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말

사소한 온도

by 윤슬


앞집 현관문 여닫는 소리가 어느 날부터 크게 들리기 시작하는 거야.

신경 쓰니까 더 예민해지더라구.

그 집 식구가 다섯인데 그중 셋은 학생이라 그들은 하루에 최소 열 번 이상은 들락거린다는 얘기지.

한 달이 지나니까 예민함이 극에 달하더라.


뭐라고 말을 해야 이웃 간에 감정이 상하지 않을까 며칠동안을 혼자 궁리했어.

무식하고 이기적으로 굴고 싶지 않았거든.

앞집은 이사 온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자칫 오해가 커질 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렇게 또 한 달의 시간을 보내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날이 왔어.

자연스러운 기회는 이때뿐이라 생각했지.

일부러 벨을 누르고 좋지도 않은 얘기를 들어야 하는 사람의 입장이 너무 느닷없을 거 아니야.

시뮬레이션을 간단하게 한 번 더 돌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어.


“안녕하세요. 혹시 요즘 현관문 닫힐 때 소리가 좀 크지 않으세요?”

앞 집 문을 가리키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

싫은 내색을 바로 하면 어쩌나 딴에는 긴장을 좀 했던 순간이야.


“어머, 많이 시끄러운가요?”

내향형 아주머니의 생각보다 호의적인 몸짓에 순간 내가 더 송구스러워지는거야.

그렇다고 대충 얼버무리기엔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었고.


돌려서 말을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솔직하게 얘기했어.

“아, 네.. 요즘 더 그런 것 같아서요. 혹시 위쪽 연결고리가 느슨해져서 그럴 수 있으니 관리실에 한 번 물어보시겠어요? 도와주실 거예요~”

서로 허리를 반쯤 구부린 채로 대화를 나눴던 시간이 5분쯤 됐으려나?

얘기를 하는 동안 아주머니의 눈빛이나 태도를 보니 적대적인 사람은 아니구나. 안도감이 들었어.


놀라운 일이 생겼지.

정말 관리실에 도움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그 집 가족 모두의 배려인지

바로 그 다음 날부터 현관문 소음이 단 한번도 들리지 않는 거야.

이렇게 평화로운 걸 왜 그렇게 혼자 끙끙댔나 싶더라.


대부분의 불편은 말하지 않아서 더 커질수도 있는거였어.