객실수는 연평균 9.8% 증가한 반면, 사업체당 객실수는 105실에서 82실로 영세화되었고 RevPAR 또한 연평균 2.5% 감소하며 호텔 시장이 바닥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너 나 할 것 없이 패닉에 빠진 지금 상황에서도 궁금한 것 한 가지는, 다른 시장들과 달리 상당 기간 바닥을 기며 더 내려갈 곳이 없어 보이던 우리나라의 호텔 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호텔 시장에서는 하강기류가 잦아들며 상승기류가 거세지던 상황이었습니다. COVID-19의 영향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되살아나려던 불씨마저 꺼버리는 결과가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만약 2008년처럼 또다시 혼자 치고 올라가는 상황이 된다면 한국의 호텔은 글로벌 호텔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다각화시켜줄 필수 아이템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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